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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아는 척’이 약자들에게 끼치는 해악
인권옹호자 예수: 성경과 성소수자 / 김지학 지음 / 생각비행 펴냄 / 2018년
[332호] 2018년 06월 26일 (화) 16:40:38 심에스더 goscon@goscon.co.kr
   
 

어느 밤, 아이들이 잠자리에 누워 나중에 어떤 어른이 되고 싶은지를 이야기를 하는 중이었다. ‘하고 싶은 걸 맘대로 하는’ 어른부터 ‘엄마한테 야단맞지 않는(야…)’ 어른 등 다양한 희망 사항이 쏟아져 나오는 가운데, 둘째 아이가 물었다. “엄마는 나중에 커서 어떤 어른이 되고 싶어?” 엄마가 ‘설마 어른일 리 없다’고 생각했는지는 몰라도, 이 나이에 누군가 내게 “나중에 커서”라고 한 것이 고마웠다. “응, 엄마는 모르는 건 모른다고 말하는 어른이 되고 싶어.” 수줍게 대답하자 옆에 있던 큰 딸이 냉큼 비웃으며 “엄마는 지금도 모르는 거 엄청 많잖아!”라고 말했다. ‘이렇게 꿈을 잃다니….’

비웃음을 좀 사긴 했지만 저 꿈은 앞으로도 유효한 소망이자 지향이다. 모르는 걸 모른다고 말하는 게 무슨 꿈씩이나 되느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생각보다 힘든 일이라는 걸 우리는 알고 있지 않은가. 권위 때문에, 자존심 때문에 등등의 이유로 잘 모르면서 아는 척하는 경우를 참 많이도 보고 겪었다. 남이 그럴 땐 재수 없어 하면서도 나 역시 그 유혹을 견뎌내기 힘들 때가 많다. 사실 약간의 아는 척은 사회생활의 기술이자 관계의 윤활유로써 귀엽게 받아들여질 수도 있으나 지나칠 경우, 특히 권위와 영향력이 있는 자리에서 ‘아는 척 + 확신’이 일으키는 부작용은 사람들에게 상상 이상의 해악을 끼친다.

《인권옹호자 예수: 성경과 성소수자》는 바로 그런 해악을 이야기한다. 저자는 원래 그저 주어진 사회적 특권 속에서 살아온 ‘이성애자’이자 ‘남성’으로서 사회적 소수자와 약자에 정말 무관심하고 무지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학부 때 인종차별과 성차별을 다루는 수업을 듣고서 스스로가 편견에 얼마나 취약하고 무지했었는지 깨닫고 충격을 받았다. 깊은 반성을 하고서, 계속 공부했다. 지금은 모든 사람에게 평화롭고 평등한 사회를 꿈꾸며 성소수자 인권 관련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런 저자가 이 책에서 교회가 얼마나 편협하고 무지한 상태로 ‘성경 속 동성애’에 대해 아는 척하며 사람들을 정죄하고 있는지를 비판하고 있다. 성경은 상황과 배경, 맥락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다. 하지만 ‘동성애’에 대한 근본주의적이고 혐오적인 성경 해석이 의심 없이 수용되어서 성소수자들이 ‘음란함과 공포의 대상’으로 낙인찍혀 왔다고, 저자는 말한다. 또한 성경이 말하는 주된 가치는 ‘사랑’인데, 그와 상충되는 혐오와 배제의 도구로써 성경을 이용하는 한국교회와 그 지도자들의 일방적인 해석도 의심하고 비판한다. 저자는 무엇보다도, 단 한명의 성소수자와 인격적인 관계를 가져보지도 그들에 대해 제대로 알려고 하지도 않으면서 ‘아는 척’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한다.

모르는 것에 대해서는 모른다고 말할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해서 권위가 떨어지지 않습니다. … 자신의 무지를 인정해야만 제대로 된 지식을 얻을 수 있습니다. … 자신의 무지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부끄러운 일입니다.(144-145쪽)

저자 말대로 “성경은 우리가 실생활에서 마주하는 모든 질문에 대한 해답을 제공하지” 않는다. 그리고 성경 안에는 우리가 종종 이해할 수 없는, 상충하는 가치들이 공존한다. 때문에 모르면 모른다고 말하며 질문하고 의심하는 불편한 과정들을 각오해야 한다. 그 과정을 포기하면, 예수님이 함께하셨던 고아와 과부와 가난한 자와 성소수자와 같은 사회적 약자들은 배제와 차별 속에 고통받는다. 바로 예수님을 믿는 우리들에 의해서!


심에스더
성을 사랑하고 성 이야기를 즐겨하는 프리랜서 성과 성평등 강사이자 의외로 책 팟캐스트 〈복팟〉 진행자. SNS 중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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