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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두리에서 환대하시는 하나님 만나기
[333호 3인 3책]
[333호] 2018년 07월 30일 (월) 11:38:48 여정훈 goscon@goscon.co.kr
   
 

공정한 환대
레티 M 러셀 지음 / 여금현 옮김
대한기독교서회 펴냄  / 2012년                                                                                 

500명의 낯선 사람들이 제주도에 들어왔다. 이후 청와대 게시판에 올라온, 그들을 난민으로 받으면 안 된다는 내용의 청원에 70만에 가까운 국민이 동의를 표했다. 어떤 이들은 그들로 인한 여성 대상 범죄 증가를 염려했고, 어떤 이들은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의 테러를 걱정했다. 재난을 당한 이들에 대한 긍휼이나 지구 시민으로서의 동료애는 그 두려움 앞에 설 자리를 잃은 것 같았다.

사실 낯선 것에 대한 두려움은 어느 사회에나 있다. 모든 시대의 인간 사회는 새로운 ‘낯선 이’들을 발견하고, 격리하거나 방출했다. 신학자이자 목회자였던 레티 러셀(1929-2007) 역시 그 낯선 사람들 중 하나였다. 그는 여성으로서 남학생들로 가득한 신학교의 학생이 되었고, 여성 목회자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아직 알지 못하던 교회에서 목사로 안수 받았으며, 말년에 레즈비언으로 커밍아웃한 후에는 교단에서 부여한 목사직을 포기해야 했다. 어쩌면 그는 자신을 둘러싼 대부분의 환경에 적대감을 가질 수도 있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그가 온 삶을 바쳐 고민하고 실천한 주제는 ‘환대’였다.

레티 러셀의 책 《공정한 환대》는 삶의 동반자였던 섀넌 클락슨과 조교 케이트 오트가 저자의 유고를 모아 낸 결과물이다. 두 사람은 그의 말과 몸짓을 하나하나 기억해 가며 세상을 향해 끝까지 외치고 싶어 했던 목소리를 찾아냈다. 이들이 찾아낸 레티 러셀은 자신이 환대 받지 못한 경험들로부터 시작하여 ‘모든 사람을 위한 환대’로 가는 길을 끊임없이 모색하고, 삶으로 그 길을 걸으려 했던 사람이었다. 그가 마주친 세상은 근대 서구가 만들어 놓은 제국주의적 질서로 구성되어 있었고, 이 질서는 의사결정에서 배제된 이들을 계속 만들어냄으로써 안정을 유지하는 방식으로 유지되고 있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새로운 질서를 만들 수 있을까? 저자는 성경 안에서 우리 시대를 위한 메시지를 찾아낸다. 바벨탑과 오순절이 그것이다. 바벨탑은 힘으로 지배되는 균일한 세상의 이상을 보여준다. 그러나 하나님은 그것을 흩으시고, 다양한 언어와 문화가 존재하는 세상을 만드신다. 오순절에 성령을 체험한 이들은 서로 자기 언어로 말하는 이들의 목소리를 이해할 수 있게 되는 성령의 선물을 받았다. 이날 일어난 일치는 바벨탑이 추구했던 균질화하는 힘에 의한 일치가 아니라 다양성이 긍정되는 일치였다. 이런 방식의 일치는 예수의 삶에서도 드러난다. 그는 변두리로 밀려난 이들을 환대하시는 하나님에 대해 가르치고, 그것을 실천한 사람이었다. 물론 이 새로운 질서는 쉽게 도래하는 것이 아니다. 레티 러셀은 그것이 ‘불가능한 가능성’이라고까지 말한다. 그러나 희망이 있는 것은 하나님의 영이 우리 시대에도 사회의 변두리로 밀려난 이들 안에서 환대와 일치를 만들고 계시기 때문이다.

우리 시대를 덮은 두려움의 먹구름은 쉽게 가시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과 상관없이 세상의 변두리에서 오순절의 환대를 발견하는 사람들은 계속 나타날 것이다. 레티 러셀과 그의 친구들은 이 책을 통해 우리 또한 그 희망을 발견하라고, 새 시대에 대한 희망이 시들지 않게 하는 힘을 얻으라고, 우리를 변두리로 초대한다.

“그리스도 안에서 다른 사람들을 환영하도록 우리가 부름을 받은 것은 쉬운 과제가 아니다. … 공정한 환대가 우리를 안전하게 하지는 못하나, 차이가 나는 사람들에게 우리처럼 되라고 요구하지 않고 창조를 개선하는 작업에 위험을 각오하고 동참하게 만들 것이다. … 그 미래는 차이를 드러내는 창조의 무지개를 회복하려는 하나님의 계획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일에 개방된 그런 미래다.”(186쪽)

*이 책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크리스틴 폴의 책 《Making Room》은 《손대접》(복있는사람, 2002)으로 번역출간된 바 있다. 

 

여정훈
대학원에서 신약성서를 공부하던 중 공부에 재능 없음을 느끼고 기독교 시민단체에 취직한 후 자신이 일도 못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일 못하는 사람 유니온’을 만들었다. 《일 못하는 사람 유니온》의 공저자 중 한 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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