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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위일체 교리, 세계와 관계 맺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
[334호 3인 3책]
[334호] 2018년 08월 27일 (월) 16:15:02 여정훈 goscon@goscon.co.kr
   
 

선하신 하나님
마이클 리브스 지음 / 장호준 옮김
복있는사람 펴냄 / 2015년


나는 종종 불안감에 휩싸인다. 불안감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도둑같이 나를 찾아오고, 무엇 때문에 그런 느낌이 생겼는지는 항상 확실치 않다. 그것은 유령처럼 옅은 색채와 형상을 갖고 내게 와서, 어느새 나를 둘러싼 배경이 된다. 그럴 때는 내가 과거에 했던 일들은 모두 허망하고 미래에 있을 일들은 예외 없이 불투명하게 느껴진다. 이런 나에게 곤경에서 구원하는 하나님이나 기쁨을 주시는 성령 같은 단어들은 어떤 의미가 있는 걸까? 의사나 심리치료 전문가를 만나는 것이 더 실제적인 구원의 길은 아닐까? 물론 나도 극심한 불안을 느끼는 이들이 기도나 마음 고쳐먹기를 통해 자가 치료를 시도하기보다는 전문가의 처방을 받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불안감이 사회에 편만한 것이며, 일상을 구성하는 요소들에서 생겨난다면 개인적 처방 이상의 무언가가 필요하다.

마이클 리브스는 옥스퍼드의 유니온 신학교 학장이자 조직신학과 교회사를 가르치는 교수이다. 그는 기독교 정통신학의 내적 논리에 많은 관심을 가진 사람이고, 《선하신 하나님》 역시 그러한 관심을 보여주는 책이다. 이 책은 청교도 신학자들의 서술을 중심으로 삼위일체가 왜 중요한 교리인지를 논하고 있다.

리브스에 따르면 삼위일체가 중요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단일한 신격(이슬람의 알라, 영지주의자들의 신, 그리스 철학자들의 신)은 피조 세계를 기뻐하지 않고 심지어 이질적이라고 여기는 반면, 삼위일체 하나님은 스스로 창조 세계의 근원이 되신다. 하나님의 창조는 우발적 사건이 아니라 삼위 안에 태초 전부터 존재한 친교의 확장이자 반영인 것이다. 세계는 그 친교를 누리도록 창조된 것이다. 성부의 사랑을 충만하게 받는 성자 예수는 우리가 그 안에 있게 해 달라고 성부께 청원하는데, 이는 우리 역시 삼위일체 안에서 넘치는 사랑과 기쁨을 함께 누리게 해 달라는 의미이다. 그리고 하나님의 영인 성령은 우리 안에 계심으로써 우리가 예수와 같이 기름 부음 받은 자들이 되게 한다. 이렇게 피조물인 인간은 삼위일체의 친교 안으로 초대받는다.

삼위일체에 대한 이러한 이해는 왜 중요한가? 이 질문이 다시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불안감에 대한 문제의식으로 이끈다. 이 책에서 저자가 삼위일체와 대립시키려 하는 단일 신격은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과 많이 닮아 있다. 리브스에 따르면 그런 신들은 피조 세계의 존재를 낯설어하기 때문에 이 세계를 없애거나 자기 안에 통합하려고 한다. 우리 역시 타자를 낯설어하는 사람들로 성장했다. 광고에 능한 사업가들은 우리가 완벽하게 편안함을 느낄 세계를 제공해주겠다고 약속하는데, 그 세계는 지금까지의 취향에 비추어 봤을 때 내가 좋아할 만한 것들로 채워진 곳이다. 그러나 이것은 소비를 촉발하기 위해 구성된 허상이고, 매일 마주쳐야 하는 현실은 예측 못한 것들과 이해하기 어려운 사람들로 가득 찬 세상이다. 우리는 이런 세계 안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배우지 못했기에 늘 두려움 가운데 살아간다.

결국 삼위일체 교리는 세계와 관계 맺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다. 세상은 언제나 타자들로 가득하고 예상 못한 사건들은 계속 우리를 찾아오겠지만 이 모든 현실의 기초를 떠받치는 분은 자기를 내어주시는 삼위일체 하나님이다. 이 개념은 외부 세계를 대하는 우리의 정서에 영향을 미치고, 정서는 우리의 행동과 생각의 방향을 인도할 것이다. 이 길 위에서, 온전히 사랑받고 온전히 친교하는 주체들로 이루어진 사회에 대한 상상력을 공급받아 다가올 새 나라의 사람으로 성장한다.

*전반적으로 매끄럽게 번역되어 읽기 좋으나, 84쪽의 ‘토를 하다’는 어색한 표현이다.
*이슬람 세계에 대한 저자의 편견이 곳곳에서 보인다. 예를 들어 162쪽에서 저자는 이슬람 세계가 단일한 문화를 가진 것처럼 묘사한다. 저자 역시 삼위일체 하나님을 닮아 가는 과정에서 이런 편견을 뛰어넘게 되기를 기도한다.  

 

여정훈
대학원에서 신약성서를 공부하던 중 공부에 재능 없음을 느끼고 기독교 시민단체에 취직한 후 자신이 일도 못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일 못하는 사람 유니온’을 만들었다. 《일 못하는 사람 유니온》의 공저자 중 한 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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