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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아포칼립스’를 상상할 것인가
[336호 3인 3책] 퀴어 아포칼립스 / 지음 / 현실문화 펴냄 / 2018년
[336호] 2018년 10월 29일 (월) 16:29:12 오수경 goscon@goscon.co.kr
   
 

“나는 왜 없지 않고 있는가?” 인간이 왜 존재하는지 그 이유를 묻는, 꽤 오래된 질문이다. 이 질문을 반대로 하면 어떨까? “나는 왜 있지 않고 없는가?” 말장난 같지만, 자신이 가진 신념이나 지향으로 존재 자체를 부정당하는 어떤 이들에게는 절박한 질문일 수 있다. 그리고 누군가는 그런 이들을 향해 “당신은 왜 있지 않고 없어야 하는가?”를 자신이 믿는 ‘성경적 근거’를 동원하여 있는 힘껏 설파한다. 그렇게 부정당하거나, 부정하는 존재들의 중심에는 성소수자가 있다. 성소수자를 둘러싼 다양한 형태의 갈등은 위와 같은 질문의 연속적 실천이다. 성소수자들과 그들을 지지하는 ‘엘라이’들은 끊임없이 ‘있음’을 증명해야 하고, 그에 반대하는 이들은 끈질기게 ‘없음’을 주장한다.

최근 몇 년 사이 사회적으로 성소수자(퀴어)에 관한 논의의 장은 확산되었으나 그들을 향한 ‘반퀴어’운동의 저변도 확대되었다. 좋게 말해 ‘운동’이지 사실은 ‘혐오 행위’에 가까운 이 흐름의 최전선에 개신교가 있다.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신 예수님을 따르는 이들이 “사랑해서 반대한다”며 어떤 존재를 부정하는 도구로 신앙을 이용해 자기들 행위를 정당화할 때, 그 혐오에 오염된 신앙을 어떻게 구원해 낼 수 있을까? 나아가 ‘혐오신앙’으로 존재를 부정당하는 이들과 어떻게 연대할 수 있을까?

이 질문은 《퀴어 아포칼립스》의 문제의식이기도 하다. 그리스도인 퀴어 활동가이며 문화연구자인 저자, 시우는 다양한 인물들과 인터뷰와 관찰 연구를 통해 퀴어운동과 반퀴어운동, 그리고 두 영역에 포섭되지 않은 다양한 입장이 공존하는, 복잡한 지형을 정리했다. 이 책은 동성애가 성경적으로 죄인가 아닌가 하는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루지는 않는다. 대신 시우의 연구를 통해 우리는 보수 개신교의 반퀴어운동은 왜/어떻게 형성되었는지, 침묵하고 방관하는 복음주의에 의해 혐오는 어떻게 보수 개신교를 대표하게 되었는지, ‘혐오 vs. 사랑’으로 단순화된 지형 틈에 존재하는 ‘퀴어 디아스포라’는 누구인지 면밀하게 접할 수 있다. 보수 교회에서 성장해 교회 내부 사정을 잘 아는 ‘내부자적 외부자’인 저자의 분석과 통찰은 때로 아프게 읽히지만, 우리가 직면해야 할 현실이다.

불편하더라도 이 현실을 직면할 이유는 간단하다. 동성애가 설령 ‘죄’라고 해도 예수님은 죄인을 사랑하시는 분이지, 혐오하시는 분은 아니기 때문이다. ‘진리가 자유케’ 하는 게 아니라 진리가 누군가를 ‘혐오케’ 한다면 그것이 진리가 아니거나, 누군가 진리를 잘못 알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에게는 어떤 결론을 내리기에 앞서 다양하게 학습하며 숙고할 책임이 있다. 이렇게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뛰어넘어 새롭게 보고, 고민하고, 공존의 틈을 내려는 노력을 시우는 ‘사이 공간’이라 부른다. 사이 공간이란, 이 책이 상상하는 ‘아포칼립스’의 단면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책의 제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퀴어’란 단순하게 ‘동성애’나 ‘성소수자’로만 호명되지 않는 다양한 존재를 의미하며 ‘아포칼립스’란 묵시를 뜻한다. 이 두 개의 단어가 묶인 세상은 어떠할까? 묵시는 그 끝이 종말일지, 새로운 세상의 도래일지 아직 모른다. 그래서 반퀴어운동을 소개하는 이 책의 전반부는 종말의 재현처럼 다소 비관적으로 읽히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새로운 세상’을 상상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그리고 그 상상력은 저절로 생기지 않는다는 게 묵시의 신비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이미와 아직’ 사이의 과정에 관한 이야기로 보았다. 그 과정 중에 존재하는 무수한 점들이 모여 선이 되고, 하나의 형태가 되는 것, 그 형태는 이 책이 말한 사이 공간을 넓히고, 많아지게 하는 것일 테다. 이 책을 읽은 당신은 어떤 ‘아포칼립스’를 상상할 것인가.  


오수경
낮에는 청어람ARMC에서 일하고 퇴근 후에는 드라마를 보거나 글을 쓴다. 세상의 수많은 이야기에 관심이 많고 이웃들의 희노애락에 참견하고 싶은 오지라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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