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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와의 관계를 정직하게 씨름하다
[338호 3인 3책]
[338호] 2018년 12월 27일 (목) 17:03:19 심에스더 goscon@goscon.co.kr
   
 

교회를 찾아서
레이첼 헬드 에반스 지음 / 박천규 옮김
비아 펴냄 / 17,000원       
                                                    
크리스마스를 시작으로 연말을 지나 새해를 맞을 때 교회라는 존재는 꽤 의미가 있다. 각종 성탄 행사, 송구영신 예배, 새해맞이 특별새벽기도회 등 연말과 새해에 어울리는 굵직한 행사들이 교회에서 진행된다. 적당히 들뜬 연말 분위기가 교회에 모인 이들과 그들이 참여하는 행사들을 더 흥겹게 만들기도 한다. 개인적으로는 다양한 연말 행사를 준비하며 교회에서 거의 살다시피했던 (지~나가 버린) 어린 시절의 즐거운 추억들이 떠올라 애틋하기까지 하다. 그래서인지 이 평화로우면서도 다분히 이벤트적인 흥겨운 시간들을 다 보낸 후 맞는 일상적인 1월 둘째 주(첫 주까진 대부분 이벤트의 기운이 남아있으므로)의 기분은 참 허무하다. 그런데, 올해는 허무하지 않다!

어째서인가 하니 본의 아니게 이번 연말과 새해엔 피치 못할 사정이 생겨 교회에 못 나가는 날이 더 많았다. 그러니 행사에 참여하지도, 연말에 교회가 주는 특유의 따뜻하고 평화로운 이벤트성 기운에 취하지도 못하게 되어 평소 실망스런 교회 현실에서 감당할 괴리감을 느낄 기회조차 차단된 것이다. 이렇게 되고 보니 허무함은 덜한데 스스로에게 자꾸 질문하게 된다. 의미가 없지는 않은 이벤트성 행사가 주는 환상 말고, 현재의 교회는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누군가는 (사실 우리 아부지는) 교회가 뭘 그렇게 실망시켰고 교회를 비판하는 너희는 뭐가 그렇게 당당해서 교회를 함부로 판단하냐며, 쉽게 떠나는 사람 치고 믿음 좋은 사람 못 봤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 말의 진위 여부를 떠나 점점 더 빠르게 증가하는 가나안 성도를 단순한 변심과 경솔한 태도의 결과로만 볼 수 없다. 교회를 떠났다가 돌아온 경험을 적은 《교회를 찾아서》에서 저자 레이첼 헬드 에반스는 교회가 자기 삶의 많은 부분들을 차지해왔음을 인정하면서도 교회를 떠날 수밖에 없었던 이유들을 이야기한다. 그녀는 부조리한 세상이라도 자기 이익만 지켜지면 그만인 신앙의 모습에 의구심이 들었다.

어떤 그리스도교인은 스타벅스 매장에 커피를 사러 갔는데 유난히 줄이 길어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고 한다. 알고 보니 그것은 고속도로에서 난 14중 충돌사고에서 자신을 보호한 하느님의 손길이었다고 그는 간증했다. 어떤 그리스도교인은 주변 이웃집들을 모조리 불태운 산불이 유일하게 자신의 집만을 태우지 않았다며 하느님의 은총을 노래했다. 이러한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나는 하느님의 은총이 비추지 않는 그늘 속에서 신음하고 절규했을 피해자들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265쪽)

교회를 떠나야 하는지, 새 교회는 어떻게 찾는지, 하나님은 정말 계신지는 책에 나오진 않는다. 다만 저자는 자기 교회를 사랑했고, 실망했고 비판했고 의심했으며, 떠났고 질문했고 정직하게 반응하기를 멈추지 않았던 과정을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그 과정이 있었기에 그가 추구했던 진리를 더 깊이 알아가며 ‘같지만 다른’ 교회로 돌아올 수 있었던 것이다.

내가 제일 좋아했던 교회 행사마저 내게서 의미를 잃은 지금, 적어도 허무하진 않지만 그래서 더 교회에 미련을 가지기 어려워진 이 새해에 어떤 결정을 내리게 될지 아직도 모르겠다. 하지만 아직 바람은 남아있음을 깨닫는다. ‘헤매기‘와 ‘기다림’을 포기하지 않기를, 결국 “우리가 이 세상을 헤쳐 나가 그리스도의 품에 안길 때까지 우리는 교회로 충분하다는 진실에 눈을 뜨게” 되기를 아직은 바란다.

 

심에스더
성을 사랑하고 성 이야기를 즐겨하는 프리랜서 성과 성평등 강사이자 의외로 책 팟캐스트 〈복팟〉 진행자. SNS 중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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