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2호 3인 3책]

적당맘 재능맘
백소영 지음
대한기독교서회 펴냄 / 2019년           
                                   
“엄마의 열의와 정성 등등이 있으면 아이의 성공 가능성이 더 커질까?” 친구들 단톡방에서 한 친구가 불쑥 질문을 던졌다. 중고딩 때부터 서로의 치부와 흑역사를 알고 있는 미물들이지만, (나를 포함한) 대부분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랍시고’ (얘들아 미안) 아이의 성공과 관련한 질문에는 평소보다 진지하게 생각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열의와 정성이 향한 방향이 중요하지 않을까?” “성공의 기준도 다 다른 거 같아.” “아이의 성공엔 1.지원 2.재능 3.변수 세 가지가 맞아떨어져야 된대. 근데 3번이 최고 복병이라는데?” “일단 열의, 정성, 부지런 이런 것들의 정의가 뭘까?”  “나나 좀 성공하자.” 등, 우리는 아이에 대한 이야기뿐 아니라 ‘인간 개인’인 자신에 대한 생각들도 열심히 나누었다.

확실히 우리가 자랄 때와는 많이 달라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땐 최선을 다해서 부모가 자녀를 지원해주고 자녀는 아무 걱정 없이 ‘공부만’ 하면 된다는 인식이 강하지 않았나? 그게 사실 진짜 어려운 거였지만 먹(이)고 살(리)고에 인생을 거느라, 원했어도 교육받지 못했던 부모들 입장에서는 자녀들이 가장 할 만한 미션이 바로 공부였을 거다. 그러나 ‘공부가 가장 쉬웠다’는 전국 1등들의 인터뷰를 간증처럼 읽으며 오히려 상대적 박탈감이나 억압을 느껴왔을 우리 세대가 부모가 되니, 양상이 달라지고 있다. 물론 공부를 통해 세상의 피라미드 꼭대기에 올라갈 수 있다고 믿는 부모도 여전히 있겠지만, 이제는 많은 부모가 ‘공부’만으로 성공할 수 없다고 생각할 뿐만 아니라 어른들이 바라는 성공을 아이들에게 강요하는 것이 과연 옳은가 하는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 아이들을 획일적으로 줄 세워 놓고 채찍질과 당근으로 조련하며, 빨리 앞사람을 제치고 먼저 가야 한다고 가르치는 목소리에 의구심을 가지게 된 것이다. 내 친구들처럼 세상이 말하는 ‘성공의 기준’에 대해 궁금해 하고, 부모가 아이에게 지원하는 ‘열의와 정성’의 방향성이 중요하다고 말하면서. 그리고 내 인생 역시 아이 인생만큼 중요하다고 생각하면서. 그래서 ‘엄마(아빠)’로서도 개인으로서도 균형을 이루는 삶을 추구하면서.
 
백소영 교수의 신간 《적당맘 재능맘》에서는 이런 복잡한 요즘 ‘엄마(아빠)’들의 고민을 섬세하게 다룬다. 저자는 사회와 제도의 변화에 따라 달라져온 엄마(아빠)의 역할을 사회학적으로 분류하고 전통적인 1세대부터 다가올 4차 산업혁명 시대의 4세대까지 특징별로 소개한다. 또한 산업혁명 때마다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온, 그래서 수행하거나 하지 못했을 때 느꼈을 다양한 ‘제도적 감정’에 대해 다루며 특히 부모로서 가지는 실패감과 죄책감이 이 ‘제도적 감정’ 과 관련이 있음을 알려준다. 뿐만 아니라 경제가치에 따라 등급이 나뉘고 기계가 더 능숙하게 인간의 자리를 대체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하여 어떤 인간 개인으로 사회를 살아가고 어떤 ‘엄마(아빠)’로서 아이들을 키울 것인가를 함께 고민하고 있다.

맨 처음 화두를 던진 친구의 질문은 사실 ‘우리가 열의와 정성 등이 부족해서, 나 때문에 아이가 실패하면 어떡하지?’일 것 같다. 시대가 바뀌면서 아이에게 요구하는 하나의 성공 기준에 의문을 가지고, 엄마로만 정의되어지는 내 인생에 대해 반박하면서도, 아이와 관련한 ‘죄책감’이 마음 깊숙이 박혀 있다. 이런 감정 역시 사회가 우리에게 요구하는 ‘제도적 감정’일 수 있다. 물론 나는 나답게, 아이도 한 개인으로 ‘알아서 살도록’ 키우는 일이 더 힘들 수도 있지만 ‘제도적 감정’에 휩쓸리며 엄마 역할을 수행한들 ‘성공’이 보장되는 것도 아닌데! 그러니까 이 시대의 엄마로서 이런 생각을 먼저 하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나나 좀 성공하자!

 

심에스더
성을 사랑하고 성 이야기를 즐겨하는 프리랜서 성과 성평등 강사이자 의외로 책 팟캐스트 〈복팟〉 진행자. SNS 중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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