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3호 3인 3책]

예수 신경

스캇 맥나이트 지음 / 김창동 옮김
새물결플러스 펴냄 / 2015년                         

처음 글 요청을 받았을 때 ‘1년쯤 쓰겠구나’ 예상했는데 어느새 1년 하고도 반 바퀴를 더 돌아왔다. 좋아하는 책을 열두 권쯤 소개하려 했던 계획도 바뀌어 여섯 권이나 더 소개하게 되었는데 이것은 큰 도전이었다. 막상 소개할 만한 책이 별로 생각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월말이 되면 책장 앞을 수십 번씩 오가며 책을 집었다 놓았다 했고, 마감일을 넘겨서야 다 읽고 급히 써 보낸 적도 있었다.  

여러 미흡한 부분이 있었지만 내가 추천한 책들을 읽으면서 독자들이 한 가지 경험을 하기를 바랐다. 내 맘대로 ‘360도 회심’이라고 붙인 과정이 그것이다. 이 과정에 대해 이야기하려면 ‘180도 회심’부터 먼저 이야기해야 한다. 연재 초반에 소개한 존 도미닉 크로산과 마커스 보그의 책은 이 과정을 대변한다. 이들의 책은 ‘보수적’ 기독교의 언어를 넘어서는 희열을 선사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인간은 유인원과의 공통 조상으로부터 진화한 것 같은데 교회에서는 흙덩이에 생기를 불어넣어 만들어졌다고만 가르쳐서 고민될 때, 아무리 생각해도 죄 문제는 피해자의 용서를 통해야 해결되는 것 같은데 교회에서는 예수의 보혈로 사함받으면 그만이라고 가르쳐서 찜찜할 때, 이들의 책은 큰 도움이 된다. 이 과정은 처음 기독교인이 되기 위해 믿어야 했던 것들을 부정하며 시작하기에 ‘180도 회심’이라고 (남들이 뭐라고 부를지는 모르지만) 나는 부른다.

그렇다면 360도 회심은 무엇인가? 이 이야기를 하려면 20세기 중반 독일 신학자 루돌프 불트만 이야기를 먼저 해야 한다. 불트만보다 조금 앞선 시기에 알버트 슈바이처라는 의사이며 오르간 연주자이자 성서학자였던 괴인이 나타나 신약 복음서에서 ‘역사적 예수’를 직접 발견하려는 시도는 모두 물거품으로 돌아갔다고 선언했다. 불트만은 슈바이처의 청천벽력 같은 소리로부터 희망의 가능성을 찾은 사람 중 한 명이었다. 성경에서 역사적 사실 그대로를 추출할 수 없다면 무엇이 남는가? 그의 대답은 ‘문학적 단편들’이었다. 이것을 ‘양식비평’이라고 한다. 이야기를 담는 틀인 문학적 양식은 그 내용보다 강력한 것이라 이야기의 내용을 바꿔 놓는다. 그래서 예수 이야기와 그의 어록 역시 신화, 민담, 혹은 구약의 어떤 틀에 맞추어 변형되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왜 희망의 이유인가? 이렇게 신약을 읽으면 초기 교회가 예수를 누구로 믿었으며, 거기에서 어떤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발견했는지를 읽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불트만의 논문과 설교문을 읽으며 나는 더 이상 성경으로부터 ‘비과학적’인 이야기들을 쳐낼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것들은 어떠한 상상력과 정서, 청자의 반응을 이끌어내기 위한 문학적 장치로서 거기 있었기 때문이다. 

스캇 맥나이트는 이전에도 한 번 소개한 저자다. 그는 불트만과 신학적으로 다른 노선에 서 있지만 ‘360도 회심’과 관련된 중요한 인물이다. 교회에 실망한 많은 이들이 예수의 공동체와 교회 사이의 단절을 강조함으로써 예수의 초기 제자 집단을 이상화하는 것과 대조적으로, 맥나이트는 예수가 독자적 종교 집단을 창설하고 직접 양육했다고 주장함으로써 교회와 예수 사이의 연속성을 강조한다. 그는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을 하나의 신조로 엮은 “예수 신경”이 주기도문과 사도들의 서신을 비롯한 초대교회의 자료들 안에서 일관적으로 나타난다는 사실을 《예수 신경》에서 열심히 주장했다. 그렇다고 그가 아무 근거 없이 성경을 문자 그대로 믿는 것은 아니다. 그는 근대 이후 성서 연구 방법들을 알고 있고, 인류학적인 관점에서 개연성 있는 방식으로 예수를 그린다. 

불트만과 맥나이트처럼 회의와 의심의 시기를 지나 성경과 교리의 언어로 다시 돌아온 이들은 이전 세대가 떠나려 애썼던 그 무지와 미신의 세계로 다시 돌아온 것인가? 아니다. 위에서 볼 때에 360도 회전인 이 자리는 옆에서 보면 나선형이다. 최근 별세한 레이첼 헬드 에반스가 사랑했던 교회를 떠났다가 되돌아왔을 때 어린 시절 배운 것들을 다시 이해하게 됐던 것처럼, 우리 세대가 주일학교에서 배웠던 교리들 역시 새로운 시대에 새로운 방식으로 빛을 발하기를 소망해본다. 


여정훈
대학원에서 신약성서를 공부하던 중 공부에 재능 없음을 느끼고 기독교 시민단체에 취직한 후 자신이 일도 못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일 못하는 사람 유니온’을 만들었다. 《일 못하는 사람 유니온》의 공저자 중 한 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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