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4호 에디터가 고른 책] 보이지 않는 세계

   
▲ 『보이지 않는 세계』, 마이클 하이저 지음, 손현선 옮김, 좋은씨앗, 28,000원

“목표는 간명하다. 성경을 펼쳤을 때 고대 이스라엘 사람이나 1세기 유대인처럼 성경이 눈에 들어오고 인식되며 사유되도록 하는 것이다. ‘그들’의 초자연적 세계관이 ‘당신’의 머릿속에 탑재되는 것이 나의 바람이다.”

부제는 ‘성경의 초자연적 세계관 회복하기’이다. 700쪽 분량의 이 책은 고대적 사유로 성경 전체를 일관성 있게 읽어낸다. 저자는 성경과 고대 근동을 연구하는 학자로, 고대사와 히브리어 연구로 석사 학위를, 히브리어 성경/셈어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의 연구 방향을 결정한 말씀은 시편 82편이다.

‘하나님(엘로힘)은 신들의 모임 가운데 서시며 하나님은 그들(엘로힘) 가운데에서 재판하시느니라.’(Laxham English Bible)

히브리어 문법에 따르면 두 번째 ‘엘로힘’은 복수형으로 번역되어야 함을 알아챈 저자는 이를 어떻게 해석해(받아들여)야 하는지 혼란스러웠다. ‘마치 다신론과 그리스 신화에나 나올 법한 만신전 같지 않은가?’ 복음주의 안팎 학계에서 만족스러운 해답을 얻지 못한 그는 스스로 이 문제에 뛰어들었다. 박사논문 주제로 삼았고, 15년을 매달려 명료한 답을 얻었다. 이 책이 바로 그 결과물이다.
 
치밀한 논증의 과정을 거치고 있기에, 이 짧은 글에 그 ‘답’을 적을 수는 없을 것 같다. 다만 답을 찾아가는 과정은 분명 흥미진진하다. ‘네피림의 후손들은 어떻게 홍수에 살아남았을까?’ ‘야곱은 왜 야훼와 그의 천사들을 그의 기도에 함께 융합시켰을까?’ ‘왜 바울은 악령을 지리적 지배의 관점에서 묘사했을까?’ 등의 질문을 던지며, 성경 기자들의 일관된 ‘초자연적 세계관’을 드러낸다.

그런데 논증의 결과가 내가 아는 ‘신앙’ 또는 ‘교리’와 충돌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초자연적 세계관을 탑재하다가 내 안의 ‘기독교 세계관’이 허물어지면 어쩔 것인가? 이와 관련해 저자는 ‘소중한 손수레를 통째로 뒤엎진 않더라도 지뢰밭길이 될 것’이라 비유했다. 국내외 스무 명에 가까운 저명한 학자들이 추천하고 있으니 “흥미진진하고 믿음을 견고하게 세워주는 훈련이 될 것”이라는 저자의 말을 믿고 지뢰밭길로 들어서 보자.

 

이범진 기자 poemgene@gosc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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