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6호 에디터가 고른 책] 돈 일 교회 / 김문선 지음 / 이야기books 펴냄

   
▲ 《돈 일 교회》김문선 지음이야기books 펴냄/ 13,000원

몇 년 전만 해도 ‘일하는 목사’를 특별하게 보고, 그의 썰(說)에서 신선함을 느끼는 이들이 많았다. 강단 위에서 거룩한 말만 쏟던 이가 ‘거친 노동 현장에서 낯선 경험을 통해 비로소 평신도를 이해하게 되었다’는 식으로 말하면 꽤 신선한 반향을 일으켰다. 요즘은 그때보다 더 많은 목사들이 교회 밖 노동 현장에 종사하고 있지만, 썰이 잘 유통되지 않을 뿐더러 사람들에게 신선함을 주지도 못하는 듯하다. 이제 노동은 꽤 많은 목사들의 일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 책은 노동 현장을 ‘낯선 경험’이 아닌 날마다 지긋지긋한 일상으로 보내는 목사(전도사)들의 치열한 이야기를 담았다. (진부한 일상에서 거친 고민을 길어 올리는 열 사람의 인터뷰이 중 여성이 한 명도 없는 점은 아쉽다.) 이들이 노동 현장에 몸담은 이유는 저마다 다르며 고민의 깊이도 다르다. 공통점이 있다면, 삶의 자리가 변하자 신앙(신학)의 변화가 찾아왔다는 것. 저자는 이 지점에 천착해 열 명의 노동자로부터 통찰을 얻는다.

“삶의 자리가 다양해지고 경험의 폭이 넓어질수록 진리는 모호해진다. 존재와 삶의 이야기는 불명확해진다. 인생이 단순하지 않기 때문이다.”

인터뷰이들은 인생사의 복잡함, 진리의 흐려짐을 경험하며 ‘돈’ ‘일’ ‘교회’에 대한 정의도 달라지기 시작했다고 고백한다. 치열하고 고된 일상, 그 진부함이 벼린 삶의 고민은 주제넘지 않으면서도 가볍지 않다. “황 목사가 정의하는 오늘날의 제자도는 거창하지 않다. 평범하고 소탈하다. 보통의 삶이다. 이런 삶을 방해하는 구조에 대한 문제를 인식하고 본질로의 회복을 모색하는 여정이다.” 이들에겐 ‘거룩함’이 아닌 ‘평범함’을 인정하는 용기가 발견된다.

요즘 30대 목회자들의 주된 고민은 ‘라인(?)을 탈 것인가, 자기 목회를 할 것인가?’라고 한다. 이미 질문 속에 답이 있는데도 결심이 어렵다면, 이 책을 통해 자기 길을 걸어간 이들의 삶을 진지하게 살피길 바란다.

 


이범진 기자 poemgene@gosc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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