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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식어가네
[345호 시사 잰걸음] 사랑의교회 논란, 표절에서 지하 점용까지
[345호] 2019년 07월 31일 (수) 11:36:48 박제민 goscon@goscon.co.kr

사랑의교회는 1978년 3월에 시작됐다. 고 옥한흠 목사와 9명의 성도들이 서울 강남의 가난한 사람들을 전도하기 위해 교회를 개척했다. 처음 이름은 강남은평교회였는데 1981년 9월부터 띄어쓰기 없이 ‘사랑의교회’로 이름을 바꿨다. 옥한흠 목사는 제자훈련에 집중했는데 이것이 큰 호응을 얻으면서 의도치 않게 교회가 커졌다. 어쩔 수 없이 1983년 7월부터 교회 건물을 짓기 시작했다.

교회 건물을 짓는다고 하니까 지역 주민들이 크게 반발했다. 그러자 사랑의교회는 주민들과 대화를 통해 예배실을 지하에 설치하고 지상은 마당으로 만들어 개방하는,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방법을 통해 타협을 이끌어냈다. 흔히 강남예배당이라 부르는 이곳은 1985년 1월에 완공됐다. 강남예배당은 사랑의교회가 2013년 11월에 서초예배당을 지어 옮기기 전까지 약 28년 동안 사용됐다.

사랑의교회는 서울 강남의 초대형교회로 성장했다. 그러나 다른 대형교회와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옥한흠 목사는 “사랑의교회가 비록 강남에 위치해 있지만, 이 나라의 1%도 안 되는 강남의 가진 자들을 위한 교회라는 이미지를 준 일이 별로 없다”고 한 적이 있는데 틀린 말이 아니‘었’다. 대형교회의 문제가 서서히 드러나고 있었지만 사랑의교회에는 큰 문제가 없었고 오히려 모범적인 교회로 여겨졌다.

   
▲ 강남예배당은 사랑의교회가 2013년 11월에 서초예배당을 지어 옮기기 전까지 약 28년 동안 사용됐다. ⓒ복음과상황

2001년 7월에 옥한흠 목사는 “65세까지 담임 목사로 시무한 후 은퇴하겠다”고 발표했다. 교단이 정한 정년보다 5년 이른 것이었다. 후임으로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남가주사랑의교회를 개척해 대형교회로 성장시킨 오정현 목사가 선정됐다. 옥한흠 목사는 후임자의 스타일이 자신과는 다르지만 “제자훈련 목회철학으로 무장한 지도자”이므로 교회에는 더 좋은 영향을 줄 것이라고 치켜세웠다. 대형교회 세습이 본격화하던 시절에 사랑의교회의 리더십 교체는 역시 모범적이라고 평가받았다.
그러나 매우 안타깝게도 오정현 목사가 부임한 이후 사랑의교회에는 많은 문제가 생겨났다.

논문 표절, 학력 위조, 목사 자격 의혹
2012년에 오정현 목사의 박사학위 논문이 표절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사랑의교회는 현직 교수인 장로들로 구성된 조사위원회를 구성했다. 오정현 목사는 “어떤 부정직한 증거라도 나온다면 담임목사직에서 사퇴하겠다”고 공언했다고 한다. 이후 조사위원회는 ‘심각한 표절’이라고 결론 내렸지만 오정현 목사는 사퇴는 하지 않았고 6개월 동안 자숙만 하고 돌아왔다. 오히려 조사위원을 맡았던 대부분의 장로가 교회를 떠났다. 

학력 위조 의혹도 제기됐다. 사랑의교회로 올 때 소개됐던 자타가 공인했던 그의 학력은 사실이 아니었다. 처음부터 바로잡을 수 있었을 텐데 그러질 않았다. 침묵했고 그다음엔 변명했고 그러다 또다시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지는 악순환이 거듭됐다. 분명히 할 것은 학력 자체가 아니라 학력을 위조하는 거짓말이 문제라는 것이다.

갈수록 태산이라고, 오정현 목사에게 예장합동 교단의 목사 자격이 없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일부 교인들은 소송을 제기했다. 오정현 목사는 미국장로교(PCA)에서 목사 안수를 받고 편목 과정을 거쳐 예장합동에서 목사 안수를 받았다고 알려졌었다. 그러나 오정현 목사의 학적부엔 편목 과정이 아닌 ‘신학 전공 연구 과정’으로 편입하여 졸업했다고 기재되어 있었고, 대법원은 이를 편목 (편입) 과정이 아닌 일반 편입 과정으로 판단하여 오정현 목사가 예장합동 소속 목사가 아니라고 판결했다. 그 사이 오정현 목사는 갑자기 생긴 2주짜리 초단기 편목 과정에 참여했다. 이로써 교회는 절차적 하자가 없어졌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으며, 대다수 교인은 오정현 목사를 지지하고 있다.

공공도로 지하를 탐낸 예배당 건축
2009년 9월에 사랑의교회는 건축위원회를 구성하고 서초역 인근에 2,100억 원을 들여 새 예배당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사랑의교회의 규모에 비해 기존의 강남예배당이 비좁은 것은 사실이었으나, 상상을 초월하는 교회 건축은 분명 그동안 사랑의교회가 지향했던 것과 이질적이었다.

   
▲ 과거 사랑의교회는 주민들과 대화를 통해 예배실을 지하에 설치하고 지상은 마당으로 만들어 개방하는,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방법을 통해 타협을 이끌어냈다. ⓒ복음과상황

사랑의교회는 서초예배당을 건축하기 위해 대림산업으로부터 서초역 앞 땅을 1,175억 원에 샀다. 그런데 당초 6,000여 석 규모의 예배실을 만들려고 했던 것과 달리, 구입한 땅에는 4,500석 정도밖에 만들 수 없다는 견적이 나왔다. 사랑의교회는 서초구청에 구입한 땅 옆에 있는 공공도로의 지하 점용을 신청했다. ‘점용’이란 차지해서 쓴다는 뜻이다.

이런 황당한 신청에 관계 기관들은 꺼려했다. 서초구청 치수과는 하수처리를 위해 꼭 필요한 땅이라고 판단했고, KT와 서울도시가스도 필요한 장치들이 묻혀 있다는 이유로 반대했다. 하지만 서초구청은 교회 건물 중 일부를 어린이집으로 기부받는 대신 공공도로 지하 점용을 허가했다. 사랑의교회 신도이기도 한 이혜훈 국회의원(바른미래당, 서울 서초갑)은 2010년 6월에 사랑의교회 서초예배당 기공식에서 “날마다 이리 뛰고 저리 뛰며 노력했다”라고 말했다. 지위를 이용해 압력이라도 넣었던 걸까? 사실이라면 부정한 짓이다. 그냥 생색내려고 꾸며낸 말인가? 그렇다면 비열한 짓이다. 박성중 당시 서초구청장(현 자유한국당 국회의원, 서울 서초을)도 MBC 〈PD수첩〉과의 인터뷰에서 “다양한 경로로 여러 군데에서 요청이 있었다, 전 청와대 인사도 있었다”고 했다. 사실상 외압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 결과물이 지금의 서초예배당, 정식 이름은 사랑 글로벌 미니스트리 센터(Sarang Grobal Ministry Center)다. 지하에 마련된 6,500석 규모의 예배실은 기네스북에 세계 최대의 지하 예배실로 올라가 있다. (기네스북이 별 걸 다 한다.)

2011년 서초구민 294명은 서울시에 주민 감사를 청구했다. 감사 결과 서울시는 구청의 허가가 위법하다며 시정을 요구했다. 하지만 서초구청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자 서초구민 6명이 서초구청장을 상대로 사랑의교회에 대한 도로점용과 건축 허가를 취소해 달라며 주민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2심 재판부는 사랑의교회의 손을 들어줬다. 지하 도로 허가권이 주민소송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였다. 하지만 대법원 판결은 달랐다. 이 사건이 주민소송 대상이 맞다며 사건을 돌려보냈다. 그러면서 예배당은 보통의 시민들이 모두 이용할 수 있는 공공용 시설이 아니라고 못 박았다. 한마디로 ‘영적 공공재’ 같은 건 없다는 것이다. 다시 진행된 1심과 2심은 지하 도로 점용 허가를 취소한다고 판결했다. 특히 2심 재판부는 대형교회를 지향해 거대한 건축물을 건축하려는 의도로 도로 점용 허가를 추진했다고 꼬집었다. 한마디로 괜한 욕심을 냈다는 것이다.

사랑의교회는 지난 6월 1일에 갑자기 헌당식을 열었다. 헌당식은 대개 건축과 관련된 부채를 모두 갚았을 때, 이 건물을 온전하게 하나님께 바친다는 의미로 하는 의식이다. 사랑의교회는 서초예배당을 짓는 데 3,001억 원을 썼고 그중 은행에서 876억 원을 대출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 빚을 모두 갚은 것일까? CBS 보도에 따르면 아직 대출 등 부채를 완전히 털어내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면 대체, 왜, 느닷없이 헌당식을 열었을까? 한쪽에서는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헌당식을 열어 판결에 영향을 주려 했다는 시각이 있다.

헌당식은 6,500석이 꽉 찬 채로 진행됐다. 사람들이 많은 곳이니 정치꾼들도 한가득 와서 축사를 했다. 조은희 서초구청장도 그런 사람이었다. 서초구청장으로서 공공도로 지하 불법 점용 재판에 피고인이었지만, 그의 발언에는 거침이 없었다.

“이제 서초구청이 할 일은 영원히 이 성전이 예수님의 사랑을 열방에 널리 널리 퍼지게 하도록 점용허가를 계속해드리는 겁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대체 뭘 열심히 한다는 거지? 논란이 일자 서초구청은 ‘단순한 덕담’이라고 해명했지만 공정한 행정을 책임져야 할 공직자로서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었다.

사랑이 식어가네
대법원은 곧 사랑의교회 공공도로 불법 점용에 대해 판결을 내릴 예정이다. 지금으로서는 도로 점용 허가가 취소될 가능성이 크다. 판결이 확정되면 예배실 일부를 철거하고 도로를 복구하는 데 391억 원이 들 예정이다. 아니면 매년 수십억 원의 이행강제금을 내야 할 수도 있다. 사랑의교회는 재판에서 질 경우 이 비용을 서초구청에 청구하는 방법을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서초구청 도로점용허가처분에는 도로 점용과 관련해 발생하는 민·형사상 책임은 허가받은 자가 지게 돼 있다.

한편 오정현 목사가 예장합동 목사 자격이 없다는 대법원 판결 이후, 그동안 오정현 목사가 주도한 회의와 결정들이 줄줄이 무효로 판결을 받고 있다. 불법이고, 또 불법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사랑했던 사랑의교회는, 그저 그런 대형교회가 되어가고 있다.

불법이 성하므로 많은 사람의 사랑이 식어지리라 (마 24:12)

 


박제민
20대 끝자락에 기독시민운동 판에 들어와 어느덧 30대 후반이 되었다. 낮에는 기독 시민단체 실무자, 밤에는 ‘동네교회청년’ 활동가로 살아가는 30대 청년이다. 보수적인 교회와 선교단체에서 자라면서 세상 돌아가는 일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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