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5호 최은의 시네마 플러스]

미셸 오슬로 감독의 〈프린스 앤 프린세스〉(1999)는 빛과 그림자로 오려낸 평평한 이미지가 얼마나 생동감 있는지 보여준 실루엣 애니메이션이었어요. 평범한 왕자와 공주 이야기들을 모아놓은 것이 아니어서 더 좋았습니다. 이를테면 마녀를 해치워 공주를 ‘획득’해야 할 왕자가 느닷없이 그 마녀와 결혼하겠다고 선언하는 식이었죠. 사람들이 모두들 마녀의 성을 공격해서 무너뜨리려고 안달이 났을 때, 오슬로의 왕자님은 마녀의 문 앞에 서서 점잖고 예의 바르게 노크를 합니다.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견고한 성문이 그렇게 간단히 열렸어요. 생각해보면 미셸 오슬로는 장 편 데뷔작에서부터 그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키리쿠와 마녀〉(1998)에서도 키리쿠가 마녀를 사랑하게 되지 않던가요. 마을의 성인 남자들을 다 잡아먹었다고 알려진 마녀였습니다. 오슬로에게는 포악함 속에 감춰져 있는 두려움과 외로움, 작은 존재들 속에서 빛나는 거대한 힘을 볼 수 있는 눈이 있는 것 같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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