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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와 성격, 갑자기 변하면 죽는다?
[353호 기후변화 제국의 프로테스탄트]
[353호] 2020년 03월 19일 (목) 11:24:14 김진수 goscon@goscon.co.kr

 

지난 호에서는 이산화탄소가 이불 같은 역할을 하여 지구온난화를 일으킨다는 내용을 얘기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를 더 심도 있게 다루겠습니다.
 

날씨는 기분, 기후는 성격
기후변화를 살펴보기에 앞서서, ‘기후’가 무엇인지부터 더 자세히 따져보려 합니다. 사전적 정의에 따르면 기후는 “일정한 지역에서 여러 해에 걸쳐 나타난 기온, 비, 눈, 바람 따위의 평균 상태”입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날씨와 기후의 개념을 헷갈려 하는데, 쉽게 얘기하면 날씨는 매일매일의 기상 상태를 가리킵니다. 뉴스 마지막 순서에 나오는 일기 예보의 ‘오늘의 날씨’처럼 말이지요. 이와 달리, 기후는 오랜 시간에 걸쳐 관측한 날씨의 평균적인 상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비유로 설명하자면, 날씨는 ‘기분’과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어제는 기뻤는데 오늘은 우울할 수 있는 기분처럼, 어제는 맑았는데 오늘은 비가 오듯이 급변하는 게 날씨입니다. 반면 기후는 ‘성격’과 같습니다. 성격이 급한 사람과 느긋한 사람이 평소에 생활하는 패턴이 서로 다르듯, 기후가 다른 지역은 기상 상태가 평균적으로 다릅니다. 적도 지역의 열대기후는 주로 따뜻한 날씨를 가지고, 남극이나 북극의 한대기후에서는 날씨가 비교적 추운 것처럼 말이지요. 사람 개개인이 고유한 성격을 가지듯이 지역마다 고유한 기후를 갖습니다. 

그런데 성격이 개인의 고유한 영역이긴 하지만, 불변하는 특성은 아닙니다. 세월이 흐름에 따라, 상황에 따라 성격이 자연스럽게 변하기도 하는 것처럼, 기후도 지구상의 다양한 요소들이 상호작용하면서 변하기도 합니다. 단적인 예로, 빙하기와 간빙기만 보더라도 자연적으로 지구가 추워졌다가 따뜻해지기를 반복했던 기록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를 기후변동이라고 합니다. 2018년 여름에는 폭염이 극심했지만, 2019년에는 (여름이라 기본적으로 덥긴 했지만) 2018년만큼은 아니었습니다. 어떤 해에는 덥고 어떤 해에는 덜 덥기도 한 경년변동성(經年變動性, 10여 년 넘는 기간 동안 해마다 일어나는 자연현상의 변화)이 있습니다. 
 

우리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 ‘외부강제력’
기후는 자연적으로 변할 수 있지만, 외부 요인에 의해서 변할 수도 있습니다. 과학자들이 중생대에 공룡이 멸종했던 이유를 소행성의 충돌로 꼽는데, 이 충돌로 생긴 분진 때문에 지구 온도가 급격히 떨어졌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자연적인 변화 외의 외부적인 요인을 ‘외부강제력’이라고 합니다. 지난 글에서 언급한 ‘인류 활동으로 인한 이산화탄소 증가’도 기후를 변화시키는 외부강제력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성격이 느긋한 사람을 강제로 쳇바퀴 돌아가듯 바쁜 일터에 배치한 이후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처럼 성격이 조급해졌다면 외부강제력이 성격(기후)을 변화시킨 경우에 해당합니다. 하지만 자신의 성격이 매일매일 얼마나 변하고 있는지 잘 감지하지 못하듯이, 매일의 날씨에 비해서 기후도 느리게 변화하기 때문에 피부로 실감하지 못하는 게 현실입니다. 누군가 작년 이맘때의 날씨와 올해 이맘때의 날씨가 구체적으로 얼마나 다른지 설명하라고 한다면 기억을 더듬어 봐야 합니다. 기후는 삶의 시간적인 규모에 비해서 긴 호흡으로 변화하기 때문에 기후변화를 시급한 문제로 체감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관측 자료들은 사실을 말해줍니다. 예를 들면 한강 결빙 일수의 변화가 그렇습니다. 아래 그래프와 같이 한강 결빙 일수는 관측 이래로 꾸준히 줄어들고 있습니다. 우리가 체감하는 겨울은 여전히 춥지만, 한강을 얼리는 강도의 추위는 많이 줄어들었다는 사실을 관측 자료가 말해주고 있습니다.

   
▲ 겨울철 한강 결빙 일수 그래프

갑자기 변하면 죽는다?
많은 과학자들은 공룡이 멸종했던 이유 중 하나로 갑작스런 기후변화를 꼽습니다. 공룡을 비롯한 지구상의 생물들이 환경에 적응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과거의 온도가 현재 지구 평균보다 더 높았던 시기도 여러 번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온실가스 증가로 인한 기후변화가 자연적인 기후변동에 비해 빠른 속도로 일어나서 지구상의 생물들이 적응할 시간이 없다는 점입니다. 두 번째는 자연적인 변동이 아니라 인류 활동으로 인한 인위적인 강제력으로 생태계가 위험에 빠졌다는 점입니다. 

아래 이미지는 ‘지구 위험 한계선’ 평가 그래프입니다. 여러 가지 평가 항목 중 생물 종다양성과 관련된 부분은 고위험으로 평가되었습니다. 옛말에 ‘성격이 갑자기 변하면 죽는다’는 말이 있는데, 평소 안 하던 행동을 갑자기 할 때 주로 쓰는 말입니다. 기후가 갑자기 변하면 생태계가 파괴된다는 말에도 적용할 수 있습니다. 

   
▲ 지구 위험 한계선 (사진: 위키미디어 코먼스)

급한 일보다 중요한 일 챙기기
현대 사회에서 우리는 하루하루 치열하게 살아가기 바쁩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급한 일을 먼저 처리하다가 중요한 일들을 놓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일상 속에서 기후변화 문제 역시 우리에겐 그리 급한 문제로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가끔 뉴스에서 굶주린 북극곰이 가냘파 보일 때나 산불로 코알라 서식지가 위태롭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 ‘아이고, 큰 문제네’ 하고 잠시 생각하지만 돌아서면 그만입니다. 

우리는 대개 ‘불편한 진실’을 마주할 때, 고의적으로 망각하거나 회피하곤 합니다. 이는 하나님과 우리 사이의 ‘죄’ 문제와 유사하다고 생각합니다. 죄를 당장 회개하지 않더라도 오늘을 살아갈 수 있습니다. 내일도 살아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죄의 삯은 사망이며, 죄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내면은 하나님께로부터 점점 멀어지게 됩니다. 매일의 자리에서 치열하게 부끄러운 죄의 문제를 들고 하나님께로 나아가야 하듯, 기후변화는 더는 숨겨서는 안 되는 중차대한 문제입니다. 문제를 적극 파악하고 진실을 직면하며 행동하지 않으면 다음 세대가 살아갈 세상은 더 많은 대가를 치러야 합니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확산될 수 있는 질병들
앞으로 지구온난화로 인한 여러 문제를 다루겠지만,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전염병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에 지구온난화와 관련된 질병을 소개하면서 이번 글을 마치려고 합니다. 

말라리아, 뎅기열, 뇌염 등은 주로 모기를 통해 전파되는 질병인데, 지구온난화로 인해 열대 모기의 서식지가 북진함으로써 그 위험성이 심각해지고 있다는 보고가 잇따릅니다. 말라리아의 유행을 막기 위해서는 기온이 16도 이하로 떨어져야 하는데, 지구의 온도가 계속 상승한다면 세계 인구의 65%가 감염 위험에 노출될 것이라고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IPCC)이 보고한 적 있습니다. 또한 선(腺)페스트(흑사병)는 쥐에 붙어 있던 벼룩에 물려 감염되는데, 최근 연구에서는 지구온난화가 벼룩의 활동과 흑사병의 발생을 촉진할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마지막으로 콜레라 또한 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온도의 상승, 엘니뇨 현상 등의 영향으로 진행될 수 있다고 합니다. 

이번 코로나19를 보면서도 알 수 있듯이, 빠르게 전파되는 전염병은 그 자체만으로도 큰 위력을 가지는데 지구온난화로 인해 더 빠르고 넓은 지역으로 전파될 수 있다고 하니 책임 의식을 갖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가 무심코 발생시킨 이산화탄소로 지구 반대편 어딘가에서 누군가 전염병과 씨름하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우리는 ‘네 이웃을 사랑하라’는 말씀 앞에 부끄럽지 않을 수 있을까요.

다음 글에서는 구체적인 자료들과 함께, 현재 지구에서 관측되는 기후변화에 관해 자세히 다루겠습니다. 

 

 

김진수
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대기과학) 재학시절 한국기독학생회(IVF)에서 훈련을 받으며 하나님 나라와 기후변화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후 한국해양과학기술원, 포항공대를 거쳐 현재 영국 에딘버러 대학교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엘니뇨와 같은 이상기후 현상과 탄소순환, 기후변화 등의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4월부터 스위스 취리히 대학교 선임연구원으로 임용되어 북극과 고위도 기후연구를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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