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5호 동교동 삼거리에서]

 

얼마 전 ‘코로나 시대를 사는 청년들 이야기’를 담은 다큐 영상을 보았습니다. 한국의 대학생을 비롯하여 인도, 세르비아 등 해외 청년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는데요. ‘코로나가 끝나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게 뭐냐’는 다큐 PD의 마지막 물음에 별다르지 않은 대답이 나왔습니다. 학교 식당에서 라면을 사먹고, 친구들을 만나 시시콜콜 수다를 떨고, 함께 당구도 치고 맥주도 마시고, 길거리를 마음껏 돌아다니고…. 

당연했던 일상을 속절없이 앗아간 코로나19는 여전히 기세등등, 수그러들 줄 모릅니다. 최근 방역 일선에서 분투하는 책임자 한 분이 “정말 잔인한 바이러스”라고 했다지요. “나와 가까운 사람일수록 더 큰 피해를 주며 시간이 지나 공동체 전체에 피해가 갈 수 있다”면서요. 

언제 끝날지 예측이 어렵고 어디로 번질지 통제가 쉽지 않은 이 바이러스는 한 사람을 방아쇠 삼아 한 나라와 온 인류를 위협하기에, 무섭고 잔인합니다. 위험이 한 사람으로 끝나지 않고 산불처럼 삽시간에 퍼지기에, 공동체적 연대와 대응이 중요할 테지요. 국가안보를 넘어서는 ‘인간안보’(human security)가 중요한 이유도 그러할 터입니다. 개별 인간의 샬롬을 해치는 모든 위협 요소, 곧 기아, 빈곤, 질병, 환경파괴, 경제위기, 핵무기, 인권침해 등이 공동체적 안보의 위협 요소가 된다는 개념 말이지요. 

누구도 원치 않는 시대가 부지불식간에 닥쳐온 지금, 낯선 변화의 조류 속에서 신앙인으로서 생각하고 받아들여야 할 것은 무엇일는지요. 기술철학자(손화철 한동대 교수)와 생명과학자(양재섭 대구대 명예교수), 기독교윤리학자(구미정 숭실대 초빙교수)의 글과, 젊은 개척 교회 목회자들(오준규 낮은마음교회·박광리 우리는교회 담임목사)의 인터뷰 등 이번 호에 담아낸 알짬들이 작은 길잡이가 되길 바랍니다. 

북아일랜드 출신의 저명한 기독교 변증가 존 레녹스는 《코로나바이러스 세상, 하나님은 어디에 계실까?》(아바서원)에서 ‘도덕적 악’과 ‘자연적 악’을 구분하면서, 두 가지가 때로 연결되어 영향을 끼친다고 지적합니다. 나아가 ‘자연적 악’이 창궐한 이 팬데믹 상황에서 “취약한 이들을 방문해서 쇼핑을 돕고 필요한 동반자가 되어주는” 이웃사랑을 새삼 강조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불확실하고 불안정한 시간이 길수록 하나님의 선하심을 신뢰하며 하루하루 주어진 삶을, 일상을 잠잠히 감당하는 것이 어쩌면 최선일 수 있으리란 생각도 듭니다. 존 레녹스처럼 스펄전의 충고를 따르면서 말이지요.

“하나님은 너무 선해서 불친절할 수 없고 그분은 너무 지혜로워서 틀릴 수 없다. 우리가 그분의 손을 추적할 수 없을 때는 그분의 마음을 신뢰해야 한다.” 

   
 


옥명호 편집장 lewisist@gosc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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