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1호 에디터가 고른 책]
방대한 이사야서 66장을 ‘소명’ ‘예배’ ‘평화’ ‘고난받는 종’ ‘선교’ ‘하나님의 영’ 등 6가지 열쇳말로 정리하고 풀어낸 ‘이사야서 특강’이 나왔다. 《성경을 보는 눈》(김근주·박영돈·박영호, 2017) 《사도행전과 하나님 나라》(김형국, 2018) 등 성서유니온의 ‘LTC 주제강연’ 시리즈 여섯 번째 신간으로, 저자는 ‘구약성경 전도사’를 자처하며 구약의 메시지를 한국교회에 전하고 소개하는 일에 헌신해온 구약학자 차준희 한세대 교수다.
“시편과 함께 신약성경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구약의 책”이자 “구약 시대에 적어도 200년 이상에 걸쳐 선포된 말씀”인 이사야서는 ‘주전 8세기’(BC 740-701)와 ‘포로기’(BC 550-540), ‘포로기 이후’(BC 520-515)까지 아우르는 방대한 역사를 배경으로 삼는다. 기원전 8세기에 활동한 예언자 이사야는 당시 약자를 위한 정의와 자비가 사라진 강자 중심의 이스라엘 사회에서 자신의 종교적 열심에만 몰두하던 이스라엘 백성을 향해 하나님의 심판과 멸망을 선포했다. 저자는 그로부터 2,700년이 넘게 흐른 21세기에 이사야서를 통해 오늘 이 시대 교회와 그리스도인의 존재 방식과 역할을 재고하게끔 도전한다.
“보통 적대 관계에 있던 상대를 제거해 버리면 평화가 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나를 힘들게 하는 저 인간이 없어진다고 내 삶에 평화가 오는 것이 아닙니다. 저 인간이 없어지면 나를 힘들게 하는 새로운 인간이 등장합니다. 평화는 ‘적대자’(Feinde)가 사라져야 오는 것이 아니라 ‘적대감’(Feindschaft)이 사라져야 옵니다. 상대를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공존하는 것이 바로 평화입니다. 공존하되 그를 향한 ‘적대감’이 사라져야 하는 것입니다.”(124-125쪽)
책 말미의 ‘질의응답’ 꼭지는 분량은 짧은 편이지만, 그저 지나치기엔 내용이 상당히 흥미롭고 실제적이며 유익하다.
“신본주의와 인본주의는 반대어가 아니라 동의어입니다. 신본주의의 반대는 이기주의이고, 인본주의의 반대도 이기주의입니다. 기독교인이 인본주의의 본뜻을 놓치고 신본주의만 고집스럽게 붙드는 근본주의적 태도에서 과감하게 탈피하지 못한다면, 세상과의 상식적이고 건전한 대화는 어려울 것입니다.”(244쪽)
옥명호 편집장 lewisist@gosco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