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0호 에디터가 고른 책]
어느 교회 독서강의 시간에 신앙생활을 풍요롭게 하는 데는 문학서 읽기가 중요하다는 평소 생각을 나눈 적이 있다. 질의응답 시간에 왜 신앙인이 문학 읽기를 강조하냐는 항의성 질문이 돌아왔다. 이 책은 그 반문에 대해 (내가 아는 한) 한국교회 목회자가 쓴 본격적이고도 전문적인 최초의 단행본일 듯하다. 영문학을 전공하여 문학박사 학위를 마친 뒤에도 문학 연구에 매진하다 신학을 공부한 저자는, 현재 대학에서 문학을 가르치면서 전방의 군부대 교회 선교사로 섬기는 목회자다. 그러니 누구보다 ‘문학이 신앙을 어떻게 더 깊게 만드는지’ 안내하고 가르쳐줄 최적임자일 터.
온 땅을 휩쓰는 감염병의 대재난 앞에서 교회는 위로보다 위기를 보태고 소망보다 원망을 불러일으킨다. 이런 형국에 “지금 한국 교회엔 문학이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하는 저자의 말은 신선하면서도 적확하다.
“신앙인이 자신의 민낯과 생각의 빈곤을 고민하지 않는 것은 어쩌면 하나님에 대해 무지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문학은 자기 자신에 대한 무지, 인간에 대한 무지가 하나님에 대한 무지로 이어질 수 있음을 깨닫게 해 준다. 문학을 모르면 자신의 삶에만 둔감해지는 게 아니다. 사회와 하나님에 대해서도 함께 둔감해진다.”(7쪽)
저자는 책의 첫 장(章)에서 문학이 주는 선물 세 가지를 소개한다. 삶을 일깨우는 문장, 인생을 보는 눈, 불확실성을 견디는 내공이 그것이다. 이 책이야말로 이 세 가지 선물의 확실한 증거로 읽힌다. 문학 읽기로 오랜 기간 내공을 쌓아온 저자의 글은 간결하고 명료하며 술술 읽힐 뿐 아니라 속이 꽉찬 느낌을 안긴다.
“인간이 배우기 가장 어려운 것은 자신과 타인의 마음을 아는 것이다. 문학은 그것을 읽는 법을 가르쳐 준다. 문학은 허구적 인물을 통해 우리 각자가 자신의 영혼을 보게 한다. 그래서 이야기는 나와 세상을 보는 눈을 열어 준다.”(360쪽)
허구적 인물 이야기를 통해 진리의 깨달음에 이르는 역설이 문학이 지닌 힘 아닐는지. 청년 시절 수업도, 수면도 작파하고 몰두하던 문학 읽기의 설렘과 즐거움이 이젠 가뭇없이 아득하게 느껴진다. 나부터 간만에 다시 서가를 뒤져 문학서를 펼쳐야겠다.
옥명호 편집장 lewisist@gosco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