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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사회》 독일 지식인이 파헤친 ‘혐오의 메커니즘’
[351호 에디터가 고른 책]
[351호] 2020년 01월 21일 (화) 16:52:17 옥명호 lewisist@goscon.co.kr
   
혐오사회
카롤린 엠케 지음 / 정지인 옮김
다산북스 펴냄 / 15,000원 

“증오하는 자에게는 자기 확신이 있어야 한다. … 의심하는 자는 증오할 수 없다.”(17쪽)

저자는 전 세계 분쟁지역을 발로 뛰며 취재한 저널리스트로, 혐오와 증오가 무엇이며 어떻게 사회 구성원 전체를 위협하는지 예리하게 파헤친다. 아울러 시대적 병증인 혐오 문제를 역사·정치·철학을 전공한 학문적 바탕과 저널리스트의 현장 감각으로 통찰력 있게 풀어나간다.

“혐오와 증오는 개인적인 것도 우발적인 것도 아니다. … 그것은 이데올로기에 따라 집단적으로 형성된 감정이다. 이것이 분출되려면 미리 정해진 양식이 필요하다. 모욕적인 언어표현, 사고와 분류에 사용되는 연상과 이미지들, 범주를 나누고 평가하는 인식틀이 미리 만들어져 있어야 한다. 혐오와 증오는 느닷없이 폭발하는 것이 아니라 훈련되고 양성된다.”(22-23쪽)

문제는 유대인이든 흑인이든, 난민이든 무슬림이든, 여성이든 레즈비언이든 혐오의 대상이 되면, “위험한 힘을 지녔거나 열등한 존재라고 근거 없이 추정”된다는 점이다. 그로써 ‘우리’로부터 반드시 척결하거나 박멸해야 하는 이 ‘타자’를 향한 온갖 공격과 폭력은 옳고도 마땅한 행위로 추켜올려진다. 이러한 혐오가 ‘광신주의 풍토’와 결합되면 훨씬 더 강력한 파괴력을 지닌다. “증오의 표적이 되거나 목격자가 되면 우리는 대개 간담이 서늘해져 입을 다물어버리기 일쑤이고, 쉽게 겁먹고 기가 죽거나, 포악함과 공포에 대처할 방법을 몰라 … 마비된 것 같은 상태가 되어 공포 앞에서 입도 뻥긋하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24쪽)

혐오에 맞서기 위해서는, 혐오의 선동가와 가해자 개인이나 집단 자체보다는 그들의 구체적인 말과 행동, 그리고 그 결과를 유심히 관찰하고 구별하여 비판하라고 제안한다. 혐오하는 ‘사람’이 아니라 혐오 ‘행위’에 초점을 맞추라는 것이다. 혐오 현상으로부터 군중 심리를 이용하여 이익을 추구하는 세력에 대한 비판도 인상적인데, 이 ‘공포의 부당이득자들’은 누구보다 열심히 증오와 공포를 부추기면서 이를 통해 경제적 이익(‘시청률’ ‘득표수’ ‘베스트셀러’)을 취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다.
오늘과 같은 ‘혐오의 시대’에 꼭 읽어야 할 책이다.

 

옥명호 편집장 lewisist@gosc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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