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3호 에디터가 고른 책]
“이제 탈교회는 엄연한 사회적 현상으로서 더는 특정 개인들의 일탈로는 해명할 수 없는 보편적 현실이다. 교회를 떠난다는 건 사랑하는 공동체를 떠나게 만드는 보다 근원적 이유가 존재한다는 뜻이다.”(11쪽)
기독연구원 느헤미야 학술총서 제2권으로 나온 이 책은 사회적 현상이 되어가는 탈(脫)교회 이슈를 다양한 맥락에서 고찰한다. 신자들의 ‘교회 이탈’ 문제를 종교사회학·교회사·선교학·교회론을 토대로 다각도로 논쟁적으로 다루지만, 탈교회 현상만을 얘기하지는 않는다. 결국 이 책의 기획이 염두에 둔 것은, 진정한 교회가 무엇인지 성찰해보는 데 있다.
대다수 공저자는 신학자들이지만, 철학이나 사회학을 전공한 학자나 경영학을 전공한 바이오벤처기업가도 있고, 가톨릭 학자도 있다. 그러니 이 책은 일관된 신학적 관점과 해석, 주장을 담고 있지는 않다. 교부 키프리아누스의 “교회 밖에는 구원이 없다”는 유명한 문구를 근거 삼아 ‘사도직을 계승한 권위가 있는 보편적 교회에서 이탈한 (탈교회/가나안) 신도는 구원받을 수 없다’고 보는 관점(“전통적 교회론에서 본 탈교회”)이 있는가 하면, 같은 문구를 두고 ‘하나님의 구원은 하나님 백성 전체를 향한 보편성으로 확장된 것이기에 제도 교회 바깥에도 구원이 있다’고 보는 견해(“개신교는 가톨릭교회일 수 없는가?”)도 나온다. 서로 상충하는 관점차가 혼란스러울 듯하지만, 그렇기에 비교하여 읽으며 숙고하는 이점이 있다.
흥미로운 건, 교회 이탈이 이른바 포스트모더니즘이나 후기 기독교 사회에 나타나는 사회 현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옥성득 미국 UCLA 석좌교수는 한국 교회사에 이미 탈교회 현상이 있었음을 고찰하는 글을 통해 모두 네 차례나 되는 교회 침체기를 겪었음을 당시 통계로 보여준다. 그에 따르면 현재 한국 개신교가 경험하는 ‘교회 유출’과 ‘가나안 성도’ 현상은 “일제 강점기에 이미 반복된 고질병”이었다는 것이다. 그는 탈교회 현상을 한국교회가 처음 경험하는 위기로 보는 관점이나, 탈교회로 인한 교회 쇠퇴가 전 세계적 추세여서 돌이킬 수 없다는 비관주의 모두 몰역사적이라고 지적한다.
“한국 개신교는 타 지역과 달리 성장과 쇠퇴를 반복해 온 독특성을 지니고 있다. 성장 후에 쇠퇴가 온 역사는 겸손을 가르치고, 쇠퇴를 극복하고 회복한 경험은 희망의 원천이다.”(175쪽)
옥명호 편집장 lewisist@gosco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