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6호 이슈 톺아보기] 미얀마 현지 선교사 서면 인터뷰

“고통과 절망의 순간 주 거기 계시네 / 희망은 먼 듯만 해도 주 함께하리 / 우리 이 소망으로 살리라 승리의 새벽 밝도록 / 내 주여 우릴 도와주소서 살아갈 날들을 위해”

미얀마 사태 이후 한국교회에 언급되는 찬양 ‘살아갈 날들을 위해’(For Those Days) 가사 중 일부다. 5년 전 쓰인 곡이지만 반쿠데타 시민불복종운동(CDM·Civil Disobedience Movement)에 기독 청년들도 참여하면서 미얀마 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가장 널리 불리는 상징적인 찬양이 되었다.

2월 1일, 미얀마 역사에서 세 번째 군부 쿠데타가 발생했다. 1958년부터 50년 넘게 지속되어온 군사 정권은 5년 전 국제사회 압박으로 민간 정권에 권력을 이양한 바 있지만, 미얀마 헌법은 이들의 정치 개입을 사실상 보장해왔다. 그러다 아웅산 수치가 이끄는 NLD 정당이 이번 11월 총선에서 또다시 승리하자 위기감을 느낀 군부가 이번 쿠데타를 일으켰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에 맞선 미얀마 시민들은 어릴 때부터 민간 정권을 경험하고 인터넷에 능숙한 Z세대를 중심으로 반쿠데타 시민불복종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4월 1일에는 민주 진영의 임시정부 격인 연방의회 대표위원회(CRPH)가 국민통합정부를 구성했다. 미얀마에서는 4월 11일 현재까지 어린이를 포함해 701명의 사상자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소수 무장단체들도 쿠데타에 맞서 연대를 선언해 내전 가능성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국제사회의 실질적 개입은 아직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다. UN 안보리 상임이사국 중국과 러시아는 군부에 대한 제재를 거부했고 미얀마가 소속된 유일한 지역 단체인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은 ‘내정불간섭’ 원칙을 내세우고 있다. 대부분 권위주의 체제를 따르는 주변 국가들은 쿠데타 무력진압으로 발생한 미얀마 소수민족 난민의 자국 입국마저 거부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 정부는 미얀마 군부에 적극적인 경제 제재 외교를 펼치고 있으며, 국내 시민단체들 또한 군부의 자금줄 의혹을 받는 포스코에 미얀마 철수 압박을 넣고 있다.

국내 교계도 발 빠르게 움직였다. 쿠데타 다음 날인 2월 2일 71개의 시민사회 및 종교단체들과 함께 쿠데타 규탄 성명을 낸 것을 시작으로, 3일에는 세계교회협의회(WCC), 아시아기독교협의회(CCA), 미얀마교회협의회(MCC)가 공동 목회 서신을 발송했다. 24일 ‘한국교회와 사회에 드리는 호소문’을 발표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3월 18일 ‘미얀마 민주화를 위한 기독교행동’을 출범해 매주 목요기도회를 열며 연대 모금을 이어가고 있다.

현지에 남은 선교사들은 지금 이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미얀마에서 오랫동안 사역해온 선교사와 연락이 닿아 조심스레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아래는 4월 7일 그와 주고받은 메일을 정리한 것이다. 말미에는 그에게서 받은 글을 편집해 싣는다.

선교사님 안전이 걱정됩니다. 지금 미얀마는 어떤 상황인가요?

4월 7일 현재까지 군부 폭력진압으로 598명이 사망하고 약 3천 명이 체포되거나 납치 또는 행방불명된 상태로 보고 있습니다. 비폭력 시위를 하는 시민들을 향해 무차별적으로 실탄을 발사하고 수류탄과 중화기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부상자를 불에 태워 죽이기까지 하는 등 엄청난 비극이 지금 이 땅 양곤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또한 군부가 시위대 리더들을 체포하기 위해 밤마다 진압작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한국이나 미얀마에 있는 지인들과 어떻게 소통을 하시는지요.

모바일 인터넷이 전면 차단된 지 3주가 되어갑니다. 그나마 가능했던 와이파이도 저녁 시간에는 전국적으로 통제가 되고 있습니다. 시위대들의 조직적인 저항을 차단하려 하는 것이지요. 그러다 지난주부터는 랜선 와이파이만 가능하고 무선 와이파이는 끊겼습니다. 다행히 저희 공동체는 랜선을 사용하고 있어 연락이 가능한 상태입니다. 군부는 4월 6일 조만간 인터넷 사용을 다시 풀겠다고 발표했는데, 국가의 모든 기능이 마비되어서 내린 고육지책으로 보입니다.

국군의 날 이후 사상자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소수민족 무장단체들이 쿠데타 세력에 맞서 연대를 선언해 내전 가능성을 전망하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는데요. 선교사님이 속한 공동체 상황은 어떤가요?

2월 1일 이후 전국에 비상계엄이 선포되고 일상의 삶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어서, 이전에 하던 일반적인 사역들은 비상체제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시민불복종운동에 참여한 공무원과 시민들이 늘어나자 압박을 받은 군부가 더욱 잔인하게 진압·체포하는 상황입니다. 시민들과 어린이들이 생계를 위협받고 어려움에 처한 수많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저희 선교부와 공동체는 조심스럽게 그들을 돕고 지원하는 일들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번 쿠데타 직전 극우 불교는 군부의 공식 입장과 동일하게 11월 총선이 부정선거라며 민간 정권을 규탄하며 갈등을 조장했는데요. 이번 시민불복종운동에도 불교 승려들은 분열돼 참여가 적다고 알고 있습니다.

2007년 샤프론 혁명 때, 젊고 개혁적인 승려들이 주도하여 서민들의 배고픔을 해결하고 민주주의를 회복하자고 전면에 나섰습니다. 결국 총칼 앞에 수많은 희생자만 내고 묻혀버렸지만, 이번 사태에도 전국에서 많은 승려들이 함께 참여하고 피신처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일부 군부와 결탁한 고위 승려집단이 군부를 옹호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언론에 다 드러나지 않지만 미얀마의 모든 종교 지도자들은 여전히 시민들과 투쟁에 참여하고 희생자를 돌보고 있습니다.

민주 정권을 경험한 MZ세대가 이번 민주화운동에도 가장 적극적으로 참여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또, 여성들의 시위 참여 현장도 한국에서 이슈가 되었는데요. 선교사님이 속한 공동체에서는 어떤 현상이 발견되고 있는지요.

대부분 대학생들로 구성된 Z세대 리더들이 이번 시위를 주도하고 있고 이들 중 상당수가 여성들입니다. 저희 가정에서 오랫동안 양육받고 간호대를 졸업한 한 자매는 병원에서 근무하던 중 체포되었습니다. 시민불복종운동에 참여하며 시위대의 부상자를 치료하고 각 지역에 응급구호를 가르치며 지원하러 다니다가 군부의 수배를 받고 체포된 것이지요. 파업한 다른 의료진들과 함께 수감된 상황입니다. 다른 공동체 청년들도 몇 명이 체포되었고 현재 저희는 그들이 석방되도록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상황으로나 심적으로 가장 어려운 지점이 있다면 나눠주실 수 있으신지요.

위험한 상황이 지속되면서 심리적으로 지친 상태입니다. 영적으로도 불안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가족과 공동체도 그렇지만 주변 미얀마 분들이 훨씬 더 힘들어하고 있습니다. 언제 군인들이 나타나 사격을 할지 모르니 길을 가다가도 불안하고 시장에 가는 일도 주저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살기 위해 최소한의 경제활동은 해야 하는데… 어려운 점은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안전이 우려되는데 한국으로 다시 돌아오실 계획은 없으신가요?

미얀마 거주 외국인에 대한 각국의 대처와 국제선교단체의 위기대응 매뉴얼에 따라 선교사들에게 철수권고가 내려져 실행되고 있습니다. 한인 선교사들이 속한 교단들도 철수를 권고하는 상황이기는 합니다. 선교사들은 가족이 있고 외국인 신분인지라 안전하게 대비하는 일이 필요합니다. 또, 객관적인 정보에 근거해 철수도 고려해야 하지요. 그러나 최소 인원이 남아 필요한 사랑을 나누고 이들과 함께 버텨주는 역할도 반드시 해야만 합니다. 현지에서 저희는 더욱 정확한 정보를 입수하고 있습니다. 내전 가능성이 있지만 군부와 전력 차이가 커서 국경지역에서 국지전 형태로 충돌이 이어질 것이며, 대부분 도시에서는 시민불복종운동이 지속·심화되어 군부를 압박하는 일들이 계속되리라는 근거 있는 전망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 시민단체들이 후원 모금을 통해 미얀마와 연대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은행업무가 마비되어 여러 다른 단체나 루트를 통해야 합니다. 한국의 많은 단체는 물론 세계에 흩어진 미얀마 사람들도 연대와 후원을 하고 있습니다. 부상당하고 희생당한 사람들을 섬기고 나누는 일들에 쓰일 것입니다. 시민불복종 운동에 참여하여 모든 생계를 포기하고 위기에 빠진 수많은 사람들을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그리고 세계 시민들이 적극 동참하여 지원해야 합니다. 예수의 십자가 사건이 온 인류를 구원하기 위한 대속의 죽음이었다면 우리는 그 사랑과 은혜를 나누고 증거하며 함께해야 할 것입니다. 절망 가운데 신음하는 미얀마와 함께해주십시오. 이곳에 하나님이 계십니다.

미얀마, 어디로 가려 하나?

군사쿠데타를 일으킨 군부를 향한 가장 큰 압박은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로, 지금 미얀마 전역에서 진행되는 시민불복종운동이다. 정부 관공서 공무원, 의사, 간호사, 철도공무원, 은행, 교사, 외교관 등 국가의 중요한 기능을 담당하는 인력들이 이 운동에 참여하면서 국가행정은 마비상태다. 군부가 대체인력 수급을 위해 서류전형만으로 외무고시에 합격시키는 등 국가기능을 정상화하려 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뜻대로 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안다. 매일 저녁 군경을 동원하여 시민불복종운동에 참여한 인사들을 체포하러 다닌다. 그러나 미얀마 시민들은 거세게 저항하며 군부를 압박하고 있다. 임시정부는 모든 공무원과 군인, 경찰에게도 시민불복종운동에 참여할 것을 유도하며 추후 민주정부가 승리하여 정부를 구성할 때 운동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들은 배제될 것이라고 압력을 가하고 있다.

해외에 흩어져 있는 미얀마 임시정부 후원 모임들은 16개국 이상에 조직되어 적극 활동을 펼치고 있다. 각국 정부에 미얀마 군부에 압력을 가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군부 후원 기업들을 압박하며, 시민불복종운동을 위해 후원을 모금하여 보내고 있다.

소수종족 연합군 형성과 내전 가능성

두 번째로, 소수종족 연합군 형성과 내전 가능성이다. 1947년 다민족 연방을 주창하며 아웅산 장군에 의해 팡롱협정이 체결되어 소수종족 권리를 보호하고 연방군을 조직하기로 하였으나, 직후에 아웅산 장군이 암살당하면서 미얀마는 독립 이후 혼란기를 겪었다. 결국 민족주의를 내세운 버마족 중심으로 군부가 형성되면서 소수종족 독립군과의 갈등이 시작되었다.

2월 1일 군부 쿠데타 이후 아웅산 수치와 지도자들이 체포·구금되었다. 연방의회 대표위원회(CRPH)와 유엔특사인 사사 박사 등은 해외로 탈출하여 반군부 통합정부를 구성했다. 이들은 군부 쿠데타에 대항하며 미얀마 시위 지휘부 역할을 하고 있다. 두 달 넘는 시간 동안 전국적으로 일어난 시위대는 군부의 잔인한 살인과 폭력에도 굴복하지 않고, 시민불복종 운동과 함께 군부를 계속 압박하고 있다. 국경 지역의 소수종족 독립군들이 연방군에 협력하기로 하면서 내전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그러나 연방군이 처한 현실적인 전력의 열세로 충돌은 국지전과 게릴라전의 형태로 이어지고 있으며, 단기간에 내륙으로 진출하기는 힘든 상태이다. 대도시와 중소도시에서도 조직된 시민군이 사제 조립 무기와 사냥총 등으로 무장하여 대립하고는 있지만, 현저한 전력 차이를 극복하기 힘들어 보인다.

유엔 R2P(보호책임 원칙, Responsibility to Protect) 군대의 파견을 간절히 요청하고 있으나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의 거부 압력으로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 중국에 대항하는 미국 중심의 쿼드에도 기대를 해보지만 현실의 벽과 국제사회 원리가 미얀마의 필요에 의해서만 작동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계란으로 바위 치는 듯한 전력 차이에도 미얀마 시위대는 조직된 시민의 힘으로 죽음을 불사하고 연일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선교사로부터 메일 답장과 위 글에 대한 게재 허락을 받은 다음 날인 4월 8일, 양곤 근교 도시 바고에서 군부가 또다시 시민불복종운동에 대한 무력 진압을 시도해 82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군부는 이후로도 계속해서 진압을 시도하고 있다. 선교사는 “10일 이후로는 부분적으로 허용되었던 인터넷마저 전면 끊길 것이라는 예고가 있었다. 어제부터 모든 지역 모든 가정에 설치된 위성 안테나를 강제로 철수하기 시작해 이제 가능한 수단은 단파 수신 라디오와 전화뿐”이라고 소식을 전했다. 4월 중순에는 미얀마 최대 명절인 띤잔(Thingyan) 축제가 예정되어 있다. 그는 이때 군부가 시민불복종에 참여한 리더들을 최대한 체포하기 위해 힘을 쏟을 것 같다며 걱정했다. 이어서 “믿는 청년들마저 ‘하나님이 어디 계시느냐? 왜 우리를 방치하시는 거냐?’ 울부짖고 있다. 여러분의 기도와 관심이 가장 절실하다. 하루하루의 시간이 소중하고, 한 명 한 명의 관계가 중요하다”고 글을 맺었다.

정리 김다혜 기자 daaekim@gosc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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