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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민주화 시위에 나선 스무 살 청년 해리스 웡
[350호 레드레터 크리스천] 국가폭력의 땅에서 하나님의 정의를 갈망하다
[350호] 2019년 12월 30일 (월) 14:48:02 해리스 웡 daaekim@goscon.co.kr

 

   
▲ 사진: 해리스 웡 제공

세계에서 수퍼 리치가 가장 많이 살며, 세계 최고의 집값을 자랑하는 도시, 홍콩. ‘자유’로워 보이는 이곳에 민주화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금번은 송환법(범죄인 인도법)이 계기였다. 1997년 홍콩 반환 때, 중국은 ‘일국양제’(One Country Two System)를 내걸고 홍콩의 고도자치를 보장하는 조항을 내세웠다. (‘중국인민공화국 홍콩특별행정구 기본법’에도 마찬가지 조항이 있다.) 그러나 무력 시위 진압과 복면금지법(Anti-mask law) 등은 이를 무색하게 했으며, 한국의 대학생들도 연대 행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리고 지난달 말, 지방자치구 선거가 열렸다. 역대 최고 투표율(71%)을 기록한 이번 선거에서는 친민주 성향의 젊은 정치인들이 86%의 의석을 차지했다. 

문득 궁금했다. 내 또래의 현지 기독 청년은 어떤 눈으로 일련의 사태를 바라보고 있을까? 홍콩 관련 기사들은 연일 페이스북에 도배되었으나, 바로 곁에서 일어나는 문제가 아니기에 한편으로는 쉽게 거리를 둘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기에 무심해지고 싶지 않았다. 홍콩에 네트워크를 가진 한 대학생 선교단체 선교부에 현지 기독 청년을 소개해줄 수 있는지 문의했다. 그리고 12월 4일, 한 청년과 화면으로 얼굴을 마주했다.  
 

인터뷰 요청을 받아줘서 고마워. 자기소개를 해줄 수 있을까? 
나는 해리스 웡(Harris Wong)이고, CUHK(홍콩중문대학교, Chinese University of Hong Kong) 학생이야. 바이오메디컬 공학을 전공 중이고. 홍콩 사태로 대학에서 수업 파업이 일어나 마지막 학기를 남겨두고 있지. 학교에서는 선교단체 활동을 하고 있어. 

   
▲ ⓒ복음과상황 정민호

홍콩 사태를 바라보며 현지 크리스천 학생과 대화하고 싶었어. 선뜻 인터뷰를 하겠다고 한 이유가 있을까?
홍콩 바깥에서 이곳의 상황을 더 알기 원하는 크리스천들과 연결되고 싶었어. 이곳에서 벌어지는 일들 때문에 종교가 있는 사람들은 특히나 ‘믿음’에 관한 고민이 깊어지는 상황이야. 우리들의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고, 한국에 관해서도 알고 싶었어. 한국 교회는 홍콩과 매우 다르겠지만 이 시간을 통해 서로를 조금이라도 알 수 있지 않을까? 

홍콩에는 기독교인이 어느 정도 비율을 차지하고 있니? 한국은 개신교만 고려하면 대략 20%인데. 
홍콩에서는 가톨릭 등을 포함해서 5% 정도야. 한국보다 매우 적지. 사실 선교단체 뉴스레터에서 학생 에디터로 활동하고 있는데, 종종 다른 국가에 관한 기사도 쓰거든. 마지막 회의 땐 지난 박근혜 대통령 탄핵 집회를 짚어봤고, 한국교회 문제도 아주 조금은 알고 있어. 대형 교회나 돈 문제 같은….(웃음) 한국도 그럴 테지만, 홍콩 교회의 문제는 청년들이 없다는 거야. 

교회에 청년들이 없다…. 홍콩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적인 현상인가 봐.
대신 나는 우리 학교 크리스천 학생 공동체에서 많은 도움을 받고 있어. 내가 속한 공동체는 매주 약 20명 정도가 모이지. 이 공동체에 속하면서 통전적 복음을 알게 되었는데, 이를 통해 믿음과 사회 운동의 관계를 숙고할 수 있었던 것 같아.  

   
▲ 화상 전화 화면 갈무리.

홍콩의 크리스천들과 교회들은 지금 사태를 어떻게 바라보니? 
나이에 따라 갈리는 것 같아. 젊은 사람들은 나를 지지해주고 함께하지만, 어른들은 정의를 다르게 생각할 수도 있어. 어른들은 우리가 기도만 하면 하나님이 이 상황을 돌봐주실 거라고 믿는 경향이 강해. 지금 일어나는 일들이나 사회 정의, 행동하는 믿음보다 개인적 구원, 하나님과 개인의 관계, 그리고 천국을 더 많이 이야기하지. 

너희 부모님과 네가 속해 있는 공동체는 거리에서 시위에 참여하는 행위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어? 
나는 매우 운이 좋아. 부모님 모두 크리스천이신데, 모두 나를 지지하셔. 하지만 내가 다니는 교회는 좀 달라. 150-200명 정도 규모인데, 약 40% 정도만 내게 우호적이야. 물론 나를 지지하는 그룹은 상대적으로 젊은 그룹이고. 홍콩에서 세대 간 정치적·신앙적 시각의 차이는 매우 흔한 일이야. 크리스천이냐 아니냐의 문제와는 별개로, 홍콩의 현 시국을 두고 가족들과 충돌이 있는 친구들이 많아. 부모님이 밖을 나가지 못하게 한다든가, 돈을 주지 않는다든가 하는 식으로 시위 참여를 막지. 

뉴스에서 접하기로는 시위자들이 10대 20대 위주라고 하던데. 
확실히 젊은 사람들이 훨씬 많아. 홍콩은 무척 가난한 나라였는데 70-80년대에 경제가 급격하게 발전했어. 만약 그때 홍콩에서 자랐다면, 열심히 일하면 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고 생각했을 거야. 지금은 어른들 시절보다 경제적으로 풍족하기 때문에 자유나 민주 같은 가치를 생각할 여유가 생긴 게 아닐까 해.

너와 네 친구들은 어떤 계기로 시위에 참여하게 됐니? 
6월 12일, 그날이 내게 결정적이었어. 입법부가 송환법을 통과시키려고 했던 날이지. 사람들이 반대하니까 이 법안을 통과시키려고 다른 날로 미뤘고. 그때 사람들이 다 알게 된 거야. 많은 시민이 싫어해도 입법부가 그걸 관철하는 힘을 갖고 있구나, 깨달은 거지. 내겐 그날이 계기였어. 

그곳 상황을 잘 알지 못하는 한국인들을 위해 이 사태를 간결하게 설명해줄 수 있니?
모든 것은 송환법을 무리하게 통과시키려는 것에서 출발했어. 많은 사람들은 그 법안이 통과되는 것을 반대했지. 그래서 앞서 말한 6월 12일에 시민들이 시위를 벌였고, 경찰은 무력을 사용해서 이를 진압했어. 이에 화가 난 여론 때문에 입법부가 마비되었고, 일주일 후 다른 큰 집회가 열렸지만 정부는 법안 철회를 거부했지. 이후 매주 주말 평화집회가 이어졌어. 7월 21일에는 지하철에서 폭도들이 시민들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했어. 경찰들은 이 상황을 그저 관망하고 있었고. 8월과 9월에는 공항을 점거하고 학교를 비롯한 이곳저곳에서 파업이 일어났어.

   
▲ 사진: 해리스 웡 제공


특히 8월 말에는 경찰에 의한 지하철 봉쇄가 있었는데, 정부는 그때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공개하지 않았고 공식적으로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어. 9월 초에는 입법부가 복면금지법을 제정해서 통과시키려고 했지. 11월에는 대학교들이 우리 학교를 시작으로 홍콩 이공대(The Hong Kong Polytechnic University)에서 점거 농성을 했고. 

이렇게 전 지역에서 장기전으로 가는 시위는 처음 경험해. 그래서 우리들끼리는 ‘홍콩 모든 지역에 최루 가스가 퍼져있다’는 농담을 해. 어떤 시위가 있는데, 그걸 지지하지 않고 집에 있다면 나 하나는 괜찮겠지. 하지만 이렇게 레넌 월(John Lennon Wall, 2014년 홍콩 우산 혁명 때 체코에 있는 레넌의 벽에 아이디어를 얻어 정부 청사 벽 등에 민주화를 위한 포스트잇을 붙였고, 이후 이런 벽을 ‘레넌 월’이라 부른다.-편집자)이 모든 구역에 있고, 전역에 장기전으로 시위가 일어나서 교통에도 영향을 미치니까 평범한 시민들의 일상이 달라졌지. 이게 내 부족한 요약이야. 

일련의 홍콩 사태를 보면서 눈여겨본 사건이 있었어. CUHK에 재학 중인 여학생들이 체포됐을 때 경찰에게 성폭력을 당했다는 기사였어. 이후에 그 경찰들은 어떤 처벌을 받았니? 피해자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어? 
성폭력 사건에 관해서는, 정말 안타깝게도 확실히 아는 바가 없어. 이 사건을 두고 기자회견이 여러 차례 있었지만, 지금은 없는 것 같고. 경찰 측은 피해자가 그들에게 직접 연락을 하고 공식적으로 고소를 하지 않는다면, 불충분한 정보로 인해 조사를 시작하지 않을 거라고 했어. 하지만 피해자 측은 기자회견 때 이미 충분한 정보를 제공했다고 맞섰지. 고소를 하려면 그들의 신분만 노출이 되니까 아무래도 그걸 많이 두려워하는 것 같아. 이 사실을 밝힌 우리 학교 학생 소니아 응(Sonia Ng)은 엄청 용기를 냈던 거야. 

경찰은 지금까지 어떤 처벌도 받지 않았어. 지금까지 홍콩 시민들을 가장 화나게 하는 건, 5,000명이 넘는 시위자들은 잡혀갔지만 경찰들은 단 한 명도 처벌받거나 체포되지 않았다는 거지. 시민들이 어떤 사건을 지적해도 경찰들은 시위자들의 투정으로 치부하고, 법원도 경고만 하는 정도야. 

한국에서도 홍콩과 연대하려는 움직임들이 있어. 매주 정기적으로 홍콩 연대 시위를 열고, 최근에는 1인 릴레이 시위도 하고. 그리고 대학들에서는 학생들이 대자보를 붙이고 레넌 월을 만들었어. 몇몇 대학 내에선 훼손을 당하거나 게시 금지 요청을 받았지. 한국의 상황들을 알고 있었니? 
사실 한국에서 어떤 움직임이 있는지 잘 몰랐어. 오스트레일리아, 영국, 미국, 다른 나라에서 그런 연대 집회가 일어나는 건 알고 있었는데. 세계 모든 나라가 관심을 가져주길 바라지만 특정한 국가의 반응을 주의 깊게 살펴보진 않아. 아, 최근엔 홍콩 인권 관련해서 법안을 만든 미국에 신경 쓰고 있었지. 한국에도 연대하는 분들이 있었구나. 찾아봐야겠어. 

중국 본토에서 온 유학생들과 홍콩 학생들과의 관계는 어때? 
홍콩 학생들은 중국 본토에서 온 학생들과 어울리는 것 같지 않아. 끼리끼리 어울리는 것 같고. 우리를 지지하는 중국인 유학생들도 있지만, 난 딱 한 명 만났어. 우리 교회에는 본토 학생들을 위한 선교부가 있어. 우린 광둥어를 하고 그들은 만다린어(중국 표준어)를 하지. 그래서 본토 학생들을 위해 매주 예배를 나눠서 진행해. 또 그 학생들이 언어를 배우고 공동체에 섞일 수 있도록 광둥어 수업도 진행하고 있고 대다수 교회들은 하지 않는 일이지. 왜냐면 본토 사람들을 도와주면…. 민감한 사안이야. 정확히 그들은 우리의 이웃이지만.(웃음) 

   
▲ ⓒ복음과상황 정민호

다음 질문인데, 식상하게 들린다는 거 알지만 궁금한 게 있어. 스스로 정체성을 어떻게 정립하고 있어? 홍콩인, 홍콩중국인, 아니면 중국인(a Hongkonger, Hongkonger in China, or Chinese)?
……. 이건 매우 거대하고 논쟁적인 주제야. 스펙트럼도 굉장히 넓고. 이 사태가 일어나기 전에는 각각의 비율들이 비슷했지만, 최근에는 자신을 중국인으로만 생각하는 시민들의 비율이 많이 줄어들었지. 질문으로 돌아가면, 나는 홍콩인이면서 중국인이라고 생각해. 홍콩인으로만 스스로를 생각하는 친구들이 내 주위에 많은데, 아마 이걸 읽으면 엄청 화를 낼 거야.(웃음) 젊은 사람들은 자신을 단지 홍콩인으로만 여기는 경향이 강한데, 아마 중국 정부를 무척 싫어해서 그런 게 아닐까 싶어. 하지만 나는 중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이 있고, 이 주제로 친구들이랑 어제 토론을 했지. 

개인적으로도 매우 흥미로운 주제야. 나는 ‘한국인’과 ‘서울시민’이라는 두 개의 정체성이 충돌하지는 않거든. 사실 둘 다 평소에 생각하는 정체성은 아니지만.(웃음) 
3년 전까지만 해도 홍콩에서 정체성 이슈는 매우 뜨거운 토픽이었어. 모든 사람이 그것을 말하고 읽고 책으로 썼지. 하지만 3년 후인 지금? 아무도 그걸 ‘말’하거나 ‘생각’하지 않아. 어떤 정체성을 가졌는지 생각을 오래 하기보다, 거리에서 처음 보는 사람에게 물을 주거나 응급치료를 하거나, 화합할 수 없을 것 같던 다른 양상의 집단과 연대를 하고 있어. 현재 거리에서 싸우면서 정체성이 만들어지는 거 아닐까. 지금 우리가 하는 일들이 정말 나중에 어떻게 정리되고 기록될지 궁금해. 

스스로를 홍콩인이면서 중국인이라고 정체성을 정립한 이유가 있을까? 
일단 먼저 나는 아직 혼란스러움을 느끼고 있다는 걸 말하고 싶어. 중국 정부의 인권 침해와 고압적인 태도가 실망스럽고, 화가 나. 그래서 정부가 수립하려는 국민성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지. 역사적으로 ‘중국’이라는 개념은 여러 역사와 문화, 정치, 민족, 언어의 혼합체였어. 하지만 내가 생각할 때 중국 정부는 이를 무시하고 단일한 국민성만을 주입하려고 하는 것 같고. 최근 홍콩어와 광둥어가 중국 본토 만다린어와 다른 언어라는 게 언어학적으로 밝혀졌거든. 나는 언어학을 잘 모르지만, 광둥어가 내 일상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해. 홍콩이 추구하려는 민주주의와 자유라는 개념과 법과 제도도 본토와는 다르다고 느끼고. 만약 이런 차이가 사실이라면 홍콩 시민들은 정부가 세우려는 단일한 ‘중국’의 한 부분이 되고 싶지 않을 것 같아. 그래서 나는 여전히 국민성을 느끼지만 친정부 측이 세우려는 종류의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 어릴 적에 배운 것을 고수할지,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것을 받아들일지 갈등하는 나이가 아닐까 싶어. 

실례지만, 혹시 나이가 어떻게 돼?
스무 살이야. 

나이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이번에 지방선거 결과도 흥미로웠어. 개표 전에는 “침묵하는 다수가 있다”는 어느 정치인의 말과는 아주 대조적이었지. 역대 최고 투표율로, 친민주 성향의 정치인들이 대다수의 의석을 차지했고. 지미 샴이나 (이번 선거 출마권을 박탈당한) 조슈아 웡 등 청년들이 눈에 띄더라. 
맞아. 투표를 통해 목소리를 내려고 했던 사람들은 절박했고, 지금은 모두 행복해하지. 하지만 기본적으로 이건 지방 자치구 의회 선거였어. 내년에 열리는 입법부 선거라는 더 중요한 목표가 있어. 이번에 당선된 사람들 대부분은 젊고 아무런 정치적 경험이 없어. 그중에 한 명은 우리 학교 졸업생이자, 선교단체를 함께했던 멤버야. 나보다 고작 5살이 많은데 당선이 됐어. 세계 뉴스에서는 ‘중요한 인물’을 부각하려고 하지만, 더 이상 우리는 중요한 인물에 의지하지 않지. 

‘중요한 인물에 의지하지 않는다’는 말을 더 풀어서 해줄 수 있을까? 
그 전에는 지지하는 정치가에게 투표하고 ‘그 사람이 낙선하더라도 또 내년이 있어’ 하는 분위기였어. 하지만 지금은, 지금 이 사태는 모든 사람이 연관되어 있지. 우리 모두에게 역할이 있다고 믿어. 예를 들면, 홍콩의 시위 집단은 크게 두 가지 진영이었어. ‘평화적 시위를 하는 집단’과 ‘무장을 하고 싸우는 집단’이 있지. 3년 전, 이 두 집단이 합의하지 못했던 경험이 있어. 서로서로 비판했지. 한쪽에선 ‘그건 법을 어기는 거야’ 하고, 다른 한쪽에선 ‘넌 그냥 앉아 있기만 하잖아’ 하는 식이었어. 의견이 충돌하고, 어떤 시위는 그래서 실패했고. 그런데 이번에는 서로가 연합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는 거야. 비폭력 평화적 시위 집단이더라도 다른 방식의 사회 참여를 도울 수 있어. 그건 매우 흥미로운 점이지. 

   
▲ ⓒ복음과상황 정민호

이 사태를 겪으면서 날마다, 일상에서 너와 네 가족과 친구, 이웃들이 조금은 변했을 것 같아. 
어른들은 또 다른 사건들을 경험해봤겠지만, 나는 나이가 어리기 때문인지 여태까지 겪은 일들 중에서 지금이 가장 심각하고 거대한 위기라 생각해. 우리 어머니는 50대 중반이신데 크리스천으로서 믿음이 가장 필요한 때가 ‘지금’이라고 느끼신대. 기도하고, 신에게 충성하고, 일상을 살아가고… 이것들도 매우 중요한 일이지만 지금 이 사태는 일상에서의 신앙생활로 해결되는 부류의 문제가 아니라고 느끼시는 거야. 다른 사람들도 믿음에 관해 생각하는 것이 조금씩 변하지 않았을까 생각해. 여태까지 믿음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흔들릴 테니까. 물론 결과는 모두 다르지. 우리 교회의 몇몇 사람들은 6개월이 지난 지금도 ‘기도하고 일상으로 돌아가자’고 말해. 그 말을 듣고 난 크게 실망했지. 정의롭지 않은 시스템과 국가폭력에 맞서며 피 흘리는 이웃들이 있는 상황에서 일상으로 돌아간다니…. 나는 잘 모르겠어. 

나날이 고민이 깊어졌을 것 같아. 
며칠 전 어떤 친정부 지지자가 다른 사람의 귀를 깨물어서 상해를 입힌 사건이 있었어. 그 사건이 일어난 곳은 우리 집에서 도보로 5분 거리였지. 만약 내가 거기 있었다면 그 사람을 때려눕혀야 했을까? 아니면 다른 사람들이 그렇게 하는 걸 지켜봐야 하는 걸까? 복면금지법이 나왔을 때도 마찬가지였어. 마스크를 쓰고 시위에 참여하면 법을 어기는 거지.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일련의 사태들이 일어나기 전까지 성경은 단순히 하나의 가르침이었어. 이젠 달라졌어. 하루하루 중대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순간들이 다가와. 그리고 이런 고민들 때문에 더 혼란스러워. 우리는 하나님이 모든 것을 주관하신다고 믿어. 하지만 지금 우리 도시에 여태껏 경험해보지 못한 위기가 닥쳤을 때, 어떻게 하나님이 모든 것을 다스리실 거라고 믿을 수 있을까? 끝날 것으로 보이지 않고, 부정의는 온 거리에서 일어나고 있는데….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성경이 말하는 것이 하나의 아이디어나 일요일에만 생각하고 월요일에 잊어버리는 그런 종류가 아니라, 매 순간 운명을 결정해야 하는 선택의 문제라는 거야. 

복면금지법과 위헌 판결은 한국 언론에서도 크게 다뤄졌던 사건이었어. 하지만 ‘만약 나였다면?’이라는 자문을 한 적은 없었지. 정부와 경찰에 무력을 사용하는 시위 집단을 어떻게 생각해?
사실 몇 달 동안 깊이 생각한 주제인데, 나는 무력(힘, force)과 폭력(violence)은 다르다고 생각해. 간단한 예를 들어볼게. 만약 길을 가고 있는데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을 폭행하는 걸 봤어. 그럼 합당한 힘을 사용해서 그 사람을 막아야겠지. 하지만 문제는 지금 상황이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는 거야. 시스템 자체가 폭력이라고 다들 느끼고 있으니까. 무엇이 합당한 힘이 될 수 있고, 어떤 힘이 부당한 것인지…. 많은 크리스천이 고민하고 충돌하는 지점이야. 실제로 어떤 택시 기사가 평화적 시위 현장에 고의로 차를 끌고 돌진했던 사건이 있었어. 다행히 아무도 죽지 않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다쳤어. 이 상황에서 보통은 경찰을 부르겠지? 그리고 그 사람은 법에 의해 처벌을 받을 거고. 하지만 이 사건에서 시민들은 직접 그를 차에서 끌어내서 때려눕혔어. 경찰을 더 이상 믿지 않는다는 거지. 지금까지 경찰이 체포한 건 시위자들뿐이었거든. 시위자들에게 폭력을 휘두른 사람들은 체포하지 않았고. 

그럼 경찰을 부르지 않고 시민들이 직접 처벌을 했다는 거야? 
나중에 경찰이 오긴 했어.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경찰들이 나쁜 짓을 하는 사람들을 체포할 힘을 잃었다면, 다음 범죄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시민인 우리가 나서서 그들을 처벌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 나는 개인적으로 동의하지 않지만, 매우 논쟁적인 주제야. 홍콩 시위에선 늘 슬로건이 있었어. 초반에는 ‘견뎌라’(Stay Strong)였는데 몇 달 뒤인 지금은 ‘갚아주자’(Take Your Revenge)라는 슬로건도 나타났어. 두 개의 슬로건에서 차이는 확연하지. 

네가 꿈꾸는 홍콩은 어떤 모습이야? 그리고 그걸 위해서 무엇을 하고 싶니?
시스템이나 다른 어떤 것으로부터 부당한 압제가 없는 평등한 사회. 상대를 하나님이 사랑하는 존재로 존중하는 사회. 그리고 힘 있는 사람들에게 그렇지 못한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리는 사회를 꿈꿔. 유럽 사회를 보면 민주주의가 마법 주문처럼 모든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는 걸 알 수 있지. 하지만 홍콩에는 ‘그런’ 민주주의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현실이야. 그러니까 지금 이 시점에서 발을 딛고 서서,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해 목소리를 내고 싶어. 좀 더 민주적인 사회를 향해 구조적 변화를 이끄는 움직임에 동참하고 싶고. 졸업 이후에 전공을 살릴 것 같진 않지만, 어떤 길을 가든 하나님을 따라서 살기 원해. 
 
마지막으로 한국의 청년들이나 기독교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 
일단 고맙다는 인사를 가장 먼저 하고 싶어. 최근에 친구들과 함께 뉴질랜드에서 온 기도 모임 사진을 받은 적 있어. 다른 곳에 사는 사람들이 홍콩 사건을 지켜보고 있고, 홍콩 시위를 지지한다는 것에 정말 감사함을 느껴. 크리스천의 책임은 고통받는 자를 돌보는 일이라고 하잖아. 어떻게 힘들어하는 사람에게 내가 기도할 테니 그냥 가버리라고 할 수 있겠어? (야고보 2:16) 일련의 사태를 겪으면서 얻은 가장 큰 깨달음이 있다면, 이웃을 돌보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는 거였어. 괜찮다면 함께 기도할 수 있을까? 

물론이지, 부탁해. 
주님, 감사합니다. 이런 대화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셔서. 이 시각 홍콩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전 세계의 많은 사람이 보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 인터뷰가 출판되어 많은 독자가 홍콩의 문제뿐만 아니라, 사회 정의와 믿음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숙고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특별히 홍콩 사람들, 시위자들의 안전을 위해 기도합니다. 인권을 빼앗긴 사람들과 체포된 사람들의 자유를 위해, 실종된 사람들과 목숨을 잃은 이들, 그리고 그 가족들을 위해 기도합니다. 하나님, 이 도시를 치유해주십시오. 이 땅에 당신의 정의를 내려주십시오.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진행 김다혜 기자 daaekim@gosc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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