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1호 현대신학의 모험] 프롤로그

아시나 사다미치의 《현대신학의 모험》을 소개하며

탈냉전, 대량 난민, 환경 파괴와 지구온난화, 글로벌 금융위기와 팬데믹 등, 전례 없는 경험이 이어지고 있다. 깊은 숲속이나 바다 한가운데서 다 같이 길을 잃고 헤매는 것만 같은 나날이다. 이 혼란한 시대에 한국의 교회와 신학계는 길잡이 역할을 잘하고 있을까? 그 믿음이 많이 의심받고 있는 현실이다.

한일 관계가 해방 이후 최악이라고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이웃 일본의 동정을 살피고 그곳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주목하는 일은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더욱이 일본의 신학자가 전해주는 지혜에 귀를 기울이는 일은 ‘기독교’를 매개로 한국과 일본이 소통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앞으로 〈복음과상황〉 지면을 통해 나누고자 하는 《현대신학의 모험 – 새로운 항해도를 찾아서》(新教出版社, 2020)를 소개해보려 한다. 이 책은 현재 일본을 대표하는 신학자 중 한 명인 아시나 사다미치(芦名定道, 1956-) 교수의 신작으로, 제목을 보면 하루하루가 ‘모험’ 같은 우리에게 뭔가 극복의 길을 제시해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품게 된다.

‘현대신학’에 관한 책이라고 하면, 칼 바르트나 루돌프 불트만, 폴 틸리히나 볼프하르트 판넨베르크와 같은 대표적 현대 신학자들의 학설과 관념을 열거하는 딱딱한 이미지를 떠올릴지 모른다. 이 책은 다르다. 점점 복잡화·세분화되는 기독교 신학에 대한 새로운 전망을 독자들에게 제공하는 것을 기본 목표로 삼고 있다. 이를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지난 100년간 쌓여온 현대신학을 ‘해방신학 계통’과 ‘과학기술신학 계통’으로 구분하여, 양쪽 신학의 핵심 내용을 확인해가면서 현대신학의 큰 틀을 잡고 새로운 항해도를 그려낸다. 그러면서 앞으로 신학이 걷게 될 향방까지도 전망한다. 현대신학의 탐구는 이미 갖고 있는 항해도에만 의존하여 목적지를 향하는 여정이 아니며, 오히려 전에 없던 항해도를 새롭게 그리며 나아가는 단체 모험 같은 작업이라 강조한다.

5부로 구성된 《현대신학의 모험》은 제1부 ‘현대신학이란 무엇인가?’와 제2부 ‘현대신학의 항해도를 향하여’를 통해 근대에서 포스트모던으로 넘어가는 현대를 이해하기 위한 전제인 근현대 신학사를 먼저 개관한다. 이론과 관념으로 깊이 들어가지는 않는다. 다음에 접할 모험 코스를 기대하게끔 자극하는 촉매제 역할을 하는 동시에, 가까운 미래에 우리가 정면승부해야 할 핵심 과제가 무엇인지 조금씩 보게 한다.

저자는 시대가 바뀌더라도 기독교 신학에서는 역사와 시대를 관통하는 성서가 가장 중요한 기본 소스라는 점을 재삼 강조한다. 현대신학을 논하려면 그 기본 위에 ‘정치’ ‘경제’ ‘환경’이라는 세 키워드를 얹어야 한다면서, 성서와 사회과학을 조화하는 방법론을 제시한다. “성서를 기독교의 다양성에 있어서 공통된 항목으로 규정하고, 거기에서 발견되는 사회교설로부터 사회과학으로 나아가는 길을 걷고자 한다”고 밝힌다. “이 두 가지[사회교설과 사회과학]의 양극단 사이에 둘러싸인 모든 공간이 현대신학의 필드임에 틀림없다”고 본다.

교토 대학 요시다 캠퍼스 교정에서 찍은 사진. 필자 홍이표 목사와 아시나 사다미치 교수. 사진: 필자 제공
교토 대학 요시다 캠퍼스 교정에서 찍은 사진. 홍이표 목사와 아시나 사다미치 교수. 사진: 필자 제공

주마간산(走馬看山)보다는 비이장목(飛耳長目)을 지향하며…

《현대신학의 모험》에는 ‘확장된 자연신학’이라는 조금 낯선 표현이 나온다. 새로운 항해도를 그리기 위해 넓게 펼쳐놓은 캔버스와 같은 역할을 하는 말이다. 이 책이 추구하는 방향에 힌트를 준다. ‘종교와 과학의 관계’를 포함해 자연신학(Natural Theology)에 관한 탁월한 논문과 책을 많이 발표해온 저자의 관점은 현대신학을 소개하는 과정에서도 빛을 발한다. 에밀 브루너와 논쟁한 바르트의 ‘자연신학 비판’에서도 잘 드러나듯, 프로테스탄트 기독교 관점에서 ‘자연신학’은 극복해야 할 가톨릭적 유산 혹은 계몽주의나 근대적 합리주의가 천착하다 수명을 다해버린 과거의 신학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토마스 토렌스, 판넨베르크 등으로 이어지는 자연계시를 향한 관심, 특히 알리스터 맥그래스의 ‘삼위일체적 자연신학’ 같은 새로운 시도와 재조명은 여전히 자연신학에 유효한 의미가 있음을 되새기게 한다. 저자는 ‘자연신학’에 ‘확장된’이라는 말을 붙여서 인문사회과학 혹은 자연과학과 신학의 대화, 더 나아가 세계 종교와 신학의 대화 가능성을 넓히는 합리적 토대를 만들어보자고 역설한다. 이는 효율적인 항해를 위해 오래된 항해도를 더욱 정확한 형태로 고쳐나가는 작업이다.

이러한 구상과 방침에 기초하여 제3부 ‘해방신학 계통의 흐름들’과 제4부 ‘과학기술신학 계통의 흐름들’에서는 현대의 다양한 과제를 구체적으로 하나씩 다룬다. 제3부에서는 페미니스트 신학, 흑인신학, 아프리카신학, 한국의 민중신학, 종교신학, 전쟁과 평화 등을, 제4부에서는 뇌사와 장기이식, 유전자공학, 환경윤리, 동물윤리, 언어론, 마음의 신학, 원자력, 진화론 등을 논하고 있다. 전망 좋은 홀에 다채롭게 차려진 뷔페를 떠올리게 하는 구성이다.

물론 그렇기에 한계와 아쉬움도 분명 존재한다. 주제가 다양하다 보니, 각각의 논의가 충분히 깊어지기 어렵다. 아무리 맛있는 호텔 뷔페라도, 대를 이어 뒷골목을 지켜온 맛집의 깊은 맛을 따라가지는 못할 것이다. 논의에 몰입되다 보면 어느 순간 이야기가 끊겨 다음 주제로 넘어간다. 이 당혹스러움은 이 책의 구성이 지닌 근본 한계이다. 독자의 이해를 구하는 대목이다. 100만분의 1 소축척지도나 항해도를 들고 골목골목의 맛집까지 소개할 수는 없다. 이 책이 탄생한 이유를 기억해가면서 한 장 한 장 읽어주길 당부드린다.

각 주제 안에서도 논점이나 논지가 여기저기 분주하게 오간다는 느낌을 받게 될지도 모른다. 저자 아시나 교수가 채택한 방법론은 틸리히가 택한 ‘상관의 방법’의 사회과학판으로 이해할 수도 있겠다. 상관의 방법은 실존적 물음과 신학적 대답을 상호 연결하여 기독교 신앙의 내용을 설명한다. 틸리히는 ‘상대적·실존적 상황’에서 발생하는 인간의 여러 물음에 먼저 주목한 뒤, 계시에 근거한 ‘절대적·본질적 진리’를 밝히고자 하였다. 신학을 할 때 바르트는 신의 응답(계시)에서 출발하지만, 틸리히는 인간의 물음에서 출발한다. 그 물음은 자연스럽게 실존주의와 같은 철학 영역에서 주로 이루어졌다. 반면, 현대신학을 다루는 이 책의 물음 혹은 문제의식은 주로 사회과학 영역에서 제기되고 있다. ‘사회 현실’과 ‘성서 해석’ 사이를 수없이 왕복하며 서로와 접촉하는 신학인 셈이다. 산만할 수도 있지만, 그 또한 21세기 현대신학이 처한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마지막으로 제5부 ‘현대신학을 전망하다’에서는 “신학자란 어떤 사람인가?”라는 질문을 통해 기독교 신학은 타 종교인, 심지어는 무신론자에게까지도 열려있는 영역이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기독교와 현대신학이 앞으로 어떤 길로 나아갈지 살피면서, “그 행방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신학자가 될 수 있다”고 힘주어 말한다.

《현대신학의 모험》은 현대신학의 내용 자체에 몰입하고자 하는 독자에게는 ‘주마간산’처럼 느껴지는 불편한 여정일 수 있지만, 우선 폭넓은 시야를 확보하고 그다음에 깊이를 더하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안성맞춤이다. 현대신학 곳곳을 종횡무진 탐험하면서, 종국에는 관자(管子)가 말한 ‘비이장목’(長目飛耳)의 기쁨에 도달할 수 있으리라. 그야말로 ‘날아다니는 귀’(飛耳) ‘멀리 바라보는 눈’(長目)를 통해 천 리 밖의 일은 물론이고 사물과 현상의 미세한 원리까지 꿰뚫는, 가성비 갑인 독서가 될 수 있다. 현대신학이라는 광대한 ‘바다’에 출항하기 전, 반드시 일독해야 하는 기본 항해 도면으로서 손색이 없을 것이다.

교토학파에서 탄생한 기독교 신학자

일본을 대표하는 근현대 사상가로 니시다 기타로(西田幾多郞)나 수학자 출신 철학가 다나베 하지메(田邊元) 등을 들 수 있다. 이들 교토학파 연구자들이 쌓은 인문학적 토양은 일본 최초의 노벨물리학상 수상자(1949)인 유카와 히데키(湯川秀樹)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다. 인문학자들과의 교류 속에서 탄생한 유카와의 ‘중간자 이론’은, 인간 존재 의의를 탐구하는 철학과 사물의 본질을 규명하는 물리학 사이의 공통분모 추구에서 비롯한 업적이다. 이러한 교토학파의 전통은 1981년 12월에 아시아인 최초로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후지이 켄이치(福井謙一, 1918-1998) 교수에게서도 발견된다. 노벨상을 받은 ‘프런티어 궤도 이론’ 이외에도 그는 《과학과 인간을 말하다》(1982), 《학문의 창조》(1984), 《철학의 창조》(1996) 등을 통해, 과학자가 되기 전에 먼저 ‘인간’이 되어야 함을 힘주어 말했다.

앞으로 약 1년간 ‘현대신학으로의 모험’을 안내할 저자 아시나 사다미치 교수는, 이러한 학풍이 절정에 이르렀던 1970년대에 교토 대학 이학부 물리학과에 입학한 과학도였다. 신관(神官)에서 개신교 목사로 개종한 조부, 그리고 신약학자이자 목사로서 평생 헌신한 부친의 영향으로 졸업과 동시에 문학부 철학과에 편입했다. 이후 대학원 그리스도교학 연구실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으며 신학 연구자의 길을 걷게 된다.

일본의 대표적인 국립대학인 교토 대학에 ‘그리스도교학 연구실’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꽤 낯설게 보일 것이다. 1917년부터 교토 제국대학 문학부에서 종교철학을 가르친 하타노 세이이치(波多野精一)는 대표적인 개신교 목사이자 사상가였던 우에무라 마사히사(植村正久)에게 세례를 받은 기독교인이었다. 그의 노력으로 1922년에 “특정 신앙이나 교의에 기초하지 않고, 그리스도교의 역사와 사상을 학문적·비판적으로 자유롭고 진지하게 탐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그리스도교학 연구실이 교토 대학 안에 창설되었다. 이후 아리가 테츠타로(有賀鉄太郎, 1899-1977), 무토 가즈오(武藤一雄, 1913-1995) 등의 저명한 학자가 맡았던 이 연구실에서, 1995년부터 2021년까지 25년 동안 책임을 맡은 인물이 바로 아시나 교수다. 틸리히·바르트 등의 현대 신학자 연구가 주 전공인 아시나 교수는 과학도에서 종교학(신학)도로 전향하였으므로, ‘과학과 종교의 문제’ ‘원자력과 평화’ ‘아시아의 다원성’ 등 민감하고 다양한 현시대의 주제들 또한 폭넓게 해석해온 일본 기독교계의 대표적 학자 중 한 명이다. ‘21세기의 그리스도교학 전망’(2009) ‘동아시아 평화 형성에 대한 그리스도교의 공헌’(2013) ‘전쟁과 평화의 시대와 그리스도교’(2016) 등 강연 주제만 보아도 아시나 교수의 학문적 주제나 방향성은 잘 파악할 수 있다.

아시나 교수는 교토 대학 은퇴를 앞둔 지난해에 일본 헌법기관인 ‘일본학술회의’의 신임 회원으로 추천된 바 있다. 하지만 스가 내각은 아시나 교수를 비롯한 6명의 학자를 명단에서 제외해 발표했다. “학문의 자유를 위협하는 폭거”(〈아사히신문〉)로, ‘일본판 블랙리스트’라고 비판받은 이 사건의 중심에 아시나 교수도 있었다. 함께 제외된 도쿄대 우노 시게키(宇野重規) 교수(정치사상사) 등과 같이 아베 정권이 평화헌법의 해석을 바꿔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강행 추진하던 2014년에 ‘안전보장관련법안에 반대하는 학자 모임’에 참여한 일이 주된 이유라고 보도되었다. 하지만 그전부터 이미 교토대 문학부와 종합인간학부 폐지를 시도한 아베 정권에 앞장서 저항한 교원 가운데 한 명이었다는 사실도 영향을 미쳤을지 모른다. 극우 정치 집단에 대한 대표적인 비판 세력의 산실 중 하나가 교토 대학이기 때문에, 아베 정부는 어용 총장을 3선에 걸쳐 지원하며 폭주를 자행한 바 있다. 이렇듯 학문과 사상의 자유가 침해받는 과정에서 인문학자의 삶이 안락할 수만은 없었다. 격변의 시대를 몸소 겪는 와중에 신학자로서 세상에 내놓은 책이 바로 《현대신학의 모험》이다.

왜 일본 신학자들의 현대신학 이해인가?

《현대신학의 모험》은 신쿄 출판사(新教出版社)의 월간 신학잡지 〈복음과세계〉(福音と世界)1) 지상에 총 32회(2016년 10월호-2019년 5월호)에 걸쳐 소개된 연재 내용을 수정 보완하여 펴낸 책이다. 저자는 “현대신학의 다양한 동향을 가능한 범위 안에서 최대한 시야에 넣고, 현대신학의 현재 모습들을 잘 이해하고, 그 향방을 내다보기 위한 여정의 안내도 혹은 항해도를 제출하는 것이 … 일관된 집필 의도였다”라고 말한다. 동시에 자신보다 앞서 이 지도의 작성을 도모했던 두 학자에게 경의를 표하고 있다.

먼저 평생을 도시샤 대학 신학부에서 가르친 모리타 유자부로(森田雄三郎, 1930-2000)의 《현대신학은 어디로 가는가》(教文館, 2005)2)와 간세이 가쿠인 대학 법학부에서 연구한 구리바야시 테루오(栗林輝夫, 1948-2015)의 《현대신학의 최전선(프런트) - ‘바르트 이후’의 반세기를 읽다》(新教出版社, 2004)3)를 들고 있다. 이 두 성과를 두고, 현대신학의 전체상을 조망하기 위해 일본 신학계가 정리해낸 중요한 기초 자료라고 평가하면서, 책의 서문에서 자신의 작업도 “이들이 앞서 그려놓은 항해도의 개정판임에 틀림없다”라고 말한다. 즉, 《현대신학의 모험》은 전후 일본의 양심적 기독교 지식인들이 시대를 초월하여 이루어낸 연대와 협동의 성과라고도 할 수 있다.

일본은 교회 공동체를 중심으로 한 적극적인 신앙인의 숫자가 전체 인구 중 1% 미만에 불과하다. 대표적인 비그리스도교 국가이다. 한국은 그에 비해 교인 수가 많지만, 기독교 신앙과 문화가 사회를 압도할 정도는 아니다. 여전히 기독교를 중심적 종교라고 말할 수 없다. 결국 한국도 일본과 마찬가지로 엄밀한 의미에서 비그리스도교 국가에 속한다. 오히려 일본은 교육계(미션스쿨)·예술계·문학계·사상계·사회운동계 등을 놓고 보면, 한국과 비교해 보더라도 그리스도교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그리스도교의 사상과 세계관, 문화와 제도 등은 일본 사회에 적잖이 침투해있으며, 일본인들을 그 영향력 속에서 기독교적 세계관에 기반한 생활을 영위하고 있다. 외형적 교세와 내면적·질적 힘에서 차이가 날 뿐이다. 일본에서 기독교는 사상적 통찰력으로 따지면, 분명 한국에 뒤지지 않을 만큼 존재감을 확보하고 있다.

근대 시기 사상적 측면에서 일본에 압도당한 적이 있는 한국의 현실을 감안하면, 21세기를 동시에 살아가는 일본의 신학계가 현대신학에 대하여 어떤 견해를 내놓고 있는지 살피는 일은 중요하다. 한국은 동일한 ‘비그리스도교 국가’ ‘불교와 유교 등의 전통 종교를 공유하는 아시아 국가’로서 이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일본에서 작성된 ‘현대신학의 항해도’는, 한국 기독교가 급변하는 현대 세계에서 어떻게 진로를 준비해야 할지 고민할 때 긴요한 나침반이 될 수도 있다. 역사적으로 지배와 피지배라는 복잡한 관계성을 여전히 과제로 떠안고 있는 한일 관계를 생각해보아도, 자신을 들여다보는 하나의 거울로서 이 연재가 의미 있는 기획이 되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복음과상황〉을 통해 이 책의 내용을 소개할 수 있게 되어 기쁘게 생각한다. 지면의 한계로 일부 내용을 발췌하여 소개할 수밖에 없음을 이해해주기 바란다. 이 글을 시작으로 총 13-14회에 걸쳐 다음의 순서대로 《현대신학의 모험》을 한국 독자들과 나누고자 한다. 이 연재가 끝날 무렵에는 미처 소개하지 못한 내용들까지 포함한 단행본이 출판될 예정이다. 

■ 주

1) 일본의 프로테스탄트 기독교를 대표하는 신쿄 출판사가 매월 발행하는 정기간행물로, 1952년 4월에 창간되었다. 한국의 에큐메니컬 기관으로서 대한기독교서회가 발행하는 〈기독교사상〉이나, 복음주의 계통 잡지 〈복음과상황〉과 유사한 대표성을 지니고 있다. 신쿄 출판사는 태평양전쟁 시기인 1944년 전시기업정비령에 의해 일본의 프로테스탄트 계통 출판사 10개 회사가 통합하면서 출범했다. 전후 일본성서협회와 쿄분칸(教文館) 등이 다시 분립한 이후에도 대표적인 종교 출판사로서 명성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틸리히, 바르트, 본회퍼, 브루너, 불트만, 라인홀드 니버 등 신정통주의 신학자들 저작의 번역서 및 연구서를 다수 출판해오고 있다.
2) 《기독교의 근대성》(1972) 등을 통해 전후 일본의 신학 사상을 주도한 저자가 1999년 은퇴 후 자신의 신학 여정을 정리하며 쓴 책이다. 옴 진리교 사건, 고베 대지진, 9·11 테러 등, 현대사회가 안고 있는 수많은 문제에 기독교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고민하였다. 실존주의·분석철학 등 현대사상이 제기하는 주제에 응답하면서, 신학의 춘추전국시대가 된 현대의 신학 동향을 살피고 이후의 방향성을 모색했다. 특히 현대신학계가 추구하는 ‘신앙의 주체적 태도와 자연과학의 객관적 방법’이 이원론적 분열을 겪고 있다는 사실에 개탄하며 ‘건조하고 척박한 신학의 시대’에 신학적 불모지가 돼버린 일본 현대신학 상황에 대한 문제의식을 드러내고 있다.
3) 바르트나 틸리히 등의 신학적 거인이 사라진 이후 분화·다면화해 가는 현대신학을 예리하게 분석한 책. 해방신학, 페미니스트 신학, 포스트모던 신학, 탈식민주의 신학, 포스트리버럴 신학, 종교 우파의 신학 등을 폭넓게 소개한 뒤, 21세기의 신학 과제를 제시한다. 저자는 뉴욕의 유니언 신학교에서 쓴 박사 학위논문을 일본과 한국에 출판(《차별받는 그리스도 - 가시관의 신학》, 1994)하여 양국에서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다.

 
■ 연재 순서

1. 프롤로그: 일본 신학자와 떠나는 ‘현대신학으로의 모험’ 
2. 현대신학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 방법과 관점
3. 현대신학을 위한 항해도의 기본 프레임
4. 해방신학의 현재
5. 종교사회주의의 유산 - 해방신학의 배경사
6. ‘종교신학’의 향방
7. 종교적 관용과 관용 없는 위험 세계
8. ‘과학기술신학’ 계통이란 무엇인가?
9. 생명의 신학 - 뇌사 및 장기이식 문제를 검증하다
10. 마음의 신학
11. 원자력의 신학 - 원폭과 원전
12. 에큐메니즘의 가능성
13. 실천신학의 쇄신을 위하여 
14. 신학은 누구의 것인가?
※ 이 순서는 바뀔 수도 있습니다.


홍이표
연세대 학부에서 신학과 법학을 공부하였고, 연세대 대학원에서 신학박사(교회사 전공), 교토 대학 대학원에서 문학박사(일본그리스도교사상 전공) 학위를 받았다. 현재 일본 야마나시 에이와 대학(山梨英和大學) 준교수 겸 종교주임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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