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4호 새로 쓰는 나눔 윤리학]

20세기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는 ‘사람은 죽는다’라는 보편 명제 아래 자기 자신의 죽음을 여러 사람들의 죽음 중 하나로 상대화하며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희석하는 현대인의 행태를 비판했다. 죽음은 ‘지금 여기 존재하는’ 자기의 고유한 존재성이 순식간에 사라지는 사건이지만, 오히려 이러한 죽음을 향해 ‘미리 달려가볼’ 수 있는 자유를 실현하는 사람이야말로 유한한 자기 존재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알 듯 말 듯, 시대를 대표하는 철학자의 어려운 이야기는 ‘나만 죽는다고 하면 무섭고 억울한데 어차피 다 같이 죽는다고 생각하면 왠지 모르게 마음에 위안을 받는’ 일상 속 범인들의 어리석은 망각을 예리하게 포착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집단의 죽음보다 개인으로서 자기 자신의 죽음을 더 중요하게 보았던 하이데거는, 그래서 20세기 철학자에 머물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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