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7호 새로 쓰는 나눔 윤리학]
‘가난은 나라님도 구제하지 못한다’라는 말은 이제 더는 변명으로 쓸 수 없는 말이 되었다. 대한민국은 ‘나라님’, 즉 한 나라의 주인을 뜻하는 임금이 통치하는 국가가 아닐뿐더러, 모든 국민이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지킬 수 있도록 사회보장과 사회복지를 증진하기 위해 노력할 의무를 헌법상 지기 때문이다(헌법 제34조 2항). 국가의 조직과 재정이 미비하던 시절 헌법상 의무는 그저 꿈 같은 이상에 불과하였다. 그러나 2021년 한국이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로부터 ‘선진국’이라 불리게 된 오늘날, 모든 국민을 위한 사회보장과 사회복지를 더욱 적극적으로 담당하는 것은 정부가 당면한 가장 중요한 임무가 되었다. 국가가 모든 국민을 돌보는 시대로 이미 진입한 셈이다. 개인이나 일개 구호단체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막대한 재정과 인력을 갖춘 국가가 신체적·경제적 자립이 어려운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사회안전망과 복지제도를 만들 책임이 있다니, 얼마나 다행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