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5호 동교동 삼거리에서]

예부터 그리스도인들은 돈과 관련해서는 ‘맘모니즘’과 ‘은혜’ 사이의 아슬아슬한 외줄을 타야 하는 운명이었습니다. 하물며 금융거래와 상품시장을 골격으로 돌아가는 경쟁 사회에서는 두말할 필요가 없겠지요.
이번 커버스토리는 그동안 돈과 관련한 선명하고 강렬한 주장들에 가려져 왔던, 솔직한 고백을 담았습니다. 수년 동안 기독교 시민단체에서 활동하다가 현재는 공인중개사로 일하는 이의 ‘돈 공부’ 이야기(박진영), 비영리 공익재단에서 14년간 실무책임자로 일하다가 스타트업 CEO가 된 이가 전해주는 돈의 뿌리에 관한 통찰(황병구)은 독자분들이 돈에 대한 고민을 정돈하는 데 분명 좋은 참조가 될 것입니다. 개인 차원을 넘어 국가 차원에서 모으는 돈, 세금을 통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것은 가능한지 크리스천 세금 전문가(안창남)를 만나 현실적인 질문을 던졌습니다. 이와 더불어 ‘왜 자본은 일하는 자보다 더 많이 버는가’라는 질문으로 시작해 현재 우리가 처한 상황을 예리하게 드러내는 글(정용택)은 돈의 기세를 침착하게 응시하도록 돕습니다.
“이 기류를 타지 못하고 있는 걸 생각하면 내가 다른 세상 사람처럼 느껴집니다. 요즘 들어 저는 세상을 잘못 살아온 것 같다고 생각해요. … 저를 포함해 많은 것들이 참 빠르게 변한 것 같아요.”(‘사람과상황’ 좌담 중)
러빙핸즈 송선경 활동가가 했던 말입니다. 여기에서 기류는 돈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문화를 말합니다. 평생을 자녀들에게 “우리보다 어려운 사람들과 나누며 살아야 하기에 우리 가족은 돈을 모을 여력이 없다”고 가르쳐왔던 그도 ‘변해간다’고 고백합니다. 그 솔직함 앞에서 왠지 모를 위로를 받았습니다. 돈에 관한 확실한 답을 제시하기보다 수없이 흔들리며 살아가는 이야기들이 더 풍성하게 전해졌으면 좋겠습니다. 2월호가 독자들께 그렇게 읽혔으면 합니다.
연초 새롭게 시작되는 연재들이 있습니다. 지난 1월부터 시작된 ‘한 몸 다른 모습: 그리스도교 다시 읽기’(김진혁)에서는 우리에게 다소 낯선 로마 가톨릭과 정교회 이야기를 담습니다. 이번 호부터 실리는 ‘장애와 신앙의 교차로에서’는 본지 강동석 기자의 경험과 탐구를 녹여낸 야심 찬 연재입니다. 알고리즘과 무관하게 우편함으로 전해지는 복상의 다양함과 풍성함을, 마음껏 누리고 만끽하기를 부탁드립니다.
이범진 편집장 poemgene@gosco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