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8호 에디터가 고른 책]
내가 회심을 경험하고 세례를 받은 모교회에서는 ‘덮어놓고 믿는 신앙’이 제일이었다. 성경을 성령께서 한 자 한 자 불러주는 대로 받아 적은 결과물이라고 생각할 정도였으니, 긴말하지 않겠다. 예배 시간에 외우기만 하는 ‘사도신경’ 외에 그 어떤 공적 신앙고백에 대해서도 들은 바 없었고, ‘니케아-콘스탄티노플 신경’ ‘아타나시우스 신경’ 등을 알게 된 것도 한참 뒤의 일이었다.
그래서 기독교 전통과 변화 과정 등을 정직하게 대면하는 ‘좋은 책’ ‘좋은 교회’로 신앙생활을 시작한 이들을 지금도 부러워하곤 한다. 《신경의 형성》도 그런 의미에서 ‘좋은 책’ 중 하나이다. 이 책은 기독교 교리 발전과 깊은 연관을 맺는 주요 신경들의 형성을 둘러싼 쟁점을 그 역사를 따라 250쪽 분량을 할애해 짚으면서, ‘정통’ 기독교 신학이 어떤 방향으로 만들어져 왔는지 사려 깊게 보여준다.
신경 형성의 역사를 따라갈 때 고려해야 할 초기 교회와 관련한 기본 전제를 1장에서 간략히 정리한 후, 공의회·주교·이단의 문제를 중심에 놓고 “교리 발전의 다섯 단계(하느님과 세계에 대한 생각, 하느님과 예수에 대한 생각, 성령과 교회에 대한 생각, 성육신에 대한 생각, 그리고 구원에 대한 생각)”를 5장에 걸쳐 풀어낸다.
전체 그림을 놓치지 않으면서 각 논의의 배경·근거·흐름이 조리 있게 제시되는데, 자칫 복잡하게 꼬일 수 있는 논쟁 과정을 어떻게 이토록 균형 잡힌 어조로 중심을 잃지 않고 서술했을까 싶다. 이단 규정과 신경 채택을 놓고 오가는 날 선 공방들은 오늘날 교회에서 긴장을 일으키는 문제적 주장들과 여러모로 닮아있다.
“현대라는 맥락에서 그리스도교 교리에 대해 체계적으로 고민하기 위해서는 우선 과거 교리 논쟁의 과정을 이해하고, 신앙의 선배들이 무엇을 문제시했는지, 이를 어떻게 표현했는지, 어떠한 논의를 했는지를 충분한 공감을 가지고 살펴야 합니다. 이는 자신을 그리스도교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여기고 성육신하신 말씀에 충성을 다짐한 이라면 누구나 해야 할 일입니다.”
저자인 역사신학자 프랜시스 영의 생애와 사상을 정리하는 로완 윌리엄스의 글이 해설로 실렸는데, 이 해설만 보고 책 한 권을 사기에도 모자람이 없을 정도로 아름답다.
강동석 기자 kk11@gosco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