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4호 에디터가 고른 책]
“예수 당시의 사람들이 뒷목을 잡을 만큼 놀랐던 이야기에 나는 왜 놀랄 수 없는가?”
이 질문은 두 가지 궁금증을 남긴다. 하나는 복음서 속 예수의 ‘비유’가 왜 당시 사람들에게 놀라운 이야기였는지. 다른 하나는 그 이야기가 왜 지금 내게 놀랍게 들리지 않는지.
저자는 예수의 비유가 지닌 특성을 들어 이 물음들에 답한다. 예수의 비유, 그가 말하는 하나님 나라는 기존의 생각을 완전히 뒤집는 새로운 질서이자 도전이다. 하지만 1세기 팔레스타인의 일상에 빗대어 설명했기에, 우리에게는 그 비유가 어렵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우리는 그 낯선 이야기들을 우리에게 익숙한 방법과 가치로 해석하고 풀어내곤 했다. 지금 우리에게 예수의 비유들이 놀랍지도 새롭지도 않게 보이는 이유다.
이 책은 예수의 비유가 가진 본래 뜻을 찾고, 설명하는 시도다. 예수가 했던 말의 의미를 자본주의적 희망과 이 시대의 논리로 해석하는 데서 벗어나, 당시 사람들 맥락으로 살펴보며 그가 말하는 하나님 나라가 왜 당시에 놀라운 것이었는지 알려준다.
“누룩 비유는 바리새인들의 편견을 파고든다. 스스로를 의롭다고 생각하는 바리새인들로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부정한 비유를 통해서, 그들이 어떠한 우상에 빠져 있는지, 그들이 얼마나 하나님 나라와 멀어져 있는지를 보여 준다. 그들에게는 하나님 나라에 대한 새로운 이해가 필요했다.
예수는 바리새인들이 부정하게 여기는 온갖 단어들과 개념들로 하나님 나라가 얼마나 생명이 넘치는지를 설명한다. 이를 통해 예수는 하나님 나라를 설명함과 동시에, 편견에 사로잡혀 진리를 깨닫지 못하는 사람들의 현실도 드러낸다.”
특별한 점은 그것들을 철학 개념들을 통해서 본다는 사실이다. 예수의 비유 19개는 ‘에포케’ ‘앙가주망’ ‘리좀’ ‘아비투스’ ‘악의 평범성’ ‘르상티망’ 등 철학 개념과 ‘키에르케고르’ ‘장 폴 사르트르’ ‘칸트’ ‘레비나스’ ‘푸코’ ‘질 들뢰즈’ ‘펠릭스 가타리’ ‘김용석’ ‘한나 아렌트’ ‘니체’ ‘조르조 아감벤’ 같은 철학자들의 통찰과 연결되면서 신앙적 의미를 철학적으로 확장한다.
책을 차근차근 읽으면서, 예수의 하나님 나라 비유가 왜 모든 시대에 던지는 ‘도전’인지, 왜 새롭고 놀라운지 알 것 같았다. 비유의 놀라운 의미를 새롭게 알게 해준다는 점에서 체험적이기도 했다.
정민호 기자 pushingho@gosco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