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4호 에디터가 고른 책]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지금도 새로운 이미지에 합성되어 짤방(이미지로 된 인터넷 밈)으로 유통되는 글귀다. 초대교회 교인들이라고 달랐을까. 그들도 똑같은 인간이었다.
흔히 한국교회 개혁을 이야기할 때 ‘초대교회로 돌아가자’는 말을 많이 쓰곤 하는데, 고린도전서를 보면, 초대교회 상태나 오늘날 교회 상태나 별반 다르지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 또한 해보게 된다. ‘추천의 말’에서 언급하듯이, 고린도전서를 ‘욕망’과 ‘복음’ 두 힘의 대립을 중심으로 해석해나가는 이 책은, 고린도 교회를 “세상 속의 교회가 경험하는 이런 몸부림의 가장 적나라한 사례 중 하나”로 제시한다.
“우리가 성경에서 만나는 ‘초대교회’는 그저 모방하기만 하면 되는 완성품이 아니다. 2천 년 전 고린도에 생겨났던 교회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오늘날 우리와 같이 복음을 받고 그 능력에 참여한 사람들, 그러면서도 여전히 ‘죄의 증상’으로 힘겨워하던 공동체의 사람들이다. 그 점에서 그들은 우리와 같은 자리에 서 있다. 우리는 눈물로 이들을 섬겼던 사랑 깊은 목회자의 편지를 창문 삼아 이들의 신앙적 ‘좌충우돌’을 들여다본다.”
제목에 붙은 ‘오늘을 위한’이라는 수식어와 부제 ‘욕망의 시대, 사랑에 뿌리내린 교회’까지 보면, 이 고린도전서 주석이 결국에는 고린도 교회를 통해 우리네 신앙 공동체가 나아가야 하는 길을 그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저자의 여느 책이 그러했듯이, 이번에도 한국교회의 관성에 따른 성경 해석을 지향하지 않는다. 신약학자다운 날카로운 눈으로, 본문을 읽어나갈 때 올라오는 질문들을 성실하고 정직하게 마주하며 나름의 답을 찾아간다. 맨 앞에 실린 저자의 고린도전서 사역(私譯)은 그 길을 좇아가는 데 도움을 주는 교보재로 더할 나위 없다.
반듯하게 쌓아올린 저자의 문장들을 따라가다 보면, ‘해석학적 우상숭배’를 넘어, 성경을 읽고 씨름하는 올바른 자세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된다. 한국적 상황 또한 의식하는 이 책이 일관성 있게 드러내는 인간의 실존과 욕망, 하나님의 은혜에 대한 통찰은 교회가 ‘거룩한 공동체’를 일구기 위해 붙잡아야 하는 신앙의 본질이 무엇인지 일깨워준다.
“이 편지가 오늘날 우리를 위한 말씀인 것은, 그때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인간의 본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또한 그때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하나님의 역사하심 때문이기도 하다.”
강동석 기자 kk11@gosco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