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5호 송지훈이 만난 활동가] 복음주의 운동의 산실 기윤실 활동가들
성서한국은 2018년부터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하 기윤실)과 사무실을 함께 써왔는데요. 사무실 입구 옆에는 기윤실 한 달 행사와 업무가 적혀있는 캘린더 칠판이 있습니다. 일정으로 빼곡한 캘린더를 보면서, 업무 시간에 숨소리도 안 들리는 기윤실 간사님들을 보면서 이분들이 어떤 분들인지 더 궁금해졌습니다. 단체 인터뷰라서 분량을 감안해 다소 전형적인 형태의 글이 되었지만, 지금 기윤실이라는 단체의 엔진을 담당하고 있는 활동가들이 각자 그리고 서로 어떻게 일하고 살아가는지 조금은 엿볼 수 있었습니다. 한 달 넘게 걸린 리모델링을 마친 기윤실 회의실에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 각자 소개 부탁드립니다.
윤동혁: 기윤실에 온 지 두 달 조금 넘었습니다. 자발적불편운동과 청년재무상담소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최주리: 기윤실에 입사한 지 만 2년 조금 넘었습니다. 청년운동과 청년센터WAY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명진: 주중에는 기윤실 간사로 일하고 있고, 주말에는 교회 사역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기윤실에서 1년 반 정도 일했고 교회신뢰운동과 〈좋은나무〉, 기독교 연구소를 맡고 있습니다.
한성화: 기윤실에서 일한 지 1년 6개월 되어갑니다. 회계와 회원 관리를 맡고 있습니다.
김현아: 기윤실에 온 지 9년 됐고, 여러 가지를 하고 있습니다.(웃음) 좋은사회운동과 청년운동을 주로 담당하고 있고, 사무국장으로서 간사님들 업무를 지원하고 대표님들과 사무처 전반의 업무에 대해 소통하고 있습니다.
- 어렸을 때는 어떻게 신앙생활을 하셨나요?
동혁: 저는 초등학교 2학년 때 아버지가 목회 개척을 하셔서 작은 교회를 다녔고요. 개척교회에 아버지 후배들과 청년들이 많아서 이모, 삼촌들과 재미있게 교회를 다녔습니다. 고등학교 때도 학교가 미션스쿨이었는데 찬양 동아리에 들어가 뜨겁게 찬양하며 재밌게 지냈었어요.
주리: 저는 모태신앙인데 저희 어머니가 주일성수를 굉장히 중요하게 여기는 분이셔서 대학 가기 전까지는 교회를 거의 빠져본 적이 없었어요. 그래서 기독교 신앙이 제겐 당연한 것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왜 나는 뜨거운 신앙이 없는지 고민될 때도 있었는데요. 대학에 가서 선교단체에서 처음 하나님과의 인격적인 만남이 있었던 것 같아요.
명진: 저도 태어날 때부터 교회를 다녔는데요. 신앙생활을 빡세게 했어요. 엄마가 계속 성경고사대회를 내보내셔서 학기 중에는 학교 공부, 방학 때는 성경공부에 치여서 살았어요. 그렇게 계속하니까 나중에는 사춘기가 좀 세게 오더라고요. 부모님께 이런저런 반항을 하기도 했죠.
성화: 저는 초등학생 때 집이 이사를 세 번이나 했어요. 그래서 교회도 세 군데를 다녀야 했는데 환경이 계속 바뀌어 적응이 힘들었을 때 교회가 저를 품어주고 적응할 수 있게 도와주었어요. 교회 생활이 재미있었고 또 청년기까지 문화적인 혜택을 받고 섬기게 해준 곳도 교회였죠.
현아: 고등학교 때 전학을 와서 마음 붙일 곳도 없고, 당시 가정생활도 평탄하지 않았던 상황이어서 좀 힘들었는데요. 그때 처음 사귄 친구가 목사님 딸이었어요. 그 교회에서 ‘문학의 밤’을 한다고 해서 친구들과 다 같이 갔다가 그때부터 주말마다 교회를 가게 됐어요. 가서 혼자 피아노도 치고 친구들과 놀기도 하면서 지냈는데요. 교회가 저한테는 놀이터이자 도피처이기도 했던 것 같아요.
- 모두에게 드리는 질문입니다. 활동가의 삶은 어떻게 살게 되셨나요?
현아: 대학 때 IVF 활동을 했고 졸업 후에도 IVF에서 간사로 일했습니다. 그러다 이직을 고민하던 때에 대학 시절 참석했던 사경회 강사님이 ‘한 손에는 성경을, 한 손에는 신문을’이라는 유명한 말을 실제로 성경과 신문을 손에 들고 말씀하셨어요. 복음에 헌신된 일꾼이 되라는 메시지가 떠올랐습니다. 당시에 성서한국 전국대회에 참석했는데, 그곳에서 그리스도인의 사회참여와 신앙에 대한 고민을 나누면서 몇 가지 답을 얻기도 했어요. 거기서 기윤실 채용공고를 보고 지원했습니다.
성화: 사회에 대한 관심은 2018년쯤부터 생겼던 것 같아요. 마음보다 행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되었는데 개인적인 일로 그러지 못하다가 작년에 기윤실 이사이기도 한 교회 목사님을 통해 채용공고 소식을 듣고 지원하게 되었어요. 제가 하는 일은 회계와 행정 분야이긴 하지만 기윤실 사역을 통해 사고와 관심의 폭이 넓어지고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함께하는 간사님들을 잘 지원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명진: 기독연구원 느헤미야에서 신학 공부를 했는데요. 졸업을 앞두던 때에 마침 기윤실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됐어요. 아르바이트 기간이 끝난 뒤에 사무처에서 같이 일하자고 제안해주셔서 수락했습니다. 졸업 후 진로에 대해 막연하게 기독교 단체나 글을 쓸 수 있는 일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마침 제안해주신 업무가 〈좋은나무〉라는 기윤실의 웹진이었어요. 선물 같은 일이었습니다.
주리: 저는 온실 안에서 성실하고 맹목적인 신앙생활을 하다가 사회에 나오니까 지금까지 교회에서 배운 것이 답을 주지 못해서 너무 답답했어요. 일상에서의 선교 같은 말들을 많이 들었지만 제게는 실질적인 답이 되지 않았어요. 이전 직장을 그만두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나 고민도 들었고, 그때 코로나가 터졌어요. 저를 비롯한 청년들이 코로나 때문에 삶의 기회들을 많이 놓치는 모습이 너무 안타까웠어요. 어떻게 하면 해결책이 생길까 고민하던 차에 기윤실에서 청년센터 담당 채용공고를 보고 지원했습니다.
동혁: 집안이 가난한 편이었어요. 그러다 보니 빈곤 문제에 관심이 생겼고 어려운 사람들을 도울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막연하게 생각했어요. 군대 전역 이후 친구들과 출판사를 했는데 그때 기독교 문제에 대해 관심이 커졌어요. 그때가 이명박 정권이어서 사회문제에도 관심이 많아졌습니다. 지금 다니는 교회도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고요. 먼저 활동가 일을 시작한 것은 아내였고, 저는 교회 목사님 통해서 채용공고를 접해 지원했습니다.
- 이제 막 입사를 하셨는데, 가장 뿌듯한 순간은 언제였나요?
동혁: 처음 왔을 때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어요. 사무실에 뭔가 참 많고…. (일동 웃음) 제가 오자마자 사무실 리모델링을 했는데, 제가 이런저런 도움이 되는 것 같아 뿌듯했어요. 같이 고생하면서 가까워진 것 같아요.
현아: 오신 지 두 달 반밖에 안 된 것에 비하면 무척 가까워진 것 같아요.
주리: 한 6개월은 같이한 것 같은데요.(웃음)
- 다른 분들은 어떤 때 뿌듯함을 느끼셨나요?
명진: 저는 사수의 도움 없이 혼자 〈좋은나무〉의 글을 편집하고 올리거나, 회의를 이끌었을 때 업무 성과를 느껴 뿌듯했어요. 그리고 제가 연대 사업도 담당하고 있어서 지난 부활절 연합예배 때 예배 사무국으로 일했는데요. 막연한 관심사와 여러 기도 제목이 만나 예배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면서 감사하고 뿌듯했습니다.
성화: 일하면서 기윤실이 투명하게 재정을 잘 관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담당자로서 마음이 당당해지고 후원 요청도 더 당당하게 할 수 있어 좋았어요. 또 하나는 일하는 사람들이 서로를 어떻게 대하는지가 중요하다 생각했어요. 기윤실에 들어와서 보니까 서로에 대한 배려와 생각하는 마음들이 무척 따뜻하고 섬세하다고 느꼈어요. 일은 굉장히 빡빡하게 돌아가지만 그런 따뜻함을 느끼면서 힘을 얻어 일할 수 있었어요.
주리: 저는 청년센터WAY에서 청년 지원 사업들을 진행하고 있다 보니 도움이 필요한 청년들에게 지원을 해주는 경우가 있어요. 물론 저는 실무자로 모든 과정을 이어주는 역할이긴 하지만 업무 과정에서 감사함을 많이 느꼈어요. 그 과정에서 저희와 함께 상담을 진행해주시는 선생님들을 통해 배우는 것도 많고요. 이분들이 단순한 봉사가 아니라 정말 청년들을 위한 마음으로 하신다는 게 느껴졌어요. 이런 분들과 만나고 함께 일하는 경험들이 감사하죠.
- 국장님은 아무래도 일한 지 오래되어서 뿌듯한 일도 많으셨겠죠?
현아: 저는 너무 많아서… (웃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회계와 행정업무를 하다가 처음으로 청년운동본부 일을 할 때였어요. 당시 2018년 평창올림픽 때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문제로 공정 이슈 논란이 일었어요. 그래서 이 문제를 다뤘던 포럼이 제가 처음 기획했던 행사였는데 나름 잘 진행되어 좋았어요. 그리고 몇 년 전에 기윤실이 정관 개정 작업을 했는데요. 이게 서울시와 용산구청과도 소통하며 진행해야 하는 까다로운 작업이었는데, 총회 인준까지 잘 마무리하고 나서 그때 정병오 대표님이 엄청나게 칭찬해주는 문자를 보내주셨어요. 그런 표현을 잘하시는 분이 아니거든요.(웃음) 한 가지만 더 말씀드리면, 제 오랜 친구 중 한 명이 기윤실 후원회원으로 가입했어요. 이야기하니까 또 눈물 날 것 같은데…. 저를 굉장히 잘 아는 친구인데요. 오랫동안 활동했는데 그동안 후원할 생각을 못 했다며 신청해준 일이 저한테 되게 격려가 되더라고요. 내 일이 누군가에게 지지받고 있고 나 혼자 하는 일이 아니구나, 내가 이상하게 살진 않았구나 싶어 보상받는 느낌이어서 뿌듯했습니다.
- 활동하는 데 있어 가장 크게 다가왔던 어려움은 어떤 것들이셨나요?
동혁: 저는 리모델링 기간에 코로나에 걸렸는데 다들 많이 걱정해주시고, 그때 잘 쉬어서 지금은 괜찮습니다. 아직은 딱히 어려운 일은 없었어요.
명진: 스타트를 이렇게 끊으시면….(일동 웃음) 저는 함께 일하던 간사님들이 그만둘 때 마음이 좀 힘들었어요. 실무적으로도 아쉽지만 그분들과 쌓인 정이 있어서 더 힘들었어요. 또 하나는 기윤실은 상임집행위원회 분들로 구성된 기구와 사무처가 함께하는데 그분들 세대의 관점에서 한국교회와 사회문제들에 대해 이야기하실 때 그 취지와 의미가 저로서는 공감이 안 될 때가 있기도 해요. 이 간극이 좁혀지지 않은 채로 실무는 계속해야 할 때 거기서 의미를 찾는 일이 아직 숙제로 남아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좋은나무〉에 가끔 논쟁적인 글이 나갈 때가 있는데, 정당한 비판이야 괜찮은데 그냥 맹목적인 비판을 받으며 매도당할 때는 좀 속상했습니다.
주리: 이제 마냥 즐겁기만 한 시기는 지나간 것 같아요. 결과가 안 나오는 건 그래도 괜찮은데요. 우리 활동이 교회와 사회에 얼마나 영향을 주고 있나 의심이 들 때 힘들더라고요. 구색 갖추기로 일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도 들고요. 후원금이 허투루 쓰이면 안 되잖아요. 또 하나는 활동가로서 내가 계속 이 일을 하는 게 행복할까, 또 내가 함께하는 주위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을까라는 확신이 들지 않을 때 제일 어려웠던 것 같아요.
성화: 작년에 멋모르고 연말 연초 회계감사와 총회 준비를 하는데 너무 정신이 없고 힘들었어요. 저는 시간제로 근무하다 보니 시간도 부족해서 더 그랬던 것 같아요. 그래도 한 번 해봤기 때문에 올해는 조금 더 낫지 않을까 싶습니다.
현아: 저 자신의 한계를 직면할 때 가장 어려운 것 같아요. 저의 기대와 열정과 실제 저의 모습에서 생기는 격차를 발견할 때, 그리고 저와 임원들 혹은 저와 간사님들 사이에서 격차를 발견할 때 참 어렵습니다. 스스로의 문제는 어떻게든 알아서 한다지만 다른 사람과 어떻게 하면 함께 갈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은 쉽지 않은 것 같아요. 그리고 사무국장이 되고 나서 글을 쓰거나 말을 할 기회가 많아졌어요. 내가 10년 차의 몫을 하고 있나 생각하면 벅찰 때도 있어요.
- 팀으로 일하는 것은 때로 서로 간의 배려와 인내 등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기윤실 사무처에서 경험하신 팀워크에 대한 각자의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동혁: 제가 느낀 기윤실의 팀워크 특징은 세 가지인데요. 첫 번째는 평등한 구조인 것 같아요. 사회에서는 나이와 연차가 중요하잖아요. 그런데 기윤실 사무처에서는 그런 게 드러나지 않는 것 같아요. 서로 존중하고 평등한 구조 같아요. 두 번째는 국장님의 역량입니다. 가장 많이 섬기려고 해주시고 저희들 사이에서 조율을 잘 해주시는 것 같아요. 그리고 서로에 대해 솔직하면서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잘 수용하는 분위기가 좋고요. 같이 일하는 사람이 정말 중요한데 저는 만족하고 있어요.
성화: 저도 비슷한 부분인데 저는 서열이나 호칭 문화에 민감한 사람인데 여기는 서열화되어 있지 않아서 좋았어요. 모두 평등한 것을 원한다고 하지만 리더는 직접적으로 지시하고 명령하는 일이 더 편할 수 있을 듯한데요. 처음에는 다들 청유형으로 물어보시는 게 어색했어요.(웃음) 자율적이면서도 민주적인 모습이 인상적이었고, 부족함이 있을지라도 서로 노력하는 모습이 좋았습니다.
명진: 제 사수인 전임자가 저에게 업무 인수인계를 해주면서 한 달 동안 한 번도 짜증을 내지 않더라고요. 제가 성향상 진짜 질문이 많은 편인데 그 질문을 다 받아주는 모습이 바로 제가 느낀 기윤실의 문화였습니다. 그리고 일이 많고 힘들어도 빼지 않고 다 같이하려는 동료들의 자세가 인상적이었어요.
주리: 저희가 신앙의 배경도 다 다르고 경험도 다 달라서 어떤 이슈에 대해 의견이 모두 다르거든요. 그런데 저희는 의견이 다르더라도 그럴 수도 있지라는 자세로 들어주는 것 같아요. 그래서 비록 좀 달라도 서로의 다름을 인정해주고 내 표현에 잘못이 있으면 서로 이야기해줄 수 있다는 신뢰가 있어요.
명진: 그런데 저희 놀 땐 또 다들 되게 재미있게 잘 노는 것 같아요.
- 기윤실은 복음주의 운동의 산실 같은 곳이죠. 그럼에도 혹시 잘 모르시는 분들이 계실 수 있으니 간략하게 기윤실을 소개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현아: 기윤실은 1987년에 손봉호, 이만열, 강영안, 장기려 등 기독인들이 한국 사회와 교회의 도덕적 타락과 부조리한 현실을 통감하고 또 회개하는 마음으로 시작한 기독시민운동입니다. 창립 취지문을 보면 ‘행함 없는 믿음은 죽은 믿음’이고, ‘거듭난 신자는 경건하고 빛과 소금이 되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고백하고 있어요. 개인의 삶과 신앙이 바로 서도록 하는 일뿐 아니라 교회의 신뢰 회복 그리고 사회의 공의를 이룩하는 일을 사명으로 삼고 35년을 달려왔습니다.
현재 기윤실은 4개 운동본부와 2개 부설 기구에서 다양한 영역의 활동을 감당하고 있는데요. ‘자발적불편운동본부’에서는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고 창조세계를 살리는 불편/저항/돌봄 캠페인과 실천들을, ‘교회신뢰운동본부’에서는 사회적신뢰도여론조사, 교회신뢰회복프로젝트, 대화모임(크리스챤아카데미와 협력)을 ‘좋은사회운동본부’에서는 이웃의 고통에 연대하고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 개선 및 대안 제시 운동, 바른정치 운동을, ‘청년운동본부’에서는 교회와 청년이 화해하고 공존할 수 있도록 돕는 기독청년 프로젝트와 시즌별 이슈 소모임, 청년의 시선과 목소리가 담긴 뉴스레터를 발행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부설 기구에는 청년들에게 심리상담과 재무상담을 지원하며 전인적 회복을 돕는 ‘청년센터WAY’와 기독교와 사회의 현안에 대해 건강한 관점을 제시하는 웹진 〈좋은나무〉가 있습니다. 공동대표님을 포함한 20명의 상임집행위원과 5명의 활동가가 각 부서별 위원님들과 회원들의 의견을 수렴하며 운동을 만들고 끌어가고 있어요.
- 기윤실이 요즘 가장 역점을 두는 일은 어떤 것인가요?
현아: 지난 한 달간 교계와 사회 현안을 살피고 내년도 사업을 모색하는 TF 모임을 진행했는데 의견이 모아졌던 부분은 ‘한국 사회의 가시화된 혐오와 폭력, 사람들 안에 있는 분노와 불안’에 대한 문제의식이었어요. 그 심리와 현상은 한국교회 내에서도 마찬가지로 드러나고 있고요. 노동 환경, 여성의 삶, 상대적 빈곤, 각종 재난, 분단의 현실이 사람들에게 주는 불안, 불신, 공포, 분노는 서로 간에 소통과 존중이 이루어지지 않고 정치적 효능감을 느끼지 못하는 사회적 분위기와 맞물려 왜곡된 방식으로 표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름을 존중하지 못하고, 일상의 차별과 혐오를 인지하지 못해 교회든 사회든 누구나 피해자와 가해자가 될 수 있는 폭력의 구조에 노출되어 있어요. 기윤실은 앞으로 이 문제를 심각하게 여기고 사회심리학적, 기독교 윤리적 관점에서 고민하고 다루려고 합니다.
또 하나는 ‘청년’ 관련 활동이에요. 교회 내에서 청년의 존재와 목소리를 어떻게 더 중요하게 여기도록 할 것인지, 청년들의 삶에 기독교 신앙, 영성이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청년들이 처한 현실의 문제에 교회가 어떻게 반응하고 함께할 것인지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청년세대’라는 이미지에 국한되지 않고, 교회와 사회에서 환대받고 또 기여하는 공동체 구성원이 되게 하는 여러 방법들을 시도해볼 예정입니다.
- 마지막으로 각자의 자리에서 분투하며 살아가는 기독인들에게 응원의 말 한마디씩 부탁드리고, 앞으로의 기윤실 활동에 있어 스스로에게 하는 다짐이나 혹은 동료들에게 하고 싶은 말도 함께 부탁드립니다.
동혁: 이 질문을 미리 보고 어제 아내에게 물어봤어요. 왜 활동가로 사냐고. 아내가 재미있으니까 그렇게 하는 거라고 하더라고요. 근데 그 말이 맞는 것 같아요. 지금도 즐겁게 하고 있지만 계속 이렇게 즐겁게 하면 좋겠어요. 동료들에게는 항상 감사하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주리: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표현을 좋아하는데요. 우리의 일이 엄청나게 크고 화려하진 않지만 저희 후원자분들을 비롯해 항상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계시더라고요. 그분들이 제겐 엘리야에게 남은 바알에 무릎 꿇지 않은 7천 명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우리 모두 기독인으로 부끄러울 때도 많고 지치고 낙심될 때도 많으실 텐데, 서로가 서로에게 ‘7천 명’이 되어주며 힘을 내면 좋겠습니다.
명진: 다들 힘을 내면 좋겠어요. 여전히 큰 교회나 화려한 곳으로 사람들이 몰리는 것 같고, 그에 반해 우리가 하는 일은 미미해 보이죠. 성과를 보기 힘든 세상인 것 같아요. 그럴수록 활동가들은 성과만이 아닌 다른 동기로 힘이 나는 삶을 살아가면 좋겠습니다.
성화: 개인적으로 인생의 전환점을 지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데요. 이런 시절에 좋은 동료들과 함께 일하고 있어서 감사하고 힘이 나는 것 같습니다. 기윤실 간사님들 덕분에 1년 반의 시간 동안 많은 용기와 응원을 받았어요.
현아: 제가 기윤실 오기 전 참석했던 성서한국 대회의 메시지 중에 ‘세상과 교회를 향해서 애통함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그 애통함이 자기 마음에 없으면 너 자신에 대해서 애통하라’는 말씀이 있었는데 제가 그 이야기를 듣고 사로잡혔었는데요. 활동가의 역할도 거기서 시작해야 하는 것 아닐까 생각해요. 서로 그 애통하는 마음을 잃지 않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일을 하다 보면 할 수 있는 만큼 하는 것과 해야 하는 것의 균형을 잡는 것이 어려운 듯해요.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면 사실 아무것도 안 돼요. 제자리걸음만 하게 되겠죠. 그렇지만 해야 하는 것에만 매달리면 쉽게 지치고 허덕이게 되죠. 내 역량에 맞게 균형을 잘 잡아가는 지혜를 배우고 싶습니다.
진행 송지훈 성서한국 사무국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