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6호 에디터가 고른 책]

내 신앙에 과학이 대답할 줄이야 / 성영은 지음 / 홍성사 펴냄 / 14,000원
내 신앙에 과학이 대답할 줄이야 / 성영은 지음 / 홍성사 펴냄 / 14,000원

흔히 사람들은 종교에 대한 맹신을 비판하지만, 오히려 일상에서는 과학에 대해 ‘옳고 그름을 가리지 않고 덮어놓고 믿는 일’이 더 많이 벌어진다. 우리가 식당에서 확신에 차 주고받는 건강한 먹거리에 관한 정보만 해도 그렇다. 그 과학 지식의 다수는 얼마 안 가 다른 과학 정보에 의해 타당성이 없다고 판명이 난다.

과학과 신앙의 상충 관계를 풀어내는 책은 꾸준히 나왔지만, 특별히 이 책은 “과학을 교양으로 받아들일 때 열린 시각을 얻게 될 것”이라고 쓴 저자의 ‘여는 글’에 마음이 열렸다.

저자는 대학에서 과학을 가르치는 교육가이자 에너지 연구자로서, 과학과 신앙 사이를 상호 참고의 관계로 설정해 대화를 유도한다. 우주, 생명의 신비, 인간의 타락에 영향을 받은 자연, 과학기술시대 등을 설명하면서 독자를 신앙 묵상으로 이끈다.

“과학이 먹거리 성분을 밝히면 밝힐수록 사람들은 몸을 이루는 먹거리에 더 관심을 기울입니다. … 좀 더 좋은 음식을 찾는 것 자체는 자연스러운 일이기도 하지요. 다만 먹거리 뉴스나 방송을 볼 때 인간의 타락으로 비참해진 창조 세계를 생각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우리의 생명이 우리가 무엇을 먹는가에 달린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 달려 있음을 생각하면, 무엇을 먹을 것인가에 대해 지나치게 마음과 시간을 뺏기지 않고 자유를 누릴 수 있겠지요.”

일상의 많은 순간, 신앙과 과학은 긴장 관계를 유발할 수밖에 없다. 그 긴장 안에서 답을 찾아가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다. 걸림돌은 늘 자기에 대한 과몰입, 자기애의 과잉이다. 저자는 ‘내가 먹는 것이 곧 나다’라는 생각 너머 ‘내가 버리는 것이 곧 나다’로 나아가라고 일깨운다.

과학과 신앙의 조화와 균형을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과정은 자기에 대한 맹신을 걷어내는 것 아닐까. 덮어놓고 믿는 것은 믿음이 과한 게 아니라 오히려 믿음 없음의 증거일 때가 많다. 내 신앙에 이 책이 답할 줄이야.

이범진 편집장 poemgene@gosc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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