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1호 에디터가 고른 책]

공공신학의 눈으로 본 성경 / 최경환 지음 / 지우 펴냄 / 15,000원<br>
공공신학의 눈으로 본 성경 / 최경환 지음 / 지우 펴냄 / 15,000원

신학무용론이 횡행하는 시대다. 누군가 이 사회와 교회에 대한 ‘신학의 쓸모’를 물을 때 제시할 수 있는 직접적인 대답 중 하나가 ‘공공신학’이 아닐까 생각한 적은 있다. 그렇지만 공공신학적 성경읽기에 대해서는 별로 고민해보지 않았다. 감이 잡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복음의 공공성’이라는 조어(造語)가 갖는 함의처럼, 신학 또한 본디 공공성이 있는데 그에 대한 결핍이 두드러지자 반영으로서 ‘공공신학’이라 이름 붙이게 됐다고 봤다. 어떻게 보면, 그냥 ‘공공성’을 의식하면서 성경을 읽어나가면 그만 아닌가? 방법론이나 다른 이야기가 필요할까 싶었던 것이다.

공공신학적 성경읽기이면서 성경읽기를 통한 공공신학 입문으로도 볼 수 있는 이 책을 읽자, 생각이 달라졌다. “지금 우리에게 당면한 삶의 문제를 끌어안고, 구체적인 상황 속에서 누구를 도울 수 있을지 결단하는 것이 바로 신학의 과제”라면, 공공신학을 통한 성경읽기가 이 사회와 우리네 삶을 제대로 직면하고 신앙으로 살아내도록 훈련하는 효과적인 길처럼 보였다.

‘복음의 청중’ ‘유배와 회복’ ‘번영하는 삶’을 이 주제를 관통하는 키워드로 제시하는데, 저자가 거대담론이나 대항서사로만 문제의식을 드러냈을 때 발생하는 난점과 반작용도 세심히 고려하고 있어서 인상적이었다. 대의가 중요하고 급진적 변화를 촉구하는 구호도 필요하지만, 우리와 이웃이 서있는 자리를 돌아보고 주변을 다독이며 호흡을 가다듬는 태도 또한 놓치지 말아야 한다.

“엄청난 스펙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정규직에 취직하기 어려운 이들에게 그리스도인의 길을 따르는 것은 원래 힘들고 어려운 것이라는 설교를 하고 싶지 않습니다. … 아무리 노력해도 결국 할아버지의 재력과 아빠의 인맥을 동원하지 않고서는 유리천장을 깰 수 없는 이들이 소확행을 꿈꾸며, 맛집을 탐방하는 걸 보며 사회적 책임과 역사 변혁을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렇다고 적당히 타협하며 살라거나 ‘순한 맛’ 해석을 내세우고 있다고 오해하면 곤란하다. 기도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약자와 소수자까지 더불어 잘 사는 샬롬의 비전을 지향하는 한 신학자의 긴 고민의 흔적이 궁금하다면 일독을 권한다. 두껍지 않은 분량에 담긴 91개의 각주는 훌륭한 참고 목록을 제공하며, ‘함께 읽으면 좋은 책’에 타 출판사 도서까지 수록한 책날개는 작지 않은 공공신학적 실천으로도 읽혔다.

강동석 기자 kk11@gosc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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