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5호 커버스토리] ‘바다빗질’ 프로젝트 진행 중인 이지연 독자
이지연 작가(빗자)는 사진을 통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작업을 해왔다. 코로나 이후 가족 예배를 드리면서 ‘바다빗질’이라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주말마다 바다로 가서 해변에 밀려온 쓰레기들을 모으고, 그 속에서 한 장의 이야기를 그리고 찍었다. 그 작품들은 한 편의 동화나 그림처럼 구성됐다. 조카들이 포즈를 취하면, 해변에 있던 쓰레기들이 소품으로 활용되어 하나의 그림을 완성했다.
그동안 작업한 ‘바다빗질’ 프로젝트의 결과물을 모아 9월 15일부터 10월 17일까지 전시회를 연다. 그가 보내온 전시 소식을 메일로 보고 인터뷰를 요청했다. 9월 8일, 전시회가 열릴 대전역 근처 전시 공간 ‘구석으로부터’에서 이지연 작가와 만났다. 전시할 작품을 함께 보면서 이 작업이 어떻게 시작되었으며, 어떤 과정을 밟아왔는지 들었다.
- 안녕하세요. 소개를 먼저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빗자입니다. 저는 기독연구원 느헤미야 대전에서 공부하면서 〈복음과상황〉을 알게 되었어요. 그때 ‘가까운 책방’ 김신일 목사님이 책을 가져오셔서, 복상을 나눠주셨어요. 주제가 아마 ‘제로 웨이스트’였을 텐데, 내용을 보고 큰 울림이 있었어요. 인권에 관한 관심은 있었지만, 환경 문제에 대해서는 경각심이 부족했기 때문인데요. 일상적인 문제를 다루고 얘기할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게 기뻐서 복상을 구독하기 시작했죠. 그때는 제가 에티오피아에서 3년 정도 시간을 보내고 온 뒤였는데, 한국에 돌아온 지 얼마 안 되어서 약간 적응 문제가 있었을 때였죠. 그런 문제로 다니던 교회를 떠나기도 했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이 깊을 때였어요.
저는 디자인을 전공했고 사진을 취미로 하다가 사진작가를 하려 했던 경험이 있어요. 선교사로서 꿈과 예술의 조화를 이루고 싶었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움을 느꼈고 지금은 다시 사진 작업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좋은 이야기를 전달하며 삶과 예술의 일치를 누리고 표현하며 살고 싶은 사람입니다.
- 빗자라는 이름의 뜻은 뭐예요?
어려서부터 특별한 이름을 갖고 싶었어요. ‘이지연’이라는 이름이 흔한 이름이라, 집에서는 “자연아, 자연아” 이렇게 부르거든요. ‘빗자’라는 이름은 ‘우빗’과 ‘자연’을 합해서 만든 이름이에요. ‘우빗’()은 에티오피아에서 저를 불렀던 이름인데요. ‘예쁜이’라는 뜻입니다. 이 이름은 ‘머리를 빗자’라고 할 때 그 말도 되고요. 에티오피아 말로는 노란색을 뜻하거든요. 손님이 올 때 환영한다는 의미로 노란색을 사용하기도 하고, 의미가 마음에 들어서 ‘빗자’라고 했습니다.
- 한국에 적응을 못 하셨다고 하셨는데, 어떤 이유로 어려움을 겪으셨어요?
20대 후반에 저는 사진 작업을 이어가면서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던 빈곤한 청년이었어요. 그전에는 기도하는 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중보기도자〉라는 사진 작업도 했었죠. 그 작업을 하면서 여러 사람들을 만나 참 좋았지만, 저의 생활과 예술을 같이 지탱해 나가기가 힘들었고 가끔 있는 거절감에 대한 두려움도 생겼어요. 다른 곳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거나 선교하는 것이 더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일일지 모르겠다는 생각에 사진 작업을 내려놓고 해외 봉사단원으로 에티오피아로 갔습니다. 그런데 돌아와서도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하며 어려움을 겪은 겁니다.
10년 전에 작업한 〈중보기도자〉는 일상에서 기도하는 분들을 만나서 찍은 사진들이에요. 누군가를 품고 진정으로 사랑해야만 할 수 있는 게 기도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엄마가 기도하는 모습에서 영감을 받았고, 사랑을 표현하는 기도를 향하는 시선으로 찍었어요. 친구들과 교회 공동체 멤버들 위주로 작업을 하고, 전시회도 열었죠. 개척교회나 시골 교회 사역자분들과도 함께 작업했습니다.
- 선교사가 되려고 하셨다가, 다시 사진작가로 돌아오게 된 이유가 궁금합니다.
2014년에 에티오피아로 가서 ‘참전용사촌’ 아이들에게 미술을 가르치는 일을 했어요. 에티오피아는 정교회 문화가 짙은 곳이예요. 축복 기도를 일상적으로 할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어디를 가든 환대받았고, 좋은 경험과 위로를 많이 얻었어요.
후에 한국에 돌아와서 본격적으로 선교사가 되려고 했지만 쉽지 않았어요. 선교사가 되려면 교회의 지원도 필요했고, 생활비를 스스로 준비해야 했어요. 구원의 확신과 타인에게 확신을 줄 수 있는 능력도 필요하더라고요. 특히 사람들을 모으고 설득하는 일은 저에게 어려운 일이었어요. 교회는 떠난 상태였고, 후원해줄 교회가 없다고 생각하면 낙심이 되었죠. 선교사가 되려면 여러 후원자가 필요하다고들 하는데요. 저는 작업하는 동안 여러 선교단체에서 공부하기도 했습니다.
그때 제 속마음을 가족들에게 전하고 기도하면서 상황이 많이 달라졌어요. 내가 꼭 제자처럼 살 필요는 없고, 나는 나만의 방식으로 살아도 되겠다는 마음이 생겼거든요. 부모님이나 가족들은 생계 걱정을 했지만, 저는 꾸준히 사진 작업을 하면서 삶에 대한 모음을 해보겠다고 약속했어요. 그러면서 사진 작업도 다시 하게 되었고, ‘바다빗질’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 결국 ‘선교’와 ‘사진’ 중에 사진을 택하신 거죠?
사실 사진 작업과 선교를 같이하고 싶었어요. 에티오피아에서 그런 실험을 한 거였고요. 아이들과 같이 놀면서도 이런 작업이 가능하겠다고 생각했는데, 한국에 돌아와서는 이 일들을 조화롭게 해내지 못했어요. 제가 부족했던 부분도 있는 것 같아요. 제 주변에 그런 사례가 없기도 했고요. 선교와 예술에 대한 훈련과 발판을 준비하는 게 필요했는데, 그게 안 됐죠.
- 여기 사진에 등장하는 아이들이 작가님의 조카들이죠?
네. 〈바람씨앗〉이라는 동화책을 조카들과 함께 작업했어요. 이 동화책 작업은 성경 내용을 조카들에게 알려주기 위해 시작했어요. 예수님이 우리 마음에 씨앗을 심어주는 분이라는 내용을 이야기하면서, 아이들이 누워있는 모습으로 씨앗이 열매를 맺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우리 마음에도 누군가 씨앗을 심어주셨고, 우리 몸도 씨앗과 같아서 점점 하늘의 은혜와 은총으로 자라간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내용이랍니다.
- 가족들 소개를 부탁드려요.
가족 구성원은 엄마, 아빠, 제 동생, 동생의 남편 그리고 조카들인 엘레아까지 모두 8명입니다. 조카들 이름을 따서 ‘엘레아가’라고 공동체 이름을 정했죠. 저희는 주말에 다 같이 바다빗질을 하러 갑니다. 하기 전에는 항상 기도를 드리고 마무리할 때도 기도를 합니다. 그 순간을 예배로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저희는 다 같이 살고 있고요. 사실 저는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해서 가족들이랑 함께 살려고 하지 않았어요. 언제나 가족을 떠나고 싶어 하는 사람이었거든요. 에티오피아에서 돌아와서 힘들게 지내면서 가족들에게 의지하게 되었어요. 지금은 가족을 넘어선 관계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서로 응원하고 의지할 수 있는 공동체가 되었죠.

- 바다빗질은 언제부터 하신 거예요?
2020년 9월부터 이 작업을 시작했어요.
- 이 많은 작품을 찍으려면 바다를 정말 많이 다니셨겠어요.
처음에는 거의 주말마다 다 같이 바다빗질을 하러 갔어요. 지금은 한 달에 두 번 가고, 여름에는 쉬어요. 지금은 전시회 준비로 거의 가지 못하고 있어 몸이 근질거리죠.
서쪽 바다는 쓰레기가 가장 많이 밀려오는 곳이에요. 해수면도 평평하고, 모래도 많고, 바닷물이 쭉 빠졌다가 완전히 꽉 차게 밀려오거든요. 그리고 다른 나라들과 무척 가까운 바다이기도 하고요. 동쪽 바다는 경사가 심하고, 아스팔트 찻길을 만들면서 모래가 많이 사라져 쓰레기가 자주 쌓이지는 않아요. 하지만 큰바람이 불어올 때는 먼바다에서 떠돌던 쓰레기들이 엄청 날아와요.
그리고 남쪽 바다는 해안선으로 따지면 엄청 넓은데, 돌이 많고 굴곡이 많아 너른 바닷가를 찾기 쉽지 않아요. 저희가 즐겨 먹는 김 가공이나 조개, 물살이 양식장이 많아서 폐수와 어업 폐기물도 자주 보게 되어요. 쓰레기는 많이 쌓이는데 돌 틈이나 절벽 아래는 잘 안 보이기도 하고 들어가기가 어렵죠. 하지만 섬에 가면 아름다운 바닷가도 많이 만날 수 있어요.
- 13년 전에 〈중보기도자〉라는 주제로 작업하신 것과 ‘기도’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네요.
맞아요. 제 신앙적인 호기심에서 출발한 작업이라는 점도 그렇고, ‘기도’라는 점에서도 이어지는 면이 있어요. 기도한다고 해서 모두 작업으로 이어지는 건 아니에요. 제 안에서 깊이 체득되고 그 의미를 깨닫게 되어야 작업이 되는 것 같아요. 하고 싶은 게 있어도 작업으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훨씬 많았던 것 같아요.
- 〈중보기도자〉 작업의 기도와 〈바다빗질〉 작업의 기도에는 어떤 다른 점이 있었나요?
2009년경 저는 많은 혼란을 겪던 중에 사람들의 기도로 살아나게 되었어요. 그때 저를 위해 기도해주시는 분들을 보면서 저 역시 기도하게 되었고, 처음에는 나 자신을 위한 기도에 초점을 맞춰서 했어요. 내가 하는 기도는 오로지 나만을 위한 것인데, 다른 분들은 어떻게 남을 위해 진심으로 기도할 수 있는 건지 궁금해하며, 다른 사람들의 기도를 엿보고 다닌 셈이죠.
- 어떠셨어요?
정말 감동적이었죠. 사람들 얼굴에서 중보자로서 사랑과 관심을 전달하려는 모습이 보였어요. 눈을 감고 누군가를 그리면서 그 사람을 위해 중보하는 순간, 사진으로 표현하기 힘든 것이었지만, 제게는 큰 의미가 있는 순간이었습니다. 사람에 대한 신뢰도 많이 생겼고요. 피사체가 되어주신 분들도 사진작가인 저를 믿고 기도하는 모습을 보여주신 거니까, 그 과정이 참 좋았어요. 기도가 사람들의 마음을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때는 제 마음을 하나님께 전달하면 그분이 응답해주실 거라 믿었어요.
지금은 기도가 그냥 삶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는 것 같아요. 기도는 숨 쉬듯이 하는 삶의 일부분이고, 누군가에게 줄 수 있는 선물이죠. 제가 하는 작업이 누군가에게 그렇게 제 마음을 전달할 수 있는 것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바다빗질을 하면서 몸으로 하는 기도의 의미도 조금씩 알게 된 것 같아요. 마음으로만 드리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행동하는 것도 기도에 포함된다는 것을요. 저는 말과 마음으로만 기도하면 조금 갑갑해지더라고요. 기도를 오래, 꾸준히 하면 마음이 산처럼 넓어질 줄 알았는데, 그 마음이란 것은 어쩔 땐 더 옹졸해지기도 하는 것 같아요. 몸은 솔직해서 사람과 부비며 기도를 몸짓으로 옮길 때, 제 마음이 트이고 명량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어요.

- 이번에 전시할 〈바다빗질〉의 작업 과정이 궁금해요.
작업 과정은, 먼저 고통당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보고 들으면서 제 마음이 얼만큼 가까이 있는지 가만히 기도해봅니다. 가족과 작은 헌금을 모아 필요한 곳에 보내고요. 제 안에서 깊이 헤아리며 사랑하게 되길 기다립니다. 꼭 하고 싶은 이야기라도 이 과정을 빼먹으면 <바다빗질>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리고 바다에 가서 어떤 쓰레기가 있는지 봅니다. 천이나 옷, 장난감 소품들을 준비해서 다니고요. 대부분은 바닷가에서 구한 쓰레기를 사용해요. 어떤 쓰레기가 있는지 찾아보면서 어떤 그림을 그리면 좋을지 그때그때 결정합니다.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큰 그림을 그려보고 가지만, 그날 부는 바람에 따라 다른 이야기가 만들어질 때도 있어요. 어느 정도는 자유롭게 흘러가는 대로 열어둬야 결과물이 더 재밌게 나오는 것 같아요.
- 이 사진에는 과자 봉지가 많이 보이네요.
이건 ‘공익법센터 어필’의 보고서1)를 받아서 보면서 한국 기업들의 거대한 ‘팜유 플랜테이션’ 문제를 자세하게 알게 되었어요. 그런데 우리가 먹는 과자와 라면 등이 착취한 숲에서 나온 ‘팜유’로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도, 바로 아이들에게 과자를 사 먹지 말라고 할 수가 없더라고요. 죄책감만을 안겨 줄 수는 없었죠. 그래서 빛그림을 그리며 인도네시아 ‘셈블루’ 마을에 사는 사람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주었어요.
저는 이런 과정, 이런 대화 역시 또 하나의 기도라고 생각해요. 사실 가족끼리 이런 이야기를 잘 하지는 않거든요. 다들 가치관과 신앙, 정치색도 다르기 때문에 어렵죠. 그래도 아이들을 통해 자연스럽게 이런 문제에 대해서 서로 이야기해볼 수 있는 기회가 만들어지곤 해요. 무엇보다 너무 심각하지 않게, 매 순간 신나고 즐겁게 〈바다빗질〉을 하려고 합니다.
- 소재만 쓰레기일 뿐, 사진 속 이야기는 작가님의 기도 제목이기도 하고, 이걸로 만들어낼 수 있는 아름다움들을 표현하는 거죠?
맞아요. 플라스틱이 화려한 색과 각 잡힌 모양이라, 잘 지으면 아주 예쁘게 보일 수 있죠. 〈바다빗질〉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기보다, 아름답고 즐겁게 봐주셨으면 해요. 〈바다빗질〉 주인공들은 쓰레기보다 더 지독하고 힘겨운 상황에 있어도, 곁을 비추는 사랑의 투쟁으로 아름다운 삶을 꿋꿋이 살아가잖아요. 저도 그렇게 살고 싶고요.
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해서도 처음에는 누군가를 비난하는 작업을 했지만, 복상을 보고 천천히 기도하면서 평화를 이루는 사람들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어요. 그래서 다음 작업은 평화를 이루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되었죠. 〈바다빗질〉 전반부에는 누군가에게 억압당하는 이야기가 많은데, 후반부로 갈수록 몸으로 평화를 이루는 사람으로 변해가는 걸 보면 저도 놀랍습니다.
- 위에서 바닥을 내려다보는 식으로 사진을 찍으시던데요.
네, 제가 사다리 위에 올라가서 작품을 찍어요. 조금 비스듬하고 흔들리는 구도가 저 같아서요. 부족한 점이 있더라도 받아들이고 솔직하게 보이는 걸 좋아하는 편입니다. 멋지게 후보정하는 재주도 부족하고요.(웃음)
- 이 작품은 어두울 때 찍으셨네요?
이 작품은 바다에서 표류하다가 사라진 난민들의 영혼이 여전히 우리 곁에 살아있고, 우리가 기억하고 있다고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해가 다 지고, 따뜻한 전구 색감을 사용했죠. 아이들이 즐거워한 작업인데, 반짝반짝한 전구에 누워서 편하게 눈을 감고 촬영했고, 할머니가 손수 만드신 인어공주 비늘도 입혀주니 정말 행복해했죠.
아이들이 자세를 잡기 어려워하거나 벌레가 많아서 고된 작업도 있지만, 이렇게 즐거워하며 몰입하는 작업도 있어요. 바다에 가기 전에 "이번에는 무슨 이야기야, 이모?"라고 꼭 물어보는데, 이제는 함께 그림도 그리고, 아이들이 그린 이야기가 제 그림보다 더 정확하고 명랑해서 〈바다빗질〉의 빛그림이 되기도 해요.
- 바다빗질을 하고, 사진 작업도 하고 나면 쓰레기는 어떻게 하세요?
1톤 정도 들어가는 ‘톤백’에 모아서 해수욕장 입구 쪽에 두고 옵니다. 예전에는 전부 재활용 분리배출을 하려고 했는데, 해변 쓰레기는 소금기가 묻어서 재활용이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다 소각한다고 해요. 작은 자루에 버리면 햇빛 때문에 금방 다 삭아요. 그래도 톤백은 좀 오래가니까, 거기에 모아둡니다.
- 쓰레기가 얼마나 나오나요?
많이 나오는 곳은 다 헤아릴 수도 없어요. 1톤 크기의 자루 하나는 기본이고, 스티로폼과 같은 큰 쓰레기들은 자루에 들어가지도 않죠. 플라스틱만 해도 톤백을 꽉 채울 정도로 많이 나와요. 처음에는 쓰레기 정리를 위해 이 작업을 기획한 거였지만, 이제 저희가 많이 주워도 해변이 완전히 깨끗해질 거라고 기대하지 않아요. 저희의 실천으로 변화가 일어나는 것보다, 제가 실천하는 의미와 작업을 통해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에 더 초점을 두죠. 사람들의 마음에 와닿을 수 있도록 잘 이야기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냥 ‘쓰레기가 많다’고 이야기하는 것보다는 더 의미 있는 방법으로 전달할 필요성을 느꼈어요.
- 이야기 소재를 정할 때, 어려움도 있으신가요?
해외에 대한 이야기를 전달할 때는 접근하기 쉽고 알릴 수 있는 부분도 있어서 그런지 어려움이 없는데요. 한국 내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이나 평화, 통일에 대한 이야기는 어렵기도 해요. 조심스럽기도 하고요. 평화 이야기를 더 적극적으로 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제한된 수준에서, 제가 가능한 범위 내에서 작업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너무 멋진 걸 하려고 하면 오히려 잘 되지 않아요. 제가 알고 느끼는 정도까지만 표현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작업할 때 관련 책과 다큐멘터리, 강연 등을 찾아보기도 하는데요. 결국 제가 느낀 대로, 감정과 경험대로 하게 되더라고요.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부탁드려요.
먼저, 복상을 보면서 많은 용기를 얻었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어요. 항상 감사한 마음이 있었는데, 소심해서 어떻게 전해야 할지 막막했어요.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언젠가 만날 날을 기다렸지요.
제가 한창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몰라서 고민할 때, 복상에서 삶과 신앙이 한 길로 나아가는 사람들 이야기를 읽으면, 나도 언젠가 그렇게 살고 싶다는 희망이 생겨나곤 했어요. 복상에서 소개되는 분들과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하면서 저를 든든히 채워나간 것 같아요. 힘든 시간을 견디는 친구가 돼주어서 정말 고맙다고 비로소 전하네요. 복상이 독자들에게 진심으로 응원하고 다가가는 모습에 감동했고, 앞으로도 우리 곁에서 걷고 연결되는 기도가 되어주시길 바라요. 그리고 지금 막 〈바다빗질〉에 관심이 생긴 독자분이 계시다면, 언제 함께 바다에 가도 좋을 것 같아요. 여러분의 기도와 연결되기를 기다립니다. ‘구석으로부터’로 오세요!
1) 공익법센터 어필, <빼앗긴 숲에도 봄은 오는가 - 팜유 산업의 환경, 인권 침해 실태 및 한국 기업의 운영 현황에 대한 보고서>, 2019
진행 정민호 기자 pushingho@gosco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