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6호 에디터가 고른 책]

나이트 / 엘리 위젤 지음 / 김하락 옮김 / 위즈덤하우스 펴냄 / 15,000원
나이트 / 엘리 위젤 지음 / 김하락 옮김 / 위즈덤하우스 펴냄 / 15,000원

신간으로 소개하려던 책을 살펴보다가 이내 붙잡고 끝까지 읽었다. (사실 소설을 자주 찾아 읽는 편은 아닌데…) 연일 전쟁 소식을 뉴스로 보고 들으며 지낸 탓이었다. 열다섯 살에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수감되어 가족을 잃은 홀로코스트 생존자의 자전 소설 《나이트》의 개정판. 읽어볼 수밖에 없었다.

《이것이 인간인가》, 《안네의 일기》,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를 잇는 대표적인 홀로코스트 문학으로 꼽히는 이 작품에는 저자가 수용소에 수감되었던 시간에 그의 눈에 비친 세상이 그대로 기록되어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냉담한 문투로 쓰여서 그런지 그곳에 얼마나 참혹하고 잔인한 일들이 있었는지 더 생생하게 전해지는 것 같았다.

작품의 화자는 신앙심 깊은 유대인 소년이다. 끔찍한 일들을 마주하며 ‘하나님은 어디에 있는가?’라는 물음을 품는다. 수많은 생명이 스러져가는 현장 앞에서 그는 하나님을 부인하진 않지만, 하나님이 전적으로 의롭다는 말에는 수긍할 수 없게 된다. 하나님을 찬미하거나 무릎 꿇고 ‘주여, 축복받으소서!’라고 외칠 수 없었다. 모든 유대인이 단식하는 속죄일에도 하나님에게 저항하는 의미로 음식을 먹는다.

지옥 같은 수용소의 끝에 남은 건 무엇이었을까. 그곳에서 살아남은 자들에게 남은 것은 독일군에 대한 복수심이 아니었다. 살아있다는 데 그저 감사했을 뿐. 전쟁이라는, 인간의 모든 것이 유린당하는 상황에서 인간의 본성,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가 무엇인지 생각하게 된다.

여러 인간 군상을 볼 수 있었다. 인간이 아닌 동물 취급을 받는 수감자들, 자신들의 책임이 아니라고 회피하는 병사들, 빵 한 조각 때문에 가족끼리도 배신하고 싸우는 사람들. 모두 인류가 감당할 수 없는 비극 그 자체다.

이 책을 두고, 가슴 아픈 역사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과거에서 보낸 기도라 하기도 한다. 나는 지금 이스라엘, 팔레스타인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바라보며 어떤 기도를 할 수 있을까. 수용소 한가운데서 분노에 찼던 엘리 위젤의 말을 옮긴다.

“나는 분노에 차서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당신은 믿음, 분노, 저항을 증언하기 위해 모여든 이 상처받은 무리와 어떻게 맞서렵니까? 비겁한 사람들, 썩어 없어질 사람들, 불쌍한 사람들 앞에서 우주의 주재자인 당신의 위대함은 무엇을 의미합니까? 왜 이 사람들의 아픈 몸과 마음을 계속 괴롭히는 겁니까?”

정민호 기자 pushingho@gosc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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