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7호 정원의 길, 교회의 길]
이제야 산을 오른다. 단풍이 절정일 때는 바쁜 일에 쫓기다가, 끝물 단풍이라도 보겠다며 길을 나섰을 때는 이미 겨울의 문턱이다. 나무들은 잎을 다 떨구었고 바닥에 쌓인 잎은 발목까지 덮는다. 등산 코스는 초반부터 가파른 절벽이다. 직립보행은 일찌감치 포기하고, 두 손과 두 발을 다 써서 바윗길을 올라간다. 사람 키 높이인 낮은 절벽에 짧은 나무 사다리가 걸쳐있다. 가뿐하게 올라가 숲길을 걷는다. 아주 추운 날씨는 아니지만, 간밤에 얼었던 계곡에는 아직도 얼음이 남아있다. 다시 절벽이 앞을 가로막는다. 이번에는 끝이 하늘과 닿은 듯한 긴 나무 사다리가 걸쳐있다. 조심조심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바위틈으로 길을 더듬어 가서야 겨우 능선에 올라섰다. 온통 바위로 이루어진 능선은 남쪽을 향해 볼록하게 원호를 그리며 뻗어있다. 등산로 입구가 있는 남쪽은 가파른 절벽이다. 북쪽으로는 절벽에 둘러싸인 평평한 고원이 펼쳐진다. 그 가운데 커다란 호수가 자리를 잡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