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8호 에디터가 고른 책]

경이라는 세계 / 이종태 지음 / 복있는사람 펴냄 / 14,000원
경이라는 세계 / 이종태 지음 / 복있는사람 펴냄 / 14,000원

C. S. 루이스의 대표작 다수를 번역한 영성신학자인 저자가 연구하고 강연했던 내용이 책으로 나왔다. 주제는 ‘경이’.

저자는 우리가 삶의 재미와 의미를 잃은 것은 어쩌면 ‘경이’를 잃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고 진단한다. 이를테면, 어른들이 무지개를 보아도 가슴이 뛰지 않는 것은 무지개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알기 때문이다. 그리고 인류가 어떻게 세상을 바라봐 왔는지에 관한 설명이 이어진다. 이는 세계관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현대인에게 이 세상은 그저 과학적 인과관계에 따라 움직이는 거대한 메커니즘일 뿐입니다. 이 세계에 모종의 의미가 내재해 있다고 여긴 전근대적 세계관은 현대인에게 그저 종교적 세계관일 뿐이며, 현대 과학의 세례를 받은 현대인에게 과학적이지 않은 모든 세계관은 근본적으로 그저 주술적 세계관으로 여겨질 뿐입니다.”

C. S. 루이스 역시 이런 현상에 우려를 표했다. 그는 “별을 그저 활활 타오르는 거대한 가스 덩어리로 바라보고 우주를 그저 텅 빈 세계로 인식하는 것”이라며 현대인이 잃어버린 ‘경이라는 세계’를 되찾아야 한다고 촉구한다.

“루이스는, 충만한 삶을 위해서는 우리에게 이 세계를 충만한 곳으로 (알아)보는 눈이 필요하다고 보았습니다. 인간은 이 세계를 의미로움과 경이로움이 가득한 곳으로 (알아)볼 수 있을 때 비로소 충만한 의미와 경이를 느끼며 살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어떻게 하면 ‘경이’를 보는 눈을 되찾을 수 있을까. 저자는 아우구스티누스 《삼위일체론》에서 ‘면학심’과 ‘호기심’을 구분하는 내용을 소개한다. “호기심이나 면학심 둘 다 ‘알고 싶어 하는’ 마음이다. 그런데 호기심은 ‘모르는 것’을 알고 싶어 하는 마음이고, 면학심은 ‘아는 것’을 ‘더 깊이’ 알고 싶어 하는 마음이다.”

경이는 모르는 대상을 파악하고 장악하려는 의도에 있지 않다. 알면 알수록 놀랍기에 더 알고 싶어서 상대의 신비를 가만히 응시하는 눈과 관련 있다. 책을 읽으며 우리가 그동안 얼마나 ‘경이’하지 않으면서 살고 있는지 돌아보았다. 나도 내 눈앞에 있는 것들에 감탄하며, 세계를 경이의 눈으로 올바로 보며 살고 싶어졌다. 물론 그것은 이 세계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되는 일만은 아닐 것이다.

“키츠에게 경이는 ‘우리가 다 알아 버릴 수 없는 더 큰 세계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경험이었습니다.”

정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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