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8호 커버스토리]

그래! 아직도 교회개혁이다! 나는 아직도 건강한 교회 공동체가 사회를 건강하게 만든다고 믿고 있다. 어쩔래!!

광림교회 담임목사직 세습 문제로 교회개혁 이슈가 뜨거웠던 2000년에 교회개혁 언론 〈뉴스앤조이〉가 출범하고, 2002년에 교회개혁운동에 중점을 둔 시민단체 ‘교회개혁실천연대’(이하 개혁연대)가 출범했다. 이때는 1970-1980년대에 세계에서 유례없는 양적 성장을 겪었던 한국교회의 어두운 단면이 드러나는 시기라 많은 관심을 받았다. 개혁연대가 창립되자마자 교회 문제로 고민하던 많은 교인이 기다렸다는 듯 동참했고, 할 일도 쏟아졌다. 창립과 동시에 교회 상담과 대흥장로교회 세습 반대운동을 시작했고, 2003년 CCC 대표직 세습 반대운동으로 이어졌다. 2003년 소망교회 세습 반대 시위 사진만 봐도 그 규모가 지금보다 훨씬 컸다. 이런 항의를 처음 받아 당황한 교회 측의 누군가가 시위 현수막을 커터칼로 긋고, 부목사들이 활동가를 땅에 매치는 장면이 심심치 않게 나왔다. 교계 유명 인사가 참여하는 것도 아니고 이제 시작한 작은 단체였으나, 날카롭고 매콤하게 활동했다.

교회 상담과 이슈 파이팅으로 존재감을 드러내면서도, 한국교회의 구조적 문제점을 모범정관을 통한 민주적 운영으로 해결하자고 대안을 제시했다. 재정 문제가 많았던 한국교회에 재정 원칙과 조례를 연구하여 발표했다. 그리고 이 모든 일을 하나님께 호소하는 ‘한국교회 개혁을 위한 월례기도회’를 분쟁 교회에 직접 방문해서 드리거나 내담자들을 초청하여 매달 진행했다. 우리와 같은 생각을 가진 이들을 만나러 지역을 방문했고 전국 네트워크를 형성했다. 초반부터 인적・물적 자원과 모든 역량을 집중하여 신명 나게 일했고 점차 영향력이 커졌다. 활동 초기에 제시했던 담론들이 이제는 한국교회에 어느 정도 스며들었다. 이를테면 종교인 세금 납부 제안은 당시에는 터무니없다고 여겼던 일들이었는데 현재 시행되고 있다.

우리가 교계 이슈에 대해 당당하게 외칠 수 있었던 것은 교단 교파를 초월하여 교회개혁운동에 진심인 사람들이 모였기 때문이다. 대형교회 후원을 받지 않았고, 건강한 교회를 갈망하는 개인, 교회, 집행위원들의 풀뿌리 후원이 모여 작고 소박하게 활동했다. 우리가 가진 무기는 교회를 향한 사랑과 눈물이었으며 교회가 회복되길 바라는 마음뿐이었다. 아직도 기억난다. 서울 종로5가 회색빛 건물에서 하나의 안건을 놓고 서너 시간 토론하고도 끝이 나지 않았던 그 치열함, 회개와 돌이킴으로 교회가 회복되도록 토론하고 눈물의 기도로 씨름했던 날들이 모여 교회개혁운동 22년이 지났다. 30-50대부터 시작했던 초창기 멤버들은 이제 노년이 되어 은퇴하거나 더 세부적인 운동의 갈래로 뻗어나갔고, 20대 실무자로 들어왔던 나도 40대가 되었다. 치열하고 땀 냄새 나지만 찬란했던 시절을 지나, 2024년 우리는 아직도 교회개혁운동을 하고 있다.

나는 왜 여기에 있는가?

실무자로 일하다 보면, 어떤 계기로 개혁연대 간사가 되었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나의 시작은 2004년 가을이었다. 대학 시절 IVF를 통해 신앙과 공동체 훈련을 받았고, 졸업 이후에 고통받는 이들을 위해 일하고 싶다는 마음을 가졌다. 우연히 ‘제1회 기독청년아카데미’(사회선교마당 과정)를 알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개혁연대 자원봉사를 신청하여 사무실에서 일을 하면서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일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나의 모교회도 목사의 이단적 설교와 전횡으로 많은 문제가 있었는데, 그런 배경 때문에 마음에 와닿았을 것이다. 개혁연대에서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하는 식으로 무엇이든지 시도하며 2005년부터 2022년까지 일했다. 평일 야근이나 주말 활동도 즐거웠고, 내가 하는 일이 무척이나 자랑스러웠다. 개혁연대는 나에게 일터이자 교회 공동체였고, 학교이자 놀이터였다. 그렇게 영원할 것 같은 시간이 흐르고 건강상의 이유로 2022년에 퇴사했고, 집행위원으로 계속 활동하던 중 2023년 공동대표로 일하게 되었다(2011년부터 공동대표 5인 중 1인을 여성으로 세웠다). 실무자에서 공동대표가 된 첫 번째 사례였고, 활동가 때와는 또 다른 책임을 지게 되었다. 이 부담스러운 자리를 왜 맡게 되었을까? 실무자로 오래 활동한 것 외에는 사실 별다른 능력도 없었다. 그런데 버티고 있을 사람이 필요해 보였다. 쓰러지지 않게 버티는 것은 잘할 자신이 있었다. 아직도 교회 문제로 한숨 쉬고 눈물짓는 이들이 눈에 밟혔다. 2023년 내 앞에 주어지는 임무를 하나씩 통과하며, 후원교회도 방문하고 청년 모임도 하다 보니 다시 연초를 맞는다.

교회 문제에 ‘A+B=C’ 해답 공식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얼마 전 지인이 다급하게 도움을 요청했다. 자신이 다니는 교회가 어려운 상황인데, 어떤 해결책이 있는지, 해결책을 적용하면 분쟁을 끝낼 수 있는지 물었다. 절실함이 느껴져서 아는 대로 답하고, 교회 헌법도 찾아주고, 사례를 찾아보겠노라고 약속했다. 기사 검색도 하고 개혁연대 부설 ‘교회문제상담소’ 활동가에게도 물었는데 절망스럽게도 그가 원하는 속 시원한 답을 줄 수 없었다. 교회 분쟁은 당사자가 사임하거나, 문제 제기한 교인이 나가면서 사그라드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물론 당사자가 잘못했다고 사과하거나, 문제 제기한 교인의 지위가 회복되는 사례도 있지만 극소수이고, 그마저도 많은 시간이 지나고 나서다.

“A라는 교회 문제에 B라는 해결책을 주입했을 때 C와 같이 해결됩니다”라는 필승 전략을 말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교회 문제 한 번에 해결하기’ 강의가 있다면 당장 수강하겠다. 해가 갈수록 교회 문제는 A라고 단정 짓기도 어려운 A+A1+A2 등 여러 문제가 복합되어 접수될 때가 많고, 상담 중에 다른 문제를 발견하기도 하는 등 복합적인 교회 문제 사례를 세밀히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고 개혁연대의 〈2022 교회문제상담소 상담통계 및 분석〉에서도 밝히고 있다. 통계를 보면 과거 재정 전횡을 덮기 위한 행동으로 무리한 인사(인사 및 행정 전횡)를 진행한 사례들이 있었다. 교회마다 규모와 상황이 다르므로 문제 진단 및 해답 제시가 쉽지 않다.

건강한 교회를 소개하는 활동에도 어려움이 있다. 전화와 이메일로 건강한 교회를 소개해달라는 요청도 많고, 개혁연대 홈페이지에도 교인들이 많이 방문한다. 홈페이지의 많은 내용 중 ‘교회 정보 리스트’ 페이지 클릭 수가 가장 높은 것을 보면 얼마나 많은 사람이 건강한 교회를 찾는지 알 수 있다. 그러나 한 교회에 정관과 임기제를 도입한다고 해서 모든 것이 좋아지고 건강해지지 않는다. 그래서 홈페이지에도 임기제를 적용하는 교회, 재정 공개하는 교회, 정관 있는 교회 등 카테고리를 만들었다. 직접 교회 예배에 참여해보고 개인이 판단하라고 권한다. 20년 동안 운동했어도 뭐 하나 속 시원히 말하기가 어려운 것이 교회개혁운동이다.

매일 실패하는 직업

개혁연대 부설 ‘교회문제상담소’로 전화가 온다. 2018년 209건, 2022년 159건, 100개 이상의 교회가 상담소 문을 두드린다. 1차 전화 접수를 받은 상담 간사는 전화를 끊고 길게 한숨부터 쉰다. 우리가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 매 순간 마주하는 고민이다. 물론 어느 정도의 매뉴얼이 있다. 그렇지만 앞서 말했듯이 교회 사례마다 후속 조치가 다르며, 해결책을 제시한다고 해서 해결되리라는 보장이 없다. 일단 직접 내담자를 만나 두세 시간 대면상담을 하고 반대 측 입장도 듣고 교회에 직접 가서 강의를 하며 함께 해결책을 찾아간다. 단체 초창기부터 함께한 교회가 있는데, 20년째 목사 측과 교회 공간을 나누어 따로 예배드리고 있다. 온갖 법적 분쟁을 다 겪었지만, 아직도 답이 나지 않았다. 초창기에는 같이 기도회도 하고 교회에서 준비한 작은 음악회에 참여해 힘도 실었지만, 지금은 가끔 전화해 안부를 여쭈며 힘내시라는 말밖엔 드릴 것이 없다. 버티고 있는 그들에게 기댈 작은 언덕이라도 될 뿐이다.

2013년부터 지금까지 10년 넘게 싸워온 ‘명성교회 세습 반대운동’은 우리에게 기쁨과 희망, 슬픔과 실패감을 모두 안겨주었다. 2013년 가을, 그날의 기억은 고스란히 영화 〈쿼바디스〉에 담겨있다. 98회 예장통합 총회를 명성교회에서 했고, 셋째 날 오전 비를 맞으며 세습금지법 통과와 명성교회 세습 반대를 주장하며 시위했다. 아직도 그날이 생생하다. 교회 마당에서 시위하지 못하도록 피켓을 빼앗으려 달려드는 남자를 피해 달아나는 나에게 그는 “너 교인 아니지?”라고 말하며 내 피켓을 빼앗아 찢었고, 나는 같은 통합 측 교인이라고 답하면서 찢긴 피켓을 주웠다. 그 모든 광경을 주변의 적잖은 주민과 교인이 보고 있었다. 그날의 장면은 〈쿼바디스〉에 나온다. 명성 측이 우산으로 찌르고, 시위자의 바지가 찢어지고, 〈뉴스앤조이〉 기자를 감금해 카메라를 빼앗는 일이 발생하는 등 매우 격렬한 날이었다. 이후 명성교회 집사들이 〈뉴스앤조이〉에 방문해서 카메라를 (메모리 카드는 빼고) 돌려주며 사과했다고 하는데, 우리는 그런 사과를 받지도 못했다. 그 난리가 났어도, 98회 총회에서 세습금지법이 통과되어 우리는 그것으로 기뻤다. 우리만의 노력은 아니었고 그야말로 온 우주의 기운이 모아져 역사적인 날을 맞이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다음 해부터 세습금지법을 엎으려는 시도가 계속됐다. 명성교회 건으로 그동안 총회 앞, 노회 앞, 교회 앞에서 한 피켓 시위와 기자회견만 해도 수십 차례이다. 2023년 2월 23일 대법원은 최종적으로 명성교회 세습이 문제없다고 판결했다. 힘 빠지는 순간이다. 실패인가 이 운동은.

그렇다. 결과적으로는 실패다. 세습금지법 제정 이후에 스멀스멀 나오던 개정안이 발도 못 붙이게 뭔가 더 해야 했다. 2019년 104회 예장통합 총회에 김삼환 목사가 깜짝 등장하여 총대들에게 호소하면서 마지막 날 수습안이 통과될 줄 누가 알았을까. 반전 가득한 스릴러 영화 같은 일이 일어났다. 상대는 하나 되어 교묘했고 개혁 그룹은 순진했다. 전병욱 목사 성범죄 면직 촉구 활동, 왕성교회 세습 반대운동, 사랑의교회 건축 반대운동은 또 어떤가. 보란 듯이 홍대에서 버젓이 목회하고, 아들이 세습하여 목회하고, 건축 불법 사항(도로 불법점유 등)이 밝혀져도 일단 점유하고 있다. 어쩌면 이미 20년 전부터 우리는 이 운동이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았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한국교회 개혁을 위한 월례기도회’에서 그렇게 울면서 기도했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었다. 혹자는 하나님도 하실 수 없는 게 교회개혁이라고 했다. 인간의 탐욕과 악랄함을 어떻게 이길 수 있을까. 이런 의미에서 교회개혁운동은 실패를 피할 수 없다. 매일 실패하는 직업인 셈이다. 사실 간사로 일할 때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서 혼자 비품과 서류를 정리하고, 세무서에서 폐업 신고서를 작성하는 내 모습을 상상한 적도 많다.

이러한 상실과 실패의 순간에 우리는 존재의 본질과 마주하게 된다고, 비로소 존재의 깊은 곳을 바라볼 마음이 생긴다고 폴 틸리히는 말했다. 이렇게 실패하는 운동이 왜 계속되어야 하는가. ‘교회개혁실천연대’는 왜 필요한가. 왜 사람들은 이 실패할 수밖에 없는 운동에 후원을 하는가. 이 질문을 계속하면서 단체가 존재해야 할 의미를 생각한다.

신기한 일이 뭔지 아는가. 명성교회 세습 반대운동이 실패했으니 나는 더 이상 후원하지 않겠다는 사람은 없었다는 것이다. 되레 나는 현장에 못 가지만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을 했다는 이유로, 그 현장에 가서 세습 반대를 외쳤다는 이유만으로도 애썼다고 수고 많았다고 응원해준다. 세습을 보면서 많이 속상했는데 그래도 잘못됐다고 외치는 개혁연대가 있어서 아직은 한국교회에 희망이 있구나 위로를 받았다는 말도 들었다. 여기서 우리는 교회개혁운동의 성공과 실패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 세습을 반대했는데 세습을 했으니 결과로는 실패이지만, 우리의 외침으로 한국교회 내 자정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교회 세습이 잘못된 것이라는 여론의 확산, 잠재적으로 세습을 준비하던 교회들의 각성, 교회와 목사에게 의존하는 신앙에 대한 성찰 등 보이지 않는 여러 영향이 분명히 있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우리가 그만두지 않고 앞으로도 계속 지켜본다는 사실이다. 세습한 이후에도 우리는 결과에 낙심하지 않고 한국교회가 회복될 수 있도록 모니터링하며 기도할 것이다. 쓰러지고 또 쓰러져도 앞으로 계속 나아가는 것이 지금 해야 할 일이다. 영화 〈암살〉의 안옥윤(전지현 분)의 대사처럼 “알려줘야지, 우린 계속 싸우고 있다고…”

교회 상담 신청 www.protest2002.org 후원 국민 093401-04-088670(한빛누리교회개혁). (사진: 필자 제공)
교회 상담 신청 www.protest2002.org 후원 국민 093401-04-088670(한빛누리교회개혁). (사진: 필자 제공)

아직도 교회개혁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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