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3호 에디터가 고른 책]

노을이&nbsp;물드는 시간 /&nbsp;정신실 지음 / 성서유니온 펴냄 / 18,000원<br>
노을이 물드는 시간 / 정신실 지음 / 성서유니온 펴냄 / 18,000원

인생의 후반을 잘 살아보려는 중년 구도자의 이야기. 정신실마음성장연구소를 운영하는 정신실 작가가 썼다. 오랫동안 음악심리치료와 문화영성을 공부하고, 현장에 접목해온 저자의 노하우가 중년 여성과 노인의 가상 대화를 통해 또렷하게 드러난다. 

3년간 〈시니어 매일성경〉에 연재한 글이 이 책의 토대가 되었는데, 저자는 연재 중 독자들로부터 글에 등장하는 ‘최 선생님’을 직접 만나고 싶다거나 그녀가 집필한 책을 알려달라는 연락을 종종 받았다고 한다. 이 책의 첫 문장에서 “이 글은 지어낸 이야기입니다”라고 명토 박아 말한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어쨌든 신앙 안에서 잘 늙어가고 싶은 중년 여성과 그가 따르고 싶은 한 노인의 이야기가 묵상지 독자들로부터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킨 데에는, 모두가 좋은 어른을 만나고 싶고 그들 자신도 괜찮은 어른이 되고 싶은 소망의 불씨가 지펴졌기 때문 아닐까. 내 경우는 그랬다. 올해 ‘중년’이 되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 잘 늙어가고 싶었다. 물론 ‘중년 남성’으로 묶이기는 약간 억울했지만, 그냥 다 인정하기로 했다. 그랬기에 이 책에 끌릴 수 있었다. 

“’중년의 위기’를 겪으며 허무와 불안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은 물론 거기에서도 하나님의 뜻을 찾고자 하는 몸부림은 많은 ‘정 선생’들이 겪고 있는 신앙적이고 실존적인 문제입니다.”

두 사람의 대화는 ‘돈 걱정 없는 노년, 또는 중년’ ‘중년의 성(性), 그리고 성(聖)’ ‘존엄한 죽음, 그 불가능의 가능성’ 등 각 장 제목에서 보듯 일상 속 실존 문제를 건드린다. 몇몇 소제목은 소리 내 읽으며 음미했다. “재산이 갈수록 적어지면 좋겠어” “돈 없이 사는 게 내 십자가인가?” “신앙으로 도망가지 말아야” “몸으로 함께 있는 ‘때’ 누리기”.

다양하게 인용되는 심리학, 철학, 문학을 비롯해 제법 언급되는 음악과 영화가 이야기 속 두 사람의 대화에 자연스럽게 스몄다. 그만큼 재미와 목적이 잘 조화를 이루는 책이다. 본지 독자 연령대를 고려할 때, 반 이상은 분명 흥미롭게 읽을 것이다. 

이범진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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