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5호 쪽방동네 이야기]

1991년이던가, 내가 고딩 때 다니던 교회는 당시 부산에서 제일 큰 교회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고등부 전체 인원이 약 400명이었는데, 딱히 지원자가 없어서 어쩌다 내가 학생회장을 맡았다. 중딩 때부터 성가대를 하루도 안 빠져서 사람들에게 좋은 이미지였던 것 같다. 학교 성적은 보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여름 뙤약볕이 한창이던 어느 주일 이른 오후, 교회 마당에 들어온 ‘(노)숙자 아저씨’ 몇 분을 보고 사찰 집사님과 여전도사님들이 자꾸 나에게 부탁을 하신다. 저기 ‘숙자’들 좀 내보내라고…. 에잉? 이게 무슨 말씀이신가. 예수님은 고아와 과부를 돌보라고 하시고 소외된 이웃을 돌아보라고 분명히 분반 공부 시간에도 배웠는데, 왜들 그러시는 걸까?

그 후 20대 초반이 되어서는 아저씨들에게 라면도 드리고, 화장실도 안내하고 잔돈도 모아서 드렸던 기억이 제법 많다. 그때 신앙의 고민이 불일 듯 일어났다. 교회는 무얼 하는 곳이지? 정장 입고 깔끔한 차림으로만 예배드리러 와야 하나? 그런 고민들을 삼삼오오 동기 후배들과 공유하였고, 이런 고민을 나누기 위해 자발적으로 교회 옥상 구석에 모였다. 그렇게 간절한 마음이 모여 비밀스러운 작은 기도 모임이 시작되었고, 수년간 함께 기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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