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6호 최은의 시네마 플러스] 프랭크 카프라와 임순례

스미스 씨가 부패에 맞서는 법
프랭크 카프라의 1939년 영화 〈스미스 씨 워싱턴 가다〉(Mr. Smith Goes To Washington)에는 얼떨결에 미국의 상원의원이 된 한 남자가 등장합니다. 잭슨시의 상원의원이 사망해서 궐석이 생기자, 거부 짐 테일러(에드워드 아놀드)와 그가 후원하는 정치인 조셉 페인(클로드 레인스)은 자신들의 댐 건설 계획에 방해가 되지 않을 허수아비 의원 후보를 물색합니다. 그러다 발탁된 인물이 바로 보이스카우트 지도자 제퍼슨 스미스(제임스 스튜어트)였지요.

미합중국 역사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보이스카우트 특유의 애국심으로 무장한 스미스 씨는 하지만 호락호락한 인물이 아니었습니다. 시골뜨기 ‘거수기’에 불과하다고 자신을 조롱하는 기자들에 분노해서 그는 당장 아이들을 위한 캠핑장 건설 법안을 제출합니다. 공교롭게도 그가 제안한 캠핑장 후보지는 페인과 테일러 일당이 미리 사들인 댐 건설 부지였습니다. 테일러에게 백악관행을 보장받고 이 일에 20년 정치 인생을 걸었던 페인에게는 비상사태였겠지요.

변호사 출신인 페인 의원에게는 언론인이었던 스미스의 아버지와 함께 젊은 날 정의를 위해 투신했던 전력이 있었습니다. 부친의 친구이자 존경했던 정치인에 대한 스미스의 실망과 배신감이 대단했어요. 하지만 페인은 상원의원 자리에서 국민에게 봉사할 기회를 얻기 위해 타협을 한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일자리를 창출하고 복지를 늘리는 일에 자신이 얼마나 힘써왔는지 설파하면서요. “그렇게 나라는 만들어진 거야. 알겠나?”

반면 스미스에게 나라는 그렇게 만들어져도 좋은 것이 아니었습니다. 스미스는 묻습니다. “간교한 사람들 앞에 모두가 굴복해버리면 나라는 누가 지키지요?” 페인의 모함에 빠진 스미스는 링컨 기념관에서 흐느끼다가 성구만큼 유명한 문장을 되새깁니다.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는 지구상에서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비서 산더스(진 아서)의 도움과 격려에 힘입어 스미스는 의회에서의 마지막 발언에 사력을 다합니다. 24시간 동안의 의사진행 지연(필리버스터)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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