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7호 내 인생의 한 구절]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어머니의 상여가 나가고 꼭 여섯 달 후 아버지마저 돌아가셨다.

하루의 그림자가 집을 찾는 저녁이면 막내 여동생은 마루기둥에 매미 같이 달라붙어 울었다. 슬픔은 고사하고 또 무슨 일이 일어나지는 않을까, 뒤숭숭하여 두 동생을 자꾸 돌아보고 살아있음을 확인했다.

마을 어른들은 ‘터가 좋지 않아 망한 집’이라고 우리 집 앞마당에 한두 마디씩  던지고 갔다. 풍수지리를 좀 안다는 사람은 마을 아래쪽에 위치한 집이라서 ‘위에서 내려오는 나쁜 액운을 다 받아들인다’느니, 짐승이 누워 있는 꼬리에 해당하는 지형이라 ‘나쁜 냄새가 다 모여들었다’느니 한술 더 떴다.

부모 여읜 것도 서러운데 졸지에 우리는 이상한 집에 사는 세 아이로 인식됐다. 하긴 어머니 돌아가시기 일 년 전엔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그 이 년 전엔 숙모와 숙모의 아들이 죽었다. 만 사 년 만에 다섯 번의 초상을 치렀으니 사람들이 그런 말을 하고도 남을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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