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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수습자 가족의 눈으로 지난 3년을 되돌아보다
[319호 메멘토 0416]
[319호] 2017년 05월 24일 (수) 16:44:35 황정현 제자도연구소 소장 goscon@goscon.co.kr
   
▲ 목포신항에 인양된 세월호 (사진: 해양수산부)

“세월호 발견 유골 치아 상태로 조은화 양 확인.”

며칠 전 세월호 미수습자 은화로 추정되는 유골이 발견되었다. 가족은 치아 상태로 은화를 확인했으나, 정확한 유전자 검사가 나오기 전까지 수습에 대한 기사와 실명 거론을 자제해달라 부탁하셨다 한다.

세월호가 올라왔다. 참사 1,072일 만이다. 현재 목포신항으로 올려진 세월호는 미수습자 수색을 거치고 있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사람 뼈로 추정되는 유골이 발견되었다는 보도가 연이어 올라오고 있다. 국민적 관심이 미수습자의 수습과 그것을 애타게 기다리는 가족들에게 모인다. 만 3년째 자식을 기다리는 부모…, 그들은 3년 동안 자식을 찾고자 모든 것을 다 바쳤다. 죽은 자식의 뼛조각 찾겠다며 기다리고 있는 부모나 그것을 곁에서 지켜보는 시민 모두에게 지금 눈앞에 벌어지는 이 상황은 몹시 어처구니없다. 죽어 돌아온 자식을 만난다고 기뻐해야 하는가, 아니면 슬퍼해야 하는가.

3년. 우리가 우리의 아픔을 추스르느라 허덕였던 그 시간. 미수습자 가족들은 어떻게 지내오셨을까. 개인적으로 참사 1주기를 지나며 동참하게 된 미수습자 피켓팅을 계기로 이후 2년 동안 미수습자 가족 여러분들과 소통해왔다. 세월호가 인양된 지금은 주목받고 있지만, 지난 3년 언론과 여론의 사각지대에 놓여 고독하고 처절한 시간을 보내온 미수습자 가족들. 그분들과 함께 소통한 내용을 바탕으로 미수습자 가족의 지난 3년을 재구성해본다.

2014년 4월의 팽목항, 그리고 진도체육관
참사가 일어나자 실종자 가족들은 팽목항으로 달려갔다. 아비규환이 따로 없다. 충격이 분노로 바뀌고, 그 분노는 이내 한 맺힌 염원으로 바뀐다. 살아서 만나길 바라던 자식이었으나, 시간이 흐르자 온전치 않은 모습으로라도 찾길 바라는 간절한 피 말림으로 이어진다. 하나둘씩 아이들이 돌아온다. 반가움은 잠시, 애통함이 밀려온다. 돌아온 아이들의 부모는 아직 자식을 찾지 못한 부모들에게 위로를 전하며, 미안한 마음을 뒤로한 채 팽목항을 떠난다. 생각보다 시간이 길어진다. 진도체육관은 빈자리가 많아진다. ‘내가 마지막이 아니었으면…’ 입 밖으로 꺼낼 수 없는 말이 마음속을 맴돈다. 팽목항에서 한 아이가 돌아왔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체육관을 나선다. 이번에도 아니다. 그렇게 벌써 몇 주, 몇 개월이 지나간다.

이제 정말 몇 가정이 남지 않았다. 지금 서울에선 먼저 올라간 유가족들과 분노한 시민들이 연일 촛불을 밝히며, 참사에 대한 책임을 묻고 있다.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며 한 아이 아빠의 단식이 계속된다. 국민들과 정치인, 온 나라가 시청과 광화문, 세월호 문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하지만, 우린 여전히 이곳 팽목항에 있다. 이제 여름을 지나 가을로 넘어가는 문턱이다.

   
▲ 청와대 인근 청운동에서 피켓 시위 중인 필자 (사진: 황정현 제공)

실종자 수색 중단, ‘미수습자 부모’가 되다
마지막 실종자 지현이가 돌아온 후, 소식이 없다. 결국 여기까지 왔다. 끝까지 남은 아홉 명의 실종자를 기다리는 여덟 가정. 왜 우리가 마지막일까. 수색 중단…. 가장 두려운 소식이 들린다. 해수부는 작업에 진전이 없는 상황과 잠수부의 안전, 비용 등을 이유로 수색 중단을 말한다. 우리가 수색 중단을 요청하는 모양새를 갖춰 기자회견을 하고 말았다. 우리 아이를 찾을 수 있을까. 이제 11월, 팽목항에서 지내온 7개월을 정리하고 집으로 올라간다. 이제 실종자 가족이 아니라, 미수습자 부모다.

‘내 아이를 찾아주세요’

아직 날씨가 매섭다. 해가 바뀌었다. 2015년 2월 26일, 두꺼운 외투를 꺼내 입고, 생전 해본 적 없는 피켓시위를 한다. 피켓에는 내 아이의 얼굴이 있다. “우리 아이를 찾아주세요.” 청와대를 지키는 경찰들과 실랑이를 벌인다. 중국 관광객들이 우리를 구경한다. 우린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세월호 참사 1주기다. 전국 곳곳에서 참사의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시위가 일어난다. 사실 우리에게 진상규명은 먼 얘기다. 아직 아이를 찾지 못하고, 자식 장례도 치르지 못한 입장. 시민들은 미수습자 가족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까. 대통령은 세월호 인양을 검토할 것이라 발표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업체 선정에서 인양과 미수습자 수색까지. 언제까지 이 생활을 해야 할까. 오늘도 아이의 얼굴이 걸린 피켓을 들고, 청와대로 광화문으로 배회하는 신세가 비참하다.

다시 팽목항으로
감사하게도 광화문에서 홍대로 옮긴 피켓팅에 여러 시민들과 젊은이들이 함께하며 호응해주셨다. 덕분에 미수습자의 존재가 조금씩 알려지고 있다. 인양 업체로 상하이샐비지가 선정됐다. 이제 인양을 위한 준비가 시작된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그곳으로 다시 가야 한다. 팽목항으로.

팽목항에서 지내는 시간이 길어진다. 예상은 했지만, 인양 작업이 순조롭지 않다. 인양 업체 선정과 인양 작업을 보도하는 언론과 여론도 부담스럽다. 참사의 진실을 밝히는 것이 중요한 만큼 그 안에 아직 사람이 있는데…. 그리고 이렇게 그들을 기다리는 부모들이 있는데…. 우리의 입장을 조금만 헤아려주었으면, 사람이 먼저라고 함께 외쳐주셨으면.

벌써 참사 만 2년이 지나간다. 길어지는 작업에 언론의 의혹도 늘어간다. 힘들다…. 언제쯤 우리 가족을 만날 수 있을까. 팽목에서 이렇게 지내온 게 수백 일이다. 사람이 이렇게 지내도 될까. 사람으로 할 일이 아니다. 이런 일을 겪는 건 내가 마지막이었으면 한다. 막막하지만, 그렇다고 포기할 수 없는 시간이 그렇게 흘러간다. 끝은 언제일까.

인양, 또다시 기다림
꿈만 같다. 이런 날이 올 줄이야. 결국 세월호가 올라왔다. 다행히 언론과 많은 국민이 인양 이후 미수습자의 수색과 수습에 관심을 보내주신다. 지난 시간이 필름처럼 지나간다. 이제 목포로 간다. 싸움이 계속된다. 9부 능선을 넘었다. 지금까지도 버텼는데, 얼마 남지 않았다. 얘들아 기다려…. 아빠 엄마가 꼭 찾아줄게.

자식의 뼛조각을 찾는다는 것
“세월호를 왜 인양해야 하느냐고요? 거기 제 가족이 있기 때문입니다.”

다윤 아빠가 방송 인터뷰 중에 하신 말씀이다. 사람들은 ‘어차피 죽었을 텐데, 왜 그렇게 살아가느냐’고 묻는단다. 다윤 아빠 당신은, 한 영혼의 소중함에 대한 신앙이라 말씀하신다. 자식을 바닷속에, 가라앉은 배 안에 내버려 둔 채로 발을 뻗고 잘 수 있겠느냐고. 자식 장례라도 치러주는 게 부모의 도리이며, 안수집사로서의 마땅한 신앙이 아니겠냐 하신다.

“목사님, 교회는 전도행사를 할 때마다 한 영혼의 소중함을 말하잖아요. 한 사람을 전도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재정과 노력을 기울입니까. 그런데 제가 이 일을 겪고 보니 그게 아니더군요. 한 사람을 이토록 값없이 잃어버리고 무관심하면서, 또 새롭게 한 사람을 받아들이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자식의 뼛조각을 찾는 부모에게서 오랜 기간 함께 지내온 신앙 공동체와 그 가르침의 진정성에 대한 안타까움을 넘어선 의구심이랄까, 진한 아쉬움이 묻어난다.

“부모니까요. 남아있는 자식을 위해서라도 부모가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는 걸 보여줘야지요. 그래야, 남은 아이도 우리를 믿을 수 있지 않겠어요.”

천 일이 넘은 지금, 이제는 팽목항에서 목포항으로 거처를 옮겨 생활하시며, 다윤이를 기다리는 박은미 권사님의 말씀이다. 우리가 배우고, 전하고, 익혀 온 그 신앙의 이야기가 아니던가.


세월호 3년은 우리에게 무엇을 남겼는가. 무엇을 말했는가.

 

황정현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이랜드에서 사목으로 근무했으며, 현재 제자도연구소(gooddisciples.org) 대표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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