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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즐기는 성도의 삶은 가능한가?
〔독자 서평〕 땅의 것들 / 조 리그니 / 좋은씨앗
[0호] 2017년 10월 24일 (화) 17:24:32 정재경 goscon@goscon.co.kr

1. 하나님 사랑 vs 세상 사랑

만약 교회에 있는 친구들에게 하나님과 세상 사이에서 선택하라고 묻는다면 뭐라고 답할까?

이 질문은 확신이 있든 없든 하나님이라는 선택으로 이어질 것이다. 그렇지만 문제는 거기서 끝나지 않고 선택지에 들어가지 않은 세상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로 흘러간다. 이 문제의 해답을 위해서 성경을 펼치면 혼란은 가중된다. 어떤 본문은 세상을 사랑하는 것은 하나님의 사랑과 떨어진 것이라고 경고하고(요일 2:15) 또 다른 본문들은 하나님이 세상을 사랑하신다고 말한다(요 3:16). 그러면 대체 우리는 어떻게 하나님을 사랑하면서 세상을 살아갈까? 쉬우면서도 어려운 이 질문에 저자는 하나님의 선물들을 누리면서 하나님을 사랑할 수 있다고 말한다(원제 참고). 그가 설명하는 하나님 사랑과 땅의 것들 누림을 들어보면서 우리의 예배와 일상을 돌아봤으면 좋겠다.

 

2. “경건한” 세상 즐기기

저자는 세상이 아닌 하나님을 선택하고 사랑하는 성도들이 마주하는 땅의 것들에 대한 주목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많은 성도들은 하나님을 일상에서도 영화롭게 하길 원하지만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은 가진다(27쪽). 그래서 많은 성도들은 세상과 그것과 연관된 것들을 즐기면서도 죄책감에 시달리는데 저자는 이들을 위해서 책을 쓴다고 밝힌다. 실제로 이 책은 존 파이퍼의 “기독교 희락주의” 안에서 세상, 문화, 일상을 재발견하면서 거룩한 즐기기를 끊임없이 주장한다. 과연 즐기는 것이 거룩할 수 있을까? 사실 돌아보면 교회 문화는 이런 즐김을 무조건적으로 경계한 것은 아닌가 생각해본다.

   
손현선 옮김 / 18,000원

저자는 거룩한 즐기기를 삼위일체 교리로부터 시작한다(1장). 삼위일체 하나님은 서로 안에서 교제하시면서 자신의 영광을 누리시는데 이때 구원은 단순히 죄로부터의 해방에서 멈추지 않고 삼위 하나님의 충만함 안으로 인도한다. 이어진다(67쪽). 다시 말하자면, 하나님은 구원 이야기(구속사)의 저자로서 자신의 이야기를 세상과 우리에게 들려주시는데 이때 세상은 그 이야기의 무대가 된다(2장). 그렇기 때문에 하나님에게 세상은 그저 흙, 물로 이루어진 물질 세상만이 아니라 하나님의 연속된 창조 사역의 대상이고 자신의 영광을 드러내는 무대로 여겨진다. 세상을 하나님의 영광의 무대로 보는 해석은 칼빈과 조나단 에드워즈를 포함해서 시인들에게서도 발견되는데 이러한 확신 안에서 우리는 세상을 통해서 하나님을 더 알아가고 “소통”할 수 있게 된다(3장). 창조주 하나님은 자신의 넘치는 사랑을 세계에 표현하셨고 세상은 피조물에게 하나님을 알려준다(그 사랑 또한!). 즉, 하나님에게 세상은 우리를 포함한 피조물을 향한 소통의 수단이고 그렇기에 세상은 그 자체로 악하거나 위험한 것이 아니다. 청교도들이 산책과 함께 묵상을 한 것처럼 오늘날 우리에게도 세상은 바라봄을 통해서 하나님을 묵상하게 돕는 동역자이지 않을까?

세상이 하나님의 소통의 통로라면, 인간은 무엇일까? 이 질문은 자연스럽게 이어져서 하나님의 형상이라는 간단하지만 묵직한 주제로 이어진다(4장). 하나님은 영광의 무대로서의 세상을 만드시고 그저 홀로 통치하시지 않고 동역자 인간을 통해서 다스리길 원하셨다. 그래서 인간의 소명은 제사장, 왕, 선지자라는 삼중직으로도 표현되는데 이는 하나님과의 바른 관계 안에서 세상을 돌보는 것을 의미한다(146쪽). 결국, 인간은 필연적으로 하나님과의 사랑, 언약 안에서 세상과 관계해야 하는 존재이다. 저자는 세상을 누리는 것에 대한 죄책감은 “하나님이 죄로 간주하시지 않는” 것에 대한 잘못된 감정이라고 지적하면서 세상을 다시 바라보도록 돕는다(159쪽). 물론 하나님의 선물들은 때론 가장 강력한 우상이 될 수도 있지만(예, 금송아지 사건) 그럼에도 하나님 사랑 안에서 세상을 사랑함은 성경의 명확한 주제인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5장).

자, 그렇다면 세상 자체에 대한 하나님의 꿈, 목적은 알겠는데 하나님이 직접 만들지 않으신 인간이 만든 문화, 문명은 어떻게 봐야 할까? 저자는 이 질문을 그 유명한 문화 명령(창 1:28)을 근거해서 답변한다(243쪽). 정리하자면, 문화 명령은 하나님과 별개의 프로젝트가 아니라 하나님이 심어 놓으신 것을 끄집어내는 활동으로 이어진다(244쪽). 인간은 아담이 피조물에게 이름을 짓는 것과 같이 하나님의 창조물 안에서 문화를 만들 의무, 특권 안에 존재하게 된다. 그러나 사실 우리의 현실은 하나님과 연결되기 힘들어 보이는 평범한 일상 속에 있다. 너무 평범해서 하나님을 위한 삶이라고 보기 힘든 일상은 어떻게 봐야 할까? 저자는 하나님이 만드시고 우리를 위해서 주신 선물들이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평범한 인간의 감각, 시간, 감정들에 있다고 이야기 건넨다(8장). 우리가 일상을 평범하게 살아가는 것 자체가 세상을 특별하게 만이 아니라 평범하게도 만드시고 운영하시는 하나님을 인식하는 삶이 될 수 있는 것 같다.

저자가 말하는 땅의 것들에 대한 묵상, 즉 세상을 하나님 관점에서 바라보면서 문화와 일상을 새롭게 묵상하는 이야기는 충분히 유익했다. 그러나 저자는 독자들을 한층 더 깊은 이야기로 인도하면서 제자의 삶과 선교를 가리킨다(9장). 오늘날 성도들에게 일상에 대한 재발견도 필요하지만, 그리스도의 제자로서의 특출난 소명의 삶도 필수적 메시지다. 하나님을 참으로 사랑하는 성도들은 일상만이 아닌 희생적 선교의 삶 또한 기쁨으로서 감당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라는 저자의 질문은 날카롭게 다가왔다. 오늘날 우리가 생각하는 기쁨은 고통과 연결되지 않지만, 성경에서 성도의 삶은 하나님 안에서 기쁘지만, 고통, 희생으로 이어지는 십자가의 길로 이어진다. 저자는 여기까지 오기 위해서 앞에서는 영광 안에서 교제하시는 삼위 하나님에 대한 설명을 시작으로 세상, 문화, 일상을 설명했고 이제 선교와 삶의 비극들(고난, 죽음)을 조명한다(11장). 성도가 살아가는 세상에서의 삶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기에 하나님 안에서의 기쁨만 존재하지 않고 이를 방해할만한 고통, 악, 죽음 등의 문제들에 놓인다. 이때 성도의 기쁨은 마냥 즐기는 것이 아니라 “그럼에도” 하나님 안에서 바라보는 것에서부터 나오게 된다. 저자는 우리가 피조물인 것을 겸손히 받아들이면서 하나님의 사랑, 소통의 현장인 세상, 문화를 기쁨으로 누리고 하루하루를 살아갈 것을 권면한다(12장).

저자가 성실하게 설득하고 설명하는 것은 사실 하나님에 대한 이해로 직결된다. 우리의 하나님이 영광스러우시고 교제하시는 분이기에 그분의 세상은 영광, 사랑의 무대가 된다. 그리고 그 무대의 배우들이면서 동역자로 초대받은 우리는 그런 하나님을 닮아서 세상을 누리면서 또 다른 창조물(문화)을 만들어내고 일상의 평범함에 감탄하게 된다. 성도의 삶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십자가의 길로 이어지면서 자기 희생, 선교라는 열매를 맺고 삶의 비극에서조차 하나님을 기다리고 하나님의 선물에 감사하는 법을 배우면서 나아간다. 이것이 저자가 초대하는 “땅의 것들”에 대한 이해이고 그 안에서의 삶이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3. 이 책을 읽고 나니 버거킹에서 저녁 먹고 영화를 보고 싶어진다?!

책을 덮고 시계를 보니 어느덧 저녁 시간이었고 배가 엄청 고팠다. 책을 다 읽었으니 어떤 행동을 하게 될까? 음 아무리 고민해도 버거킹에 버거 먹고 영화 한 편 보고 싶어진다. 잠깐! 이런 행동은 뭔가 좋은 경건 도서 읽고 나올만한 것이 아닌가? 아직도 이런 생각이 든다면 이 책을 다시금 천천히 보길 권하고 싶다. 이 책은 우리의 일상의 행동을 경건하게 만들기보다는 우선 하나님의 시야에서 세상을 보고 누림 가운데 살아가게 만든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은 갑작스러운 행동의 변화보다는 그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의 시선과 마음의 변화를 먼저 도와줄 것이다. 한번 저녁을 맛있게 먹으면서 우선 하나님의 넓은 세상을 누리고 기쁨으로 살아가면 안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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