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오세요. 최종편집 : 2018.11.8 목 20:42
기사검색
   
> 뉴스 > 교회와세상 | 시사 잰걸음
       
최저임금법 개정으로 웃는 사람은 누구?
[332호 시사 잰걸음]
[332호] 2018년 06월 26일 (화) 15:26:31 박제민 goscon@goscon.co.kr

대통령 선거가 한창이던 2017년 4월 13일, 한국기자협회와 SBS가 공동 주최한 토론회가 열렸다. 가계소득을 어떻게 늘릴 것인지 질문을 받은 문재인 후보는 “기본적으로 소득주도성장으로 경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며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1만 원으로 올리겠다고 대답했다. 전에도 ‘최저임금 1만 원’에 동의한다고 했지만, 구체적 시기까지 못 박은 것은 이날이었다.

‘최저임금 1만 원’에 대한 공약은 사실 다른 후보들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심상정 후보와 유승민 후보는 2020년까지, 안철수 후보와 홍준표 후보는 임기 내에 최저임금을 1만 원으로 올리겠다고 했다. 한마디로 사회적 공감대의 형성이었다. 여기에 굳이 문재인 후보의 발언을 자세히 소개하는 것은 알다시피 그가 그해 5월 9일에 열린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되었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은 노동자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해 국가가 강제로 정하는 최소한의 임금이다. 최저임금은 고용노동부 산하 최저임금위원회에서 결정하는 데 노동자위원 9명, 사용자위원 9명, 정부가 임명하는 공익위원 9명이 참여한다. 노동자위원과 사용자위원은 입장이 뚜렷할 테니 자연스레 공익위원이 캐스팅 보트를 쥐게 된다.

2017년 7월 15일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제11차 전체회의에서 2018년 최저임금을 시간당 7,530원으로 결정했다. 전년 대비 16.4% 상승. 두 자릿수 인상률을 기록한 것은 2007년 이후 11년 만이다. 노동자위원 측이 제시한 7,530원 안과 사용자위원 측이 제시한 7,300원 안을 표결에 부쳐 15대 12로 노동자위원 안이 결정되자 일부 사용자위원들이 반발하며 퇴장해버렸단다. 그동안 최저임금을 결정할 때 노동자위원들이 퇴장하는 것은 자주 봤었지만, 사용자위원들이 퇴장하는 경우는 이례적인 풍경이었다. 이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 1월 1일 신년사를 통해 “최저임금 인상은 우리 경제의 체질을 바꾸는 의미 있는 결정”이라며 “저임금 노동자의 삶의 질을 보장하고 가계소득을 높여 소득주도 성장의 기반이 될 것”이라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최저임금 = 기본급 + 월 정기 상여금 + 복리후생비
2018년 5월 25일 새벽 2시 9분. 장시간 진행되던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소위원회가 끝났다.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서형수, 한정애 의원, 자유한국당 문진국, 신보라, 임이자, 장석춘 의원, 바른미래당 김삼화, 하태경 의원이 피곤하지만 뿌듯한 표정으로 기념사진을 찍었다. 저들은 방금 전 ‘최저임금법 일부개정법률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반대하던 더불어민주당 이용득 의원, 정의당 이정미 의원은 불쾌한 듯 퇴장해버렸다. 이 법안은 5월 28일 국회에서 통과됐고 6월 5일에 국무회의에서 의결되어 2019년 1월 1일부터 시행하게 되었다. 뭐가 어떻게 바뀌었을까?

개정된 최저임금법은 최저임금을 계산할 때, 기존의 기본급 외에 매월 1회 이상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상여금과 식비, 교통비, 숙박비 등과 같은 복리후생비를 포함하도록 했다. 단 월 정기 상여금과 복리후생비가 적은 저임금 노동자를 ‘배려’하기 위해 2019년부터 단계적으로 포함하기로 했는데 그 비율은 다음 표와 같다.

   
 

또 한 가지 개정된 것이 있다. 원래 근로기준법은 취업규칙을 노동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에는 노동자들의 동의를 받도록 강제했다.(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 그런데 개정된 최저임금법은 사용자가 비정기 상여금을 최저임금 계산에 포함시키기 위해 월 정기 상여금으로 바꿀 경우 노동조합 또는 과반수 노동자의 의견을 듣기만 하면 되도록 했다. 노동자 의견을 듣지 않으면 5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리도록 했다. 이상의 내용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회의록을 바탕으로 볼 때 새벽 1시 넘어서 불과 30분 만에 뚝딱뚝딱 만들어진 것이다.

최저임금법 개정, 누가 웃는가?
단순히 생각해보면 최저임금에 기본급만 계산하다가 월 정기 상여금과 복리후생비까지 넣는 것은 노동자들에게 불리하다. 그래서 노동계는 ‘줬다 뺏는 최저임금’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정치권은 저임금 노동자의 임금을 올리면서 동시에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고, 줬다 뺏는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며 다만 기대소득이 감소하는 것이라고 항변한다. 무엇이 사실일까? 이번 최저임금법 개정으로 웃는 사람은 누구일까? 하나씩 살펴보자.

첫째, 기본급만 받는 노동자들은 이번 최저임금법 개정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오로지 기본급만 받기 때문에, 바꿔 말하면 월 정기 상여금, 복리후생비를 받지 않기 때문이다. 단기계약직이나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최저임금이 오를수록 이들의 임금도 올라간다.

   
▲ *회색 칸 굵은 글시가 최저임금 산입액


하지만 이들도 이번 최저임금법 개정으로 손해를 볼 수 있다. 단기계약직이나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은 최저임금만 받는 대신 식비와 숙박비 등을 식사나 숙소 등 현물로 제공받는 경우가 왕왕 있다. 예를 들어 편의점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은 유통기한을 막 넘긴 식품으로 식사를 해결하곤 한다. 씁쓸하지만 빠듯한 살림에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 사용자가 기본급에 식비나 숙박비를 더해서 최저임금을 주면 이들도 최저임금법 개정으로 손해를 보게 된다.

둘째, 기본급이 적고, 상여금이나 복리후생비를 약간 받는 노동자들의 경우를 살펴보자. 대개 최저임금 수준의 기본급에 상여금 200%를 매월 나눠 받고 식비나 교통비로 약 20만 원을 받는다. 이렇게 받는 가상의 노동자 A 씨의 경우를 따져보자. (금액 표시는 천 원 단위 이하는 생략한다.)

A 씨는 2018년 현재 최저임금법에 따라 기본급 157만 원, 월 정기 상여금 26만 원, 복리후생비 20만 원 등 월 203만 원을 받는다. 2020년에 문재인 대통령 공약대로 최저임금이 1만 원으로 올랐다고 가정해보자. 기본급 209만 원, 월 정기 상여금 34만 원, 복리후생비 20만 원 등 월 263만 원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번에 최저임금법이 개정되면서 복리후생비 10만 원이 최저임금에 포함되면서 기본급이 10만 원 줄어서 253만 원을 받는다. 2020년에 최저임금이 1만 원이 되었을 때 이야기다.

앞서 말했듯 정치권은 기대했던 소득이 줄었을 뿐이지 않느냐고 말한다. 하지만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통과되어 버린 5월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반대토론에 나선 정의당 이정미 의원의 “여기 있는 국회의원들에겐 10만 원이 한 끼 식사비일지도 모르지만 그분들에겐 자식들의 학원비이고, 아이들의 급식비다. 너무나 절박한 그들의 임금을 이렇게 쉽게 결정해야 되겠느냐!”라는 절규를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그렇다. 누가 이들을 감히 이번 최저임금법 개정의 피해자가 아니라고 하는가! A 씨와 같은 노동자들은 대부분 현장에서 힘겨운 임금과 단체 협약을 통해 상여금이나 복리후생비 등을 ‘쟁취’했다. 그런데 이번 최저임금법 개정으로 그 결실이 순식간에 원점으로 돌아갔다. 또 비정기 상여금을 월 정기 상여금으로 바꿀 때 노동자의 의견을 듣기만 하면 되고, 심지어 듣지 않아도 벌금 500만 원만 내면 되도록 만든 것도 노동자에게는 치명적인 독소 조항이 될 것이다.

셋째, 이것이 매우 중요한데, 첫째 경우에 해당하는 기본급만 받는 노동자들을 고용하는 동네 자영업자들이나 소상공인들은 절대로 이번 최저임금법 개정의 수혜자가 아니다. 월 정기 상여금이나 복리후생비를 지급하지 않기 때문이다.  진실로 중요한 사실이다. 그동안 재계와 정치권은 바로 이 사람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명목으로 최저임금 인상률을 낮추도록 고집했고, 이번에 최저임금 계산에 월 정기 상여금과 복리후생비를 넣자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2015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1인 사업자가 전체의 82%다. 상당히 많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이 최저임금 인상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렇다면 이번 최저임금법 개정으로 가장 크게 웃는 자들은 누구인가? 월 정기 상여금과 복리후생비를 지급하고 있고, 지급할 수 있는 대기업들이다. 사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더 나아가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최저임금 인상률이나 산입 범위가 아니라 대기업의 독점 구조를 바꿔야 한다. <경향신문> 기사에 따르면, 한 프랜차이즈 빵집의 경우 매출에서 대기업 원청에 내는 재료물품비가 68.4%인데 비해 인건비는 8.0%였다. 한 프랜차이즈 편의점의 경우는 대기업 원청에 내는 재료물품비가 매출의 76.9%인데 비해 인건비는 12.7%이었다.

이번 최저임금법 개정으로 최저임금에 월 정기 상여금과 복리후생비를 포함시키도록 하고, 비정기 상여금도 월 정기 상여금을 바꿀 수 있도록 법을 바꿈으로써 대기업들은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단숨에 상쇄할 수 있게 되었다. 인터넷에 달린 댓글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대기업 인사팀 사원입니다. 이번에 최저임금법 개정안 통과되고 회사에서 한시름 놓았다고 오늘 워크숍 갑니다. 어제 맥주며 안주며 잔뜩 준비하고 가든 예약했어요. 무슨 뜻인지 아시겠죠?’

삶, 숫자 아니라 실제를!
문재인 대통령은 2020년까지 최저임금은 1만 원까지 올리겠다고 공약했다.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었고, 노사정위원회나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사회적 대화를 통해 이뤄가고자 하는 열망이 존재했다. 하지만 이번 최저임금법 개정으로 대화의 한 축인 노동계가 반발하며 이탈했다. 재계와 일부 정치권은 벌써부터 최저임금 인상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그럼에도 최저임금은 앞으로도 오르긴 할 거다. 언제 얼마나 오를 것인지가 관건이지만. 하지만 지금 이대로라면, 안타깝게도 노동자들의 삶은 그다지 나아지지 않을 거다. 최저임금의 숫자가 높아지는 것보다 훨씬 중요한 것은 노동으로 삶을 일궈가는 대다수 사람들의 삶이 실제로 나아지는 것이다.

 

박제민
20대 끝자락에 기독시민운동 판에 들어와 어느덧 30대 중반이 되었다. 낮에는 ‘기독교윤리실천운동’ 실무자, 밤에는 ‘동네교회청년’ 활동가로 살아가는 30대 청년이다. 보수적인 교회와 선교단체에서 자라면서 세상 돌아가는 일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관련기사
· 이재용과 봄· 이제 우리가 ‘삼성’에 도전해야 한다
· ‘쉽게 씌어진’ 삼성 분식회계
박제민의 다른기사 보기  
ⓒ 복음과상황(http://www.gosco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기사의견(4)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onlaf
(175.XXX.XXX.253)
2018-08-02 00:05:24
저는 정부여당 골수 지지자도 아니고 보수당도 결코 지지하지 않습니다만
최저임금에 관한 기사의 논리전개가 잘 설득되지 않는군요. 제가 이 영역에 공부가 부족해서 그런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최저임금도 받느니 못받느니 하는 노동자 입장이 가장 중요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과 최저임금보다 독점구조가 더 문제라면 도대체 왜이렇게 산입범위로 싸우느냐 하는 생각이 떠나질 않습니다. 그나마 우선 가장 힘든 노동자에게는 도움이 제법 된것 아닌가요?(16.4%) 최!저! 임금에 관한 문제니까요.
onlaf
(175.XXX.XXX.253)
2018-08-02 00:00:11
이해가 잘 안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3. 최저임금 인상률이나 산입범위가 아니라 대기업의 독점 구조가 문제라면 최저임금에 산입범위를 내 주고 독점 구조를 치는 소위 살을 주고 뼈를 치는 것도 한 방법이 아닐까요? 제일 마지막 댓글이 가장 난감하네요. 대기업 인사팀 사원도 그 나름의 어려움이 당연히 있겠지만 그들도 노동자들 중에는 제법 잘나가는 노동자 아닙니까.
onlaf
(175.XXX.XXX.253)
2018-08-01 23:57:12
이해가 잘 안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2. 기본급만 받는 노동자가 1단계 저임금 노동자는 2단계, 대기업 노동자는 3단계라고 구분한다면 최저임금에 복리후생과 정기상여금이 산입되는 것이 도리어 큰 틀에서 낮은단계부터 단계별로 노동자를 보호하는 수단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상여금은 꿈도 못꾸는 1단계 노동자들의 입장이 가장 크게 고려되어야 하는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onlaf
(175.XXX.XXX.253)
2018-08-01 23:50:52
이해가 잘 안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1. 최저임금의 최대수혜자는 기본급만 받는 노동자라고 했지만 손해의 근거를 현물로 드는 것은 뭔가 이상합니다. 최저임금이 올랐으니 유통기한이 지난 도시락도 먹지 못하거나 숙소도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는 뜻인가요? 그렇다면 애초에 ‘임금이 최저라면 현물을 제공하는것이 필수다’ 시스템에 모두 동의해야 하는데 그래서 그런건 아닐텐데요. 반대를 위한 근거 같이 느껴지는건 저만 그런가요?
전체기사의견(4)
복음과상황 기사제보 광고문의 제휴안내 오시는길 개인정보취급방침 청소년보호정책 이메일주소무단수집거부
서울시 서대문구 창천동 506-10 산성빌딩 104호 우)120-836 | 전화 : 02-744-3010 | 팩스 : 02-744-3013
발행인 : 김병년 | 이사장 : 박종운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병년
Copyright 2008 복음과상황.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oscon@gosco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