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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만나는 팔레스타인 이야기
[333호 최은의 시네마 플러스]
[333호] 2018년 07월 30일 (월) 11:36:37 최은 goscon@goscon.co.kr
   
 

‘테러 집단’ 팔레스타인과 갇힌 자들 : 〈엔테베 작전〉 〈뮌헨〉 〈레몬 트리〉
1976년 6월, 프랑스 국적 항공기가 납치되어 우간다의 엔테베 공항에서 7일 동안 인질극이 벌어졌습니다. 팔레스타인 무장단체와 독일의 혁명가 그룹이 연합해서 자행한 테러였습니다. 승객 239명 중 83명이 이스라엘인이었고, 이스라엘 군부가 적극 개입해 인질들을 구조하고 테러범들을 사살했어요.

최근 개봉한 영화 〈엔테베 작전〉은 이 사건을 다루었습니다. 브라질 태생의 호세 파딜라 감독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대립을 다루면서, 갈등구조를 여러 갈래로 흩어 놓았습니다. 특히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에 독일인들이 개입하게 되는 배경을 언급하는데요. 나치의 만행에 대한 죄책이 이스라엘에 우호적인 정책을 낳았고 결과적으로 독일은 이스라엘의 제국주의적 폭력을 지원한 것이라고 영화는 조목조목 말합니다. 독일 혁명가를 연기한 다니엘 브륄을 통해 이러한 주장이 전달된다는 점에 주목해 봅니다. 혁명서 출판업자인 그는 자신들은 나치와는 다르다고 주장하지만 나치와 마찬가지로 이스라엘 민간인들을 희생양 삼고 있는 현실에 직면합니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2005년 영화 〈뮌헨〉도 팔레스타인 무장단체의 테러를 소재로 한 작품입니다. 1972년 뮌헨 올림픽 선수촌에서 발생한 테러와 인질극을 다룬 이 영화에서 주인공 애브너(에릭 바나)는 이스라엘 태생의 모사드(이스라엘 첩보기관) 요원이지만 독일에서 자랐습니다. 그는 죽음을 무릅쓰고 테러집단 지도자 하나를 제거하면 재빨리 후임이 그 자리를 대체하는 끝이 없는 폭력의 대열에서 회의하게 됩니다. 잘 알려져 있듯이 스필버그는 유대계 미국인이지요.  

한편 예루살렘에서 태어나 미국과 캐나다, 브라질에서 자란 에란 리클리스 감독은 〈레몬 트리〉(2008)라는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테러 사건을 직접 다루지 않지만 그 어떤 영화보다 강력하게 팔레스타인의 평화를 염원하는 작품입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위치한 요르단 강 서안, 즉 ‘웨스트 뱅크’에 위치한 레몬 농장 인근에 이스라엘 국방장관이 이사를 왔습니다. 이 일로 레몬 농장주 살마(히암 압바스)는 자신의 뿌리이자 평생의 자산인 농장을 잃을 처지에 놓이게 되죠. 빽빽한 레몬 나무가 테러범들의 잠입처가 될 수 있다는 이유로 이스라엘 정부가 나무를 모두 베라고 요구했기 때문입니다. 평범한 이웃은 여기서 잠재적 테러 가담자로 인지됩니다. 높이 쳐 두른 담장 안쪽에서 안전하게 머물고 있는 이스라엘 국방장관을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가장 인상적이었어요. 이 이미지는 우리에게 ‘누가 진짜 갇힌 자인가?’ 묻습니다. 이스라엘은 수십 년 동안 팔레스타인을 ‘자치구역’과 ‘난민 캠프’에 가두고 봉쇄 정책을 고수했지요.

당연하게도, 정치적으로 민감한 이런 종류의 영화들에서는 그 이야기를 누가 전하는가 또는 누구의 입장에 서게 하는가가 중요합니다. 세 편의 영화는 모두 테러와 전쟁의 모순을 고발하는 입장에서 인도주의적 시선을 담고 있는데요. 아무래도 ‘할리우드(영화)’는 ‘이스라엘(유대인)’과 더 가깝지 싶습니다. 사안을 냉정하게 바라보고 이 ‘광기’를 끝내자고 아무리 주장한들, 팔레스타인과 이슬람 무장집단의 극단적인 폭력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지요. 가장 너그러운 방식으로 이해되는 경우에라도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홈리스’로 낭만화(?)됩니다. 졸지에 땅을 잃고 조국과 고향을 잃은 사람들에 대한 동정과 연민 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팔레스타인에 대해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는 영화들이 속속 등장하는 것은 고마운 일입니다. 특히 주목받는 감독 하니 아부 아사드의 영화들이 있습니다. 1961년 나자렛에서 태어난 하니 아부 아사드는 1981년 네덜란드로 이주한 팔레스타인계 이스라엘인입니다.

그들은 왜 폭탄을 몸에 감았는가 : 〈오마르〉 〈천국을 향하여〉 〈노래로 쏘아올린 기적〉
“사람들이 죽어 나가는데 뭔 노래야? 썩 꺼져!” 하니 아부 아사드의 영화 〈노래로 쏘아올린 기적〉(2017) 속 가자 거리에서 노래하는 꼬마들에게 한 마을 어른이 소리를 지릅니다. 마치 팔레스타인 사람들 시선으로 직접 그들의 이야기를 전해주는 영화가 우리에게 드문 까닭을 말해주는 것 같습니다. 전쟁 중에 영화를 찍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테니까요. 물론 보수적인 이슬람 문화의 영향도 있겠습니다만.

최근에는 할리우드의 부름을 받고 〈우리 사이의 거대한 산〉(2018)이라는 재난영화를 만들기도 했고 여전히 팔레스타인 외부에서 작업하는 감독이기는 하지만, 하니 아부 아사드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아픔을 일상적인 공포와 고통으로 표현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보여 왔습니다. 〈오마르〉(2015)는 빵 굽는 청년 오마르(아담 바크리)가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분리장벽을 넘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친구 타렉(이야드 후라니)의 집에 가는 길이었어요. 불과 얼마 전까지도 한 동네였을 친구 집이 이제는 목숨을 내놓고 8미터 장벽을 넘어야 도달할 수 있는 곳이 되어 버렸겠지요. 오마르는 타렉의 여동생 나디아(림 루바니)를 사랑하는데요. 테러범으로 지목되어 옥살이를 하고 나온 뒤 오마르는 이스라엘 당국과 친구들을 포함한 팔레스타인 저항 조직 양쪽에서 불신과 협박에 시달립니다. 이중첩자 생활을 강요받게 된 거지요. 오마르에게는 이제 누구도 믿을 수 없게 된 현실 자체가 죽음입니다. 〈오마르〉는 테러 첩보영화인가 하면, 사랑 이야기를 담은 청춘영화이고 성장영화이기도 합니다.

〈천국을 향하여〉(2005)는 심지어 ‘자살 폭탄 테러범’들이 주인공입니다. 두 청년 자이드(카이스 나시프)와 할레드(알리 슐리만)는 자동차 정비소에서 일하는데요. 여느 때처럼 사장과 진상 손님의 갑질에 시달리던 어느 날, 이들에게 조직의 지령이 떨어집니다. 순교자 아부 아쌈의 복수였어요. 마침 자이드가 갓 마음을 주게 된 수하(루브나 아자발)는 아부 아쌈의 딸입니다. 지옥과도 같고 이미 죽음 같은 현실을 사느니 명예롭게 당장 천국에 가겠다고, 친구 할레드는 사명과 의지에 불타 있습니다(이 영화의 영어 제목은 “Paradise Now” 입니다). 반면 작전 당일 임무에 차질이 생겨 낙오된 자이드는 배신자의 오명을 쓰게 될 처지였지요. 자이드는 부친의 무덤에서 친구와 수하를 다시 만납니다. 임무 수행 중 ‘배신자’가 되어 처형당했던 부친입니다. 배신자의 아들에게 순교자의 딸이 말합니다. 폭력을 폭력으로 되갚는 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다른 방법이 있을 거라고 말이지요.
그 ‘다른’ 방법은 하니 아부 아사드의 영화에서 후에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어 부르는 노래가 됩니다. 〈노래로 쏘아올린 기적〉은 가자 출신 가수인 무함마드 아사프의 사연을 다룬 실화예요. 오랜 꿈과 약속을 품은 가자의 청년이 이집트로 넘어가 오디션 프로그램 〈아랍 아이돌〉에 출연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무함마드가 노래하는 동안 카메라는 폭격으로 망신창이가 된 가자의 풍경을 담담하게 보여줍니다. 그러니까요.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순간에도 (하지만 사실은 사람들이 죽어나갔기 때문에) 노래는 계속되었더랍니다. 그리고 누군가는 그 노래에 행복해 했답니다. 그곳에도 ‘사람’이 살고 있습니다. 그들은 사랑하고 배신하고 용서하고 아파하고 분노하고 절망하고, 노래합니다.

 

최은
중앙대학교 첨단영상대학원에서 영화이론을 공부했고(영화예술학 박사), 중앙대와 청어람아카데미 등에서 강의했다. 영화 연구자로 대중영화가 동시대 관객과 소통하는 방식에 관한 책을 집필하면서, 부르심에 따라 비정규직 말쟁이 글쟁이의 삶을 충실히 살고 있다. 저서로는 《영화와 사회》(공저), 《알고 누리는 영상문화》(공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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