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3호 최은의 시네마 플러스]

‘테러 집단’ 팔레스타인과 갇힌 자들 : 〈엔테베 작전〉 〈뮌헨〉 〈레몬 트리〉
1976년 6월, 프랑스 국적 항공기가 납치되어 우간다의 엔테베 공항에서 7일 동안 인질극이 벌어졌습니다. 팔레스타인 무장단체와 독일의 혁명가 그룹이 연합해서 자행한 테러였습니다. 승객 239명 중 83명이 이스라엘인이었고, 이스라엘 군부가 적극 개입해 인질들을 구조하고 테러범들을 사살했어요.

최근 개봉한 영화 〈엔테베 작전〉은 이 사건을 다루었습니다. 브라질 태생의 호세 파딜라 감독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대립을 다루면서, 갈등구조를 여러 갈래로 흩어 놓았습니다. 특히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에 독일인들이 개입하게 되는 배경을 언급하는데요. 나치의 만행에 대한 죄책이 이스라엘에 우호적인 정책을 낳았고 결과적으로 독일은 이스라엘의 제국주의적 폭력을 지원한 것이라고 영화는 조목조목 말합니다. 독일 혁명가를 연기한 다니엘 브륄을 통해 이러한 주장이 전달된다는 점에 주목해 봅니다. 혁명서 출판업자인 그는 자신들은 나치와는 다르다고 주장하지만 나치와 마찬가지로 이스라엘 민간인들을 희생양 삼고 있는 현실에 직면합니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2005년 영화 〈뮌헨〉도 팔레스타인 무장단체의 테러를 소재로 한 작품입니다. 1972년 뮌헨 올림픽 선수촌에서 발생한 테러와 인질극을 다룬 이 영화에서 주인공 애브너(에릭 바나)는 이스라엘 태생의 모사드(이스라엘 첩보기관) 요원이지만 독일에서 자랐습니다. 그는 죽음을 무릅쓰고 테러집단 지도자 하나를 제거하면 재빨리 후임이 그 자리를 대체하는 끝이 없는 폭력의 대열에서 회의하게 됩니다. 잘 알려져 있듯이 스필버그는 유대계 미국인이지요.  

한편 예루살렘에서 태어나 미국과 캐나다, 브라질에서 자란 에란 리클리스 감독은 〈레몬 트리〉(2008)라는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테러 사건을 직접 다루지 않지만 그 어떤 영화보다 강력하게 팔레스타인의 평화를 염원하는 작품입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위치한 요르단 강 서안, 즉 ‘웨스트 뱅크’에 위치한 레몬 농장 인근에 이스라엘 국방장관이 이사를 왔습니다. 이 일로 레몬 농장주 살마(히암 압바스)는 자신의 뿌리이자 평생의 자산인 농장을 잃을 처지에 놓이게 되죠. 빽빽한 레몬 나무가 테러범들의 잠입처가 될 수 있다는 이유로 이스라엘 정부가 나무를 모두 베라고 요구했기 때문입니다. 평범한 이웃은 여기서 잠재적 테러 가담자로 인지됩니다. 높이 쳐 두른 담장 안쪽에서 안전하게 머물고 있는 이스라엘 국방장관을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가장 인상적이었어요. 이 이미지는 우리에게 ‘누가 진짜 갇힌 자인가?’ 묻습니다. 이스라엘은 수십 년 동안 팔레스타인을 ‘자치구역’과 ‘난민 캠프’에 가두고 봉쇄 정책을 고수했지요.

당연하게도, 정치적으로 민감한 이런 종류의 영화들에서는 그 이야기를 누가 전하는가 또는 누구의 입장에 서게 하는가가 중요합니다. 세 편의 영화는 모두 테러와 전쟁의 모순을 고발하는 입장에서 인도주의적 시선을 담고 있는데요. 아무래도 ‘할리우드(영화)’는 ‘이스라엘(유대인)’과 더 가깝지 싶습니다. 사안을 냉정하게 바라보고 이 ‘광기’를 끝내자고 아무리 주장한들, 팔레스타인과 이슬람 무장집단의 극단적인 폭력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지요. 가장 너그러운 방식으로 이해되는 경우에라도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홈리스’로 낭만화(?)됩니다. 졸지에 땅을 잃고 조국과 고향을 잃은 사람들에 대한 동정과 연민 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팔레스타인에 대해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는 영화들이 속속 등장하는 것은 고마운 일입니다. 특히 주목받는 감독 하니 아부 아사드의 영화들이 있습니다. 1961년 나자렛에서 태어난 하니 아부 아사드는 1981년 네덜란드로 이주한 팔레스타인계 이스라엘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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