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서평] 도시의 하나님나라 / 김형국 지음 / 비아토르 펴냄

김형국 지음 / 비아토르 펴냄 / 17,000원 
김형국 지음 / 비아토르 펴냄 / 17,000원 

지난 6월은 호국 보훈의 달이었습니다. 우리는 호국 보훈의 달에 으레 듣는 문장이 있습니다. 바로 자유는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Freedom is not Free)”는 문장입니다. 비록 어느 순간부터 정치적 의도를 위한 문장으로 전락했지만, 저는 이 문장에서 김형국 목사의 신간 도시의 하나님나라를 쉽게 설명할 문장을 만들어낼 수 있었습니다. 그것은 교회 또한 대가가 따른다는 것입니다.

구원의 은혜에 감사하며, 모인 공동체가 교회입니다. 참담하게도, 오늘날 한국교회를 생각하면 건물로서의 교회를 세우기 위한 노력들이 먼저 떠오릅니다. 저는 교회 건축은 교회의 여러 전통 중 하나일 수 있음은 인정하는 입장입니다. 그러나 교회가 재정의 건전성을 버리면서까지 무모한 건축에 집착하는 태도는 비판 받아 마땅합니다. 또한 오늘날 한국교회는 (이 책의 겉표지 뿐 아니라, 책 그 자체의 중심이 되는 질문인) “당신의 교회는 교회입니까?”라는 물음 앞에 스스로를 점검해야 합니다. 교회가 더 이상 하나님나라의 소망을 전하는 공동체로서의 가치와 사명에 관심을 두지 않는 순간, 교회란 단어는 정말 건물만을 의미하는 단어로 고착될 것입니다.

교회가 건물로서의 교회로만 고착화 될 것을 경계하는 마음만큼, 또 하나의 고민이 있다면 바로 도시스러운 교회일 것입니다. 현대 사회에서 교회는 장소를 구분하지 않고 존재하고 있습니다. 특별히 상당수의 교회들은 도시에서 터를 두고 있습니다. 혹자는 그것이 왜 고민이 되는지 묻습니다. 복음이 변질되지 않는다면 도시의 상황에 맞춰 교회가 변신하면 된다는 적당한 타협점은 줄 수 있음을 지적합니다. 그러나 과연 교회의 변신만으로 우리는 교회로서 제 기능을 다할 수 있을까요?

이 책의 저자인 김형국 목사가 던지는 의문은 이러한 반문들을 잠재우기에 충분합니다. “약간의 거리 두기와 쿨하게 관여하지 않기라는 도시 생활의 미덕을 통해 도시를 얻은 오늘날의 교회들은 정작 공동체를 놓쳤습니다. 눈에 띄게 성도의 숫자는 늘어났고, 그에 따라 건물로서의 교회 또한 늘어났으나 정작 당신의 교회는 공동체입니까?”란 질문에 각기 다른 이유들만을 제시할 뿐입니다. 과연 우리는 이러한 현상으로부터 다시 교회의 공동체성을 회복할 예시가 있을까요? 김형국 목사는 본서의 데살로니가인의 교회를 소개함으로써 성서적이면서도 그의 사역에 따른 대답을 줍니다.

저자는 책을 시작하며 데살로니가라는 도시를 간략히 소개를 합니다. 우리가 상상하는 것과 달리, 고대 도시는 미화되었다는 표현이 정답일 정도로 열악한 곳이었습니다. 오늘날의 도시가 아파트와 고층빌딩으로 인구 분산이 수직적으로 이뤄져있는 반면, 당시에는 수평적으로 이뤄져 있었습니다. 이 말은, 같은 단위면적당 인구 분포는 고대 도시가 더욱 밀집해 있었다는 말입니다. 그나마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단독주택에 살았으나, 대다수 사람들은 5층 이내의 인슐라라는 건물 안에서 연립주택의 개념으로 함께 살았습니다. 특별히 오늘날과는 달리, 고층을 위한 상수도가 존재하지 않았으니 높은 층에 사는 사람은 급할 경우 배변활동 후 남은 배설물들을 창문 밖으로 내다 버리곤 했습니다. 그 결과 도시는 전반적으로 비위생적이고 악취에 시달렸습니다.

치안은 어떠했을까요? 좋지 못한 위생 상태로 인해 발생한 감염병이 한 번 전파되면 도시 거주자가 3분의 1에서 3분의 2가 한꺼번에 사망함으로 인구 교체율은 자연스럽게 높아졌습니다. 이에 따라 도시는 기존 거주민들과 새롭게 유입되는 많은 사람들로 나뉘고, 무질서한 분위기 속에서 밤이 되면 함부로 돌아다니지 못할 정도로 치안이 좋지 못했습니다.

고대 도시는 현대 도시가 지닌 여러 문제를 극단적 형태로 내포하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도시로 몰린 이유는 그나마 살아갈 기회가 주어졌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땅이란 존재하지 않고, 간신히 하루하루 살아가는 이들에게 도시는 마지막 기회의 장이었습니다. 이처럼 노숙인과 빈민, 고아와 과부로 가득찬 도시에서 시작된 데살로니가 교회는 여러 제약,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공동체란 이름으로 시작되었습니다.

데살로니가 교회의 특징이 있다면, 그들은 하나님이 아버지인 사람들이고, 예수가 주이시며 메시아인 사람들이었습니다. 무엇보다 그들은 하나님과 예수님 안에 있는 교회였습니다. 단순히 데살로니가 안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나라를 소망하는 신앙 안의 공동체라는 점은 오늘날 교회로 하여금 어떠한 상황에서도 공동체성을 잃어서는 안 됨을 일깨워줍니다.

지면상 앞부분의 중요한 내용들만을 요약하여 나열했지만, 결론적으로 총 5부에 걸쳐 교회의 원형으로 제시되는 데살로니가 교회는 다음과 같은 의미를 가집니다. 데살로니가 교회는 오늘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본받아야 할 공동체입니다. 또한 하나님나라 안에서 시작된 공동체(교회)는 하나님나라 복음의 이끔이로 살아가야 하는 책무를 지녔습니다. 하나님나라 복음으로 살아가는 것은 포기해야 할 점들이 많습니다. 고대 도시의 데살로니가 교회나, 오늘날의 도시를 살아가는 우리 그리스도인에게나 이것은 동일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진실한 질문은 진실한 답을 가져다준다는 저자의 좌우명처럼, 한국교회의 회복과 하나님나라 복음이 모든 사람에게 전해지길 소망하며 오늘도 길을 묻는 그리스도인들에게 하나님나라를 소망으로 삼았던 데살로니가 교회의 모델이 지혜롭게 적용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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