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호익 교수 서평] 손원영 《연꽃 십자가: 개운사 훼불사건과 종교평화》

 

모시는사람들 펴냄,  손원영교수불법파면시민대책위원회 편
모시는사람들 펴냄, 손원영교수불법파면시민대책위원회 편

연꽃 십자가는 모두 4부로 구성되어 있지만 내용적으로는 크게 두 부분으로 되어 있습니다.

첫째 부분은 손원영 교수의 11편의 글과 인터뷰 8편으로 손 교수의 글입니다. 둘째 부분은 기독교인에 의한 개운사 훼불사건을 보고 손 교수가 훼손된 불당을 회복하기 위한 모금 운동을 한 것을 소속 대학에서 문제로 삼아 성실의무 위반으로 교수직이 파면되고, 그 이후 전개된 법정 투쟁 과정(발표된 탄원서 11, 시민토론회에서 발표된 글 4, 손 교수를 변호한 글 12, 이 사건을 다룬 신문 보도 6, 판결문, 사건 일지)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40명의 글로 꾸며진 책의 전체 내용을 다 요약하기는 어렵지만, 전체적인 흐름을 보아 개운사 훼불사건과 손 교수의 대응은 우리 사회에 세 가지 문제의식을 제기한 것으로 읽을 수 있었습니다.

첫째는 대한민국은 다원종교 사회이기 때문에 종교 간의 평화 공존이 절실하다는 점입니다. 기독교인이 불상을 훼손하는 일은 예전에도 있었지만, 손 교수가 앞장서서 훼손된 불당을 회복하기 위한 모금 운동을 벌여서 사회적인 이슈로 제기했고, 이러한 일이 다시는 없어야 한다는 경종을 울린 사건으로 의미가 크다는 논지입니다.

둘째로 종교적 표현의 자유와 그 한계에 대한 문제가 극명하게 드러난 점입니다. 영국의 철학자 밀(J. S. Mill)자유론(1859)에서 인간은 다른 사람의 자유를 침해 하지 않는 한계 내에서 자유하다고 하였습니다. 개운사 훼불 사건은 자기 종교의 자유를 남용하여 타 종교의 자유를 침해한 행위이기 때문에 기독교인으로서는 용서를 구하고 보상을 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논지입니다.

셋째로 불상을 훼손하는 것이 가시적 물리적 종교 폭력이라면, 훼손된 불당을 회복하기 위한 모금 운동을 벌인 손 교수를 성실의무 위반을 이유로 교수직 파면하는 것은 또 다른 형태의 교권적 제도적 종교 폭력이라는 내용입니다. 따라서 한국교회는 3.1운동 당시 기독교 지도자들이 천도교와 불교 지도자들과 머리를 맞대고 조국의 독립을 위해 헌신하기로 협력한 전통을 되살려 인권과 자유와 평화를 위한 종교 간의 협력을 더욱 강화할 것을 바라는 열망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1993년부터 2017년까지 24년 동안 총 407건의 훼불 사건이 발생하였는데 20161월 손 교수가 주도한 개원사 불당 회복을 위한 모금 운동이 후 지난 4년 동안은 더 이상 훼불 사건에 일어나지 않고 있다는 통계 연구가 발표되었습니다. 따라서 손 교수가 한국 종교 평화 운동의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한 것으로 높이 평가하여야 할 것입니다.

이 책에 게재된 손원영 교수의 여러 편의 글 중 백미는 누가 뭐래도 예수 보살이라는 주제의 설교입니다. 이 설교로 인해 손 교수는 항소심에서 또 다른 죄목으로 이단 시비를 받게 되었으나, 2019114일 파면 무효확인 소송에서 승소하였습니다. 그러나 202041일 소속 대학 이사회가 손 교수의 복직을 최종 승인했음에도 불구하고 예수 보살설교가 이단이라는 여론몰이와 함께 대학 당국이 복직을 결재하지 않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손 교수의 훼손된 불당을 회복하기 위한 모금 운동으로 인한 파면은 법적으로 일단락되었지만 예수 보살설교 문제는 여전히 손 교수의 실제적 복직을 가로막고 있는 이단 이슈가 되었습니다. 저는 대한예수교장로교회(통합측) 이단사이비대책 위원회 전문위원으로 여러 해 활동하였고, 한국의 이단 기독교(개정증보판, 2020) 등의 저술을 통해 이단을 연구한 신학자로서 이에 관한 신학적 쟁점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예수 보살설교는 최고의 복음적이고 선교적인 설교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손 교수의 사찰에서 행한 설교가 이단으로 정죄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그 내용을 살펴보았습니다. 저는 그의 설교가 기독교적 입장에서 불교에서 가르치는 6가지 보살행을 누구보다도 철저히 시행한 분이 예수라는 것을 비교종교학적 방법으로 불교도들에게 전한 호교론적(護敎論的) 설교라고 확인했습니다.

UCLA의 한국학 석좌 교수인 옥성득 박사는 손 교수의 이 설교가, 그 해(2018)의 한국교회에서 행해진 설교 중에 최고의 복음적이고 선교적인 설교라고, 그의 페이스북에 손 교수의 설교 전문과 함께 극찬하는 글을 올린 것을 보았습니다.

칼 바르트라는 유명한 신학자는 나를 비판하려거든 나의 책을 읽고 그 내용을 비판하라고 한 적이 있습니다. 손 교수에 대해 이단 시비하는 이들이 그의 설교 전문을 꼭 읽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2. 예수는 유대교 회당에서, 바울은 이방 신전에서 복음을 선포했습니다.

설교 내용에 이단적인 내용이 없다면, 불당에서 불교도에게 설교한 것 자체를 이단이라 할 수 있을까요? 절대 그럴 수 없습니다. 기독교를 창시한 예수도 3년 동안 유대교도 회당에서 가르쳤습니다. 이방 선교에 앞장 선 바울은 아테네를 방문하여 아레오바고에 서서”(17:22) 이방인들에게 복음을 전했습니다. 아레오바고는 전쟁과 재난의 신이기 때문에 그곳이 이방신의 제단이 있는 언덕이나 회랑이었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2000년 기독교사를 통틀어 바울이 이방신의 신전이나 회랑에서 복음을 전한 것을 이단적 행위라고 비난한 사람은 없었습니다. 기독교인은 누구나 타 종교의 시설에서, 그들이 허용한다면, 얼마든지 복음을 전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권장할 일이지 이단으로 정죄할 일은 결코 아닙니다.

3. 예수와 보살을 동일시한 것이 아니라, 예수는 보살행의 완전 성취자라는 보불론(報佛論)을 주장한 것입니다.

개화 초기의 감리교 종교신학자 최병헌 목사는 성산명경만종일련이라는 유명한 저서에서 만종(萬宗)의 성취자가 예수라고 했습니다. 유불선과 기독교를 상징하는 4명의 구도자를 등장시켜, 3대 종교의 가르침을 모두 성취하신 분이 예수라고 주장한 것입니다. 유교나 불교의 부족한 부분은 기독교가 보완(補完)하여 성취한다는 신학적 입장을 보유론(補儒論) 또는 보불론(補佛論)이라 합니다.

최병헌 목사의 신학에 영향을 받은 손 교수는, 보불론적 입장에서 불교에서 6가지 보살행을 가르치지만, 6가지 보살행을 완전히 성취하신 분이 예수라는 논지로 예수 보살을 설교한 것입니다. 따라서 예수와 보살을 동일 입장에 놓은 것이 결코 아닙니다. 윤성범 박사도 라는 책에서 효를 강조하는 유교인들에게 보유론적 입장에서 예수는 모름지기 효자라는 효자 기독론을 제시했으나 아무도 이를 문제 삼지 않았습니다.

4. 요한복음도 희랍종교철학의 로고스를 사용하여 예수는 말씀(Logos)이 육신이 되어 오셔서, 말씀을 다 이루신 분이라고 하였습니다.

심지어 요한복음은 희랍 철학과 종교의 핵심 개념인 로고스라는 단어를 예수에게 적용시켜, 예수야말로 로고스(말씀=)가 육신이 되신 분’(1:1)이라고 하였습니다. 손 교수가 불교의 용어인 보살(구도자라는 뜻)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예수가 보살행을 다 이루신 분이라고 했듯이, 요한복음서는 예수는 말씀(Logos)이 육신이 되어 이 땅에 오셔서 말씀을 다 이루신 분’(19:30)이라고 이방인들에게 선포하였습니다.

손 교수의 예수 보살설교의 핵심은 신칸트학파의 저명한 신학자 리츨(Albrecht Ritschl, 1822-1889)역사적 예수가 도덕적으로 완전한 삶을 산 역사적 실증적 사례라고 주장한 논리에 따라, 불교에서 보살행을 교리로 가르치지만 보살행을 온전히 실천한 역사적 실증적 사례가 예수라는 것을 불교도들에게 선포한 것입니다. 예수를 보살로 격하하거나 동일시한 것이 아님을 손 교수의 설교를 읽어 보면 누구나 알 수 있습니다.

5. 손 교수를 이단이라 규정할 근거가 없습니다.

나하고 관점이 다르다고 모두 이단은 아닙니다. 손 교수가 소속한 대학의 교단(그리스도의교회협의회)에서는 본질에는 일치, 비본질에는 자유(관용), 매사에는 사랑을 교리적 지침으로 삼고 있습니다. 손 교수의 예수 보살설교는 세계기독교교회협의회(WCC) 헌장에서 기독교 신앙의 일치의 공동분모로 제시한 예수 그리스도가 하나님이심과 구세주이심을 부인한 것이 아니므로 결코 이단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끝으로 예수 보살이단 시비를 거두시고 관용과 사랑으로 손 교수의 복직이 시행될 수 있도록 대학 당국의 선처를 바라면서 서평을 마감합니다.

* 이 서평은손원영 교수의 연꽃 십자가출판기념 및 서울기독대 복직 촉구회에서 발표한 내용을 중심으로 작성되었습니다.

허호익
연세대학교에서 신학 학사·석사·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 신학에 관심을 두고 한국 교계의 신학적 쟁점인 《단군신화와 기독교》, 《안티기독교 뒤집기》, 《통일을 위한 기독교 신학》, 《동성애는 죄인가》, 《한국의 이단기독교》 등의 책을 썼다. 한국기독교학회 총무와 한국조직신학회 회장과 통합 이단사이비대책위원회 전문위원을 역임했다. 본지 348호(2019년 11월)에 인터뷰가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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