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8호 사람과 상황] 조직신학자 허호익 대전신대 은퇴교수가 말하는 교단의 민낯과 한국교회의 미래

 

   
▲ 허호익 대전신학대학교 은퇴교수.  ⓒ복음과상황 정민호

잊을 만하면 들려오는 교단 총회 관련 뉴스들. 교단의 최고(最高) 치리회인 총회 소식은 매해 한국교회를 세간의 조롱거리로 만든다.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이번 예장통합(통합) 104회 총회는 공중파 방송에서도 비중 있게 다뤄졌다. 보도의 골자는 총회가 ‘일절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수습안 결의로 명성교회의 세습 길을 열어주었다는 것. 1,204명의 총대들 중 920명이 수습안에 ‘찬성’하면서 김삼환·김하나 목사는 2021년 1월부터 세습이 가능해졌다. 

같은 시기 SNS에서는 ‘동성애 옹호자’라는 이유로 목사고시 합격이 취소된 신학생이 학교에 자퇴서를 낸 소식이 전해져 뭇사람들을 분노케 했다. 합격 취소에 대해 총회에 이의를 제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최근 주요 교단들은 동성애를 이단(성)으로 규정하고, 반동성애법을 만들었다. 

교단이 일종의 시스템이라면, 총회는 그 시스템이 작동하는 방식을 그대로 보여준다. ‘교단이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이고도 회의적인 질문을 던지게 되는 요즘, 허호익 대전신학대학교(대전신대) 은퇴교수를 찾았다. (대전신대는 통합 교단 산하 신학교 중 하나다.) 그는 수십 년 동안 신학에 몰두한 학자이자, 통합 교단의 이단사이비대책위원회(이대위) 전문위원으로 활동한 이단 전문가다. 학내 비리에 맞서 투쟁도 마다하지 않는 행동하는 지식인이다. 최근에는 《동성애는 죄인가》라는 책을 펴내 교계 동성애 반대론자들을 곤란케 하고 있다. 주요 교단의 ‘동성애 이단 결의’가 지닌 문제점을 조목조목 반박하고, 세습에 대해서도 소신 있는 목소리를 내는 신학자 중 한 명이다. 

10월 초, 대전의 한 학교에서 만난 허 교수는 통합 총회의 ‘세습 찬성’ 결의에 대해 “예상한 결과였다”는 말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교단은 이미 자정 능력을 상실한 지 오래라는 것이다. 그동안 겪은 치열한 경험과 이론이 판단 근거라 했다. ‘교단은 곧 붕괴될 것’이라는 답을 기다리며 질문을 이어갔다.  

― 올해 교단 총회를 어떻게 보셨는지 궁금합니다. 어떤 감정이 들었는지요? 
예상한 결과였습니다. 교단 총회에 큰 기대를 걸지 않았어요. 교단은 이미 자정 능력을 상실했다고 판단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재직 중이던 대전신대의 전횡과 비리를 막기 위해 교단의 사무총장 두 명, 총회장 세 명을 비롯해 이사회, 신학교육부, 감사위원회, 총회가 구성한 대전신대정상화대책위원회 등 여러 책임자들에게 수십 통의 청원서를 교수 일동 명의로 보내고 직접 만나 호소도 해봤는데요. 그 많은 사람 중 시비를 가려준 사람이 단 한 사람도 없는 현실을 마주하고는 교단의 현실을 뼈저리게 느꼈지요. 다들 기존 질서에 순응했고 권한과 책임을 가지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정상화대책위원회조차 약속을 지키지 않고 비정상적으로 운영되어 제가 교수직을 사임했고, 그 후 학원 사태는 더 악화되었어요. 

― 대전신대 사태와 관련해 졸업이 취소되고 총장으로부터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당했던 김신일 목사를 인터뷰(2018년 12월호)했던 적이 있습니다. 교수님도 그 사태 한 가운데에 계셨군요. 
총체적인 비리였어요. 은퇴 3년을 앞두고 교수직을 걸고 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했는데, 문제를 같이 해결하자고 수십 차례 만나 의논한 이사조차도 참 비열하게 나오더군요. 대학 분규 과정은 어느 대학이나 패턴이 똑같을 텐데요. 처음에는 교수들이 일치단결해서 총장이나 이사회에 대항하다가 앞장서는 교수들을 업무방해나 명예훼손으로 일단 무조건 소송하게 되면, 교수들 사이에 의견 차이와 분열이 일어나지요. 후배 보직 교수들과 싸우고 싶지 않아서 1년밖에 은퇴가 안 남은 것을 감사하며 훌훌 털고 나왔습니다.
 

   
▲"후배 보직 교수들과 싸우고 싶지 않아서 1년밖에 은퇴가 안 남은 것을 감사하며 훌훌 털고 나왔습니다." ⓒ복음과상황 정민호

― 통합 교단의 이단사이비대책위원회(이대위) 전문위원으로 6년 동안 활동하셨습니다. 
이대위 활동이라는 게 참 조심스러웠습니다. 주변에 이단 등쳐먹는 ‘삼단’들이 있다고들 해요. 이단 지정과 해제에 관련해서 외압이나 이권이 개입될 소지가 크고 실제로 그런 사례가 드러나기도 하고요. 장신대의 이형기 명예교수님이 이대위 상담소장으로 계셨을 때는 전문위원들이 연구에만 전념하며 원칙대로 운영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해주셨어요. 그분이 존경받는 원로셨기에 다른 사람들이 흔들 수가 없었어요. 그때 제가 초안을 작성하여 이대위 운영지침과 표준지침을 만들었어요. 이단 관련한 연구조사 보고서를 만들려면 어떤 절차와 방식으로 해야 하는지 등 최소한의 지침도 없었기 때문에 그런 기준을 마련한 거죠. 이단 지정 및 해제를 주관적인 판단으로 하면 안 되니까요. 통합 교단에서 그동안 이단으로 규정한 사례들을 모두 검토하고, 이단 연구자들이 이단을 어떻게 정의했는지 당시 나와 있던 논문 13편을 다 찾아봤어요. 저자들마다 기준이 다르더라고요. 여러 문헌을 참고하고 연구하면서 두 가지 기준을 도출했는데, ‘사도신경’과 ‘WCC 헌장’입니다. 여기에 기반한 신론, 기독론, 성령론, 삼위일체론, 교회론, 구원론, 성서계시론 이 일곱 가지가 본질이고, 이 중에서 하나라도 현저하게 왜곡하거나 부인하면 그것은 이단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이단 사이비 정의와 표준 기본 지침〉(2008)을 만들었고 그것이 총회의 인준을 받았거든요. 이대위를 그만두게 된 이유는 지극히 정치적이었어요. 그 후 이단사이비상담소장으로 추천되어서 신문에서도 났는데, 결국 총회 임원회에서 승인이 취소되기도 했지요. 

― 이단 문제는 이론적으로든 현실적(정치적)으로든 치열한 영역인데요.  
치열하죠. 2013년 1월 한기총(대표회장 홍재철)이 여러 주요 교단에서 이단으로 규정한 ‘류광수의 다락방 전도협회’를 임의로 이단 해제하여, 이에 초교파적으로 교수 172명이 반대 성명서를 내고 기자회견도 했지요. 한기총은 업무 방해 등의 혐의로 서명한 교수와 소속 대학에게 10억 원 손해배상 소송을 걸었고요. 이에 맞서 제가 소송대책위원장이 되어 승소한 적이 있지요. 2016년에 통합 총회 임원회(총회장 채영남 목사)가 합리적인 근거와 절차 없이 변승우, 김기동, 박윤식 등 이단들을 특별 사면하려고 했지요. 통합 직영 7개 신학대학 교수들 114명으로부터 서명(‘총회 임원회의 이단 특별사면 결의 반대 성명서’)을 받았어요. 제가 통합 교단 증경총회장 모임에 직접 가서 성명서를 전달했어요. 결국 사면 결의안 제출이 철회되었지요. 이런 여러 일을 겪으면서, 이단 문제가 한국교회의 중요한 신학적 현안이라고 생각해서 《한국의 이단 기독교》라는 책을 쓰게 된 것입니다. 

   
▲ "통합의 동성애 이단 결의나 동성애 옹호 신학생 목사 안수 거부도 이 같은 역사의 전철을 밟을 것이 뻔합니다."   ⓒ복음과상황 정민호

― 최근 여러 교단이 동성애를 이단으로 규정하려고 하는데요. 이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는 글을 여러 매체에 기고하셨습니다. 
통합 교단의 경우만 보더라도, 동성애 옹호를 이단으로 결의하는 것은 교단 자체의 〈이단 사이비 정의와 표준 기본 지침〉(2008)에 어긋납니다. 그래서 그 이유를 〈뉴스앤조이〉에 <‘동성애 이단 결의’는 철회되어야>(2019.10.7.)라는 글로 자세히 제시하였습니다. 교리적 본질과 신학적 다양성에 대한 개념적 이해가 없기 때문에 나와 다르면 이단이라고 쉽게 규정하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임보라 목사가 ‘하나님의 여성성’을 주장한 것은 신학적 다양성 범주에 속하는 논쟁일 뿐이지, 이단 여부와는 관련이 없는 겁니다. 비본질적인 부분이라 할 수 있어요. 첨예한 논쟁이 될 수는 있겠지만, 그런 논쟁들이 신학을 풍성하게 합니다. 그래서 저의 신학적 양심을 걸고, 교단들의 동성애 이단 결의는 철회되어야 한다고 쓴 겁니다.

― 마지막 문장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언젠가는 철회될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에”라고 쓰셨어요. 
역사는 반복됩니다. 세계 신학의 흐름을 몰랐던 길선주 목사는 1935년 10월 평양노회에서 성서비평학이 적용된 《아빙돈 주석》을 이설(이단)이라며 크게 비분하였습니다. 이 문제가 다시 제기되어 1952년 37회 총회에서 성경유오설(성서비평)과 자유주의를 주장한다는 이유로 김재준 목사를 제명하였고, 이 일로 장로교가 예장(예수교장로회)과 기장(기독교장로회)으로 분열되었지요. 그러던 장신대가 60년대에 성서비평을 다 받아들였잖아요. 결국 2007년 예장(통합)에서 김재준 목사의 사면을 추진해요. 물론 기장의 반발로 무산되었습니다. ‘사면은 죄가 있는 사람을 용서할 때 쓰는 말’이며 ‘김 목사에게 죄가 있다면 남들보다 50년 먼저 신학문을 접한 죄, 그리스도의 진리를 문자에 갇히지 않게 드러낸 죄’라는 것이 기장 총회가 사면을 반대한 이유입니다. 통합의 동성애 이단 결의나 동성애 옹호 신학생 목사 안수 거부도 이 같은 역사의 전철을 밟을 것이 뻔합니다. 

― 2010년에 《장신논단》(제38호)에 쓴 논문 <동성애에 관한 핵심 쟁점-범죄인가, 질병인가, 소수의 성지향인가?>는 학술정보 포털에서 다운로드 횟수로 상위 1% 안에 든다고 표시되더군요. 무려 9년 전에 쓴 논문인데, 한국교회는 이 논문의 논지에서 한 발도 나가지 못한 것 같습니다.
그 논문을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읽었어요. 그러나 동성애 관련 논의는 더 후퇴한 것 아닌가 싶어요. 이후에 논문들이 나오긴 했지만, 역사적·의학적 이해가 없는 논문들도 많이 나왔어요. 우리나라는 10-20년은 더 논쟁 기간을 거쳐야 합니다. 미국도 동성애 찬성과 반대 비율이 4대 6에서, 6대 4로 넘어가는 데 20년 걸렸어요. 저도 논문을 쓴 후에야 저 자신이 동성애에 대한 무지와 편견이 많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방송에 동성애 관련 내용이 나오면 거부감이 있었지만 ‘제대로 알고 난 다음 반대하자’는 생각으로 논문까지 쓰게 된 거지요. 

― 그 논의를 확장하여 올해는 《동성애는 죄인가》를 내셨습니다. 동성애에 대한 신학적·역사적 성찰을 담은 책인데요. 동성애에 관해 시대별, 나라별, 논쟁별로 차근차근 짚어가는 서술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동성애 때문에 교회와 국가가 망한다거나, 동성애는 가족을 파괴하려는 좌파의 책략이라는 근거 없는 선동에 미혹되는 이들이 주변에 너무 많은 것 같아서 ‘동성애 현상’에 학술적 연구를 좀 더 심도 있게 하여 책을 내게 된 것입니다. 잘 알아보지도 않은 채 ‘찬성’ ‘반대’ 구호를 외치는 것은 선동에 지나지 않지요. 늘 학생들에게 가르쳤어요. 주장과 근거를 논리적으로 따지고, 왜 입장이 다른지 낱낱이 분석하는 것이 학문이라고요. 그것을 다 따진 다음에 자기 입장을 세우는 게 바른 자세이지요. 

   
▲"늘 학생들에게 가르쳤어요. 주장과 근거를 논리적으로 따지고, 왜 입장이 다른지 낱낱이 분석하는 것이 학문이라고요. 그것을 다 따진 다음에 자기 입장을 세우는 게 바른 자세이지요." ⓒ복음과상황 정민호

― 한국 사회에서 동성애에 대한 찬성/반대를 묻는 질문으로 첨예한 갈등이 시작된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보시나요?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남북정상회담도 열리고 ‘좌파 프레임’으로 정적들을 가두는 것이 불가능해진 이들이 ‘동성애 프레임’을 활용하는 거라고 봐요. 노무현 정부 때 통하던 좌파 프레임이 지금은 잘 안 통하잖아요. 1950년대 미국에 매카시즘이라는 반공 광풍을 일으킨 이들이 ‘좌파들이 동성애를 퍼뜨린다’는 프레임을 만들었어요. 그게 먹혔어요. 좌파 동성애자들이 국가 기밀을 소련에 넘겨준다고 해서 공무원 수천 명을 자르거든요. 더 거슬러 올라가면, 히틀러 시대에도 동성애 처벌법 철폐를 여러 차례 청원한 유명한 학자 마그누스 히르쉬펠트가 유대인인 것을 이용해 ‘유대인이 동성애를 옹호한다’는 프레임을 만들어 유대인과 동성애자를 히틀러 제국의 적으로 규정하고 제거하였지요. 동성애자 2만 명에서 10만 명이 처형되었다고 하는데, 이를 ‘게이 홀로코스트’라고 합니다. 그래서 제2차 세계대전 후 동성애자 인권 문제가 제기된 겁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동성애 프레임에 씌워서 반대자를 제거하려는 전략이 통하고 있는 셈이지요. 

― 프레임을 짜거나 강화하는 가짜뉴스도 많이 유통되고 있어요. 
가짜뉴스를 만들거나 추종하는 것은 우상숭배와 다름없다고 봅니다. 가짜를 진짜로 믿는 게 우상숭배잖아요. 제 주변에도 가짜뉴스를 퍼 나르는 신실한 신도들이 많아요. 양심적인 종교인이 범죄자가 되는 가장 흔한 사례가 악한 자들의 거짓 선동에 빠져 행동대원이 되는 거라고 해요. ‘악의 평범성’이라고도 하지요. 유튜브의 가짜뉴스는 전 세계적인 이슈이죠. 그게 돈이 되니까 너도 나도 뛰어드는 건데요. 독일은 가짜뉴스 벌금이 600억 원이라고 하던데, 우리도 가짜뉴스의 폐해가 더 누적되면 강력한 법적 제재를 마련하겠지요. 본질적인 문제는 사람들이 편향된 사고를 바로잡지 못한다는 거예요. 결국 교육의 문제인데요. 공부를 통해서 편견을 극복하는 경험을 해야 하는데, 제가 볼 때 지금의 60-70대들은 학교에서 그런 교육을 전혀 받지 못했어요. 그런 상태에서 ‘문재인이 좌파다’ ‘복음과상황이 좌파다’ ‘동성애가 좌파다’ 하는 가짜뉴스를 보고 그 프레임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거죠. 다음 세대는 좀 다르다고 봐요. 다양성을 인정하는 분위기에서 교육을 받았으니까요. 젊은 세대들은 동성애에 대한 생각도 훨씬 유연하죠. 

― ‘동성애는 이단이다’ ‘동성애 옹호하면 좌파다’라는 프레임이 확산되는 것을 간절히 바라는 이들은 누구일까요? 
한국의 주요 교단에서 이단으로 규정된 변승우 목사(사랑하는교회, 구 큰믿음교회)는 “동성애를 옹호하는 진짜 이단들”이라는 설교에서 이런 프레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으로 보여요. 유튜브에 동성애 비판 설교 수십 편을 올렸더군요. 《동성애는 쓰나미》라는 책도 쓰고요. 동성애를 공공의 적으로 삼아 자기의 ‘정통성’을 증명하려는 것일 텐데요. 이런 틈을 노리는 이단들을 경계해야겠지요.

― 교단 내 동성애 이슈가 갑자기 불거진 것이 명성교회 세습과 관련이 있다는 이야기들이 많이 들립니다.
합리적 의심이라 할 수 있습니다. 지난 7월에 청어람ARMC의 월례강좌에서도 그 이야기를 했습니다. 특히 통합측에서 동성애 이슈가 불거진 것은 명성교회 세습 문제와 개연성이 있다고 봐요. 작년 5월에 ‘무지개 사건’이 있었어요. 5월 17일 ‘국제 성소수자혐오반대의 날’을 맞아 장신대의 한 동아리 회원들이 무지개의 각기 다른 색 상의를 입고 채플에 참석, 예배가 끝난 뒤 강단에 올라가 무지개가 그려진 현수막을 들고 기념 촬영을 했지요. SNS를 통해 알려지면서 동성애 이슈가 불거졌지요. 그런데 무지개 사건이 있기 전에 교수 60명과 재학생들이 명성교회 세습 반대 성명을 내고 집회를 계속하고 있었죠. 두 달 뒤인 7월에 통합 교단 장로수련회가 열렸는데 참여한 장로들 중 절반이 못 되는 2,000여 명이 ‘동성애 옹호하는 총장 파면하라, 교수 징계하라’라는 성명서에 사인을 합니다. 그러면서부터 프레임이 생긴 거죠. ‘명성교회는 반대하면서, 동성애는 옹호한다.’ 그리고 동성애를 이단이라 규정하라고 총회에 청원을 하지요. 이런 과정들이 다 기획된 거라고 볼 수 있지요. 

― ‘이단’이라는 말에 붙는 낙인효과를 ‘동성애’에 등치시켜, 세습에 반대하는 학생들이나 교수들을 강하게 압박하려는 의도가 있지 않았나 싶은데요. 뻔히 보이는 전략인데도 신학교 교수들이 너무 조용한 것 아닌가요.  
프레임을 만든 이들에게 완전히 제압되어 있는 거죠. 총장도 꼼짝 못 해요. 교수가 자기 소신껏 말하려고 하면 직을 걸어야 되는데 그게 어렵죠. 신학교의 구조적 모순이 교수들을 그렇게 만듭니다. 예전에는 신학교 총장에 덕망과 학식 있는 사람이 추대되다시피 했어요. 그런데 어느 때부터인가 총장은 권력이 되었어요. 권력 지향적인 사람들이 총장에 나서서 당선이 되지요. 이사 과반만 확보하면 총장이 될 수 있으니까 거기에 온갖 정치적인 책략을 다 쏟아요. 거래가 시작되는 거죠. 그렇게 총장이 된 사람은 학교 이익이 아닌 이사들의 이익을 대변하게 됩니다. 그래야 연임을 할 수 있으니까요. 총장이 이사와 교수를 이간질하는 것도 정형화된 패턴이지요. 많은 신학교가 이렇게 갈등이 생겨요. 이사도 마찬가지예요. 학교 이사가 되면 총장을 뽑을 지분을 갖고, 그 힘으로 여러 이권에 개입할 수 있어요. 이사들은 자기 사람을 학교에 넣기 시작하고 파당을 만들고…. 그런 사람들이 모인 곳에서는 바른말 하는 교수들만 당하는 구조가 됩니다. 대다수 교수는 생존을 위해서 참는 거지요. 다른 종합대학도 마찬가지겠지만, 신학대학은 더 심해요.

   
▲ "제가 포항 출신이라서 잘 압니다. 경상도는 오래전부터 교단 정치가 아주 드센 지역이죠. 치밀한 계획으로, 어떻게 권력을 장악하고 유지해야 하는지 여러 세대에 거쳐 학습된 이들이 많아요."  ⓒ복음과상황 정민호

― 신학대학이 더 심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다른 영역에서는 개혁적인 교수들도 유독 명성교회 세습에는 말을 아끼는 것 같아요.
신학대는 졸업 후에도 동문들이 다 연결되어 있잖아요. 어쨌든 교계에서 만나게 되어 있고 연결되어 있어요. 학교 동문들이 노회, 총회에서 만나죠. 그중에 정치꾼들이 학교 이권에 달려드는 겁니다. 보통 그런 사람들이 학교를 장악하지요. 정치꾼 선배 목사가 와서 학생회장 뽑는 것까지 개입해요. 반대하는 학생들 있으면 ‘네 앞길 다 막을 수 있다’고 협박도 하고요. 그들에게 밉보여 쫓겨나면 교회나 대학 어디에도 자리를 못 잡아요. 신학생들은 찍히면 어디 갈 데가 없어요. 신학적 사고가 더 위축되면 안 될 거 같은데…, 참 딱해요.  

― 교수들이 침묵한 대가는 학생들에게 치명적 결과로 이어지는 것 같아요. 최근 목사 고시에 합격하고서도 ‘동성애 옹호’를 이유로 탈락 처리된 신학생이 자퇴서를 내 화제가 되었는데요. 이번 총회에서 이의를 제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그는 “SNS 글은 물론 댓글까지 사찰을 당했다”고 합니다.  
너무 안타깝지요. 저는 운동가나 투쟁가는 아니라서, 그 학생을 당장은 도울 수 없을 것 같아요. 다만 미력한 힘이나마 글 쓰는 일, 책 쓰는 일로 도와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길게 보아야 하는 선한 싸움입니다. 

― 그 신학생이 바랐던 것도 동성애와 관련한 신학적 토론과 대화, 여지를 열어두는 것이었습니다. 교수님의 책이 그런 공간의 울타리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실제로 그런 목적의식을 가지고 썼어요. 소장학자일 때 현직에 있으면서 이런 책을 썼다면, 외압과 비판을 많이 받았을지도 몰라요. 영향력도 더 적었겠지요. 이단 전문가로 연구하고 활동했던 경력이 있기 때문에 저한테 직접적인 외압은 없어요. 여러 사람들이 원로교수가 이런 내용을 정리해주니 고맙다고 해요. 

― 우리나라는 지역 불평등이나 학벌에 따른 차별이 과한 사회입니다. 이와 관련해 제자들에게 자신감과 용기를 주기 위해서 하셨던 말씀이나 가르침이 있나요? 
무한 경쟁 시대에 사는 것이 비극이지만, 스스로 자기 분야에 10년 이상 몰입하여 달인이 될 정도로 실력 쌓고, 겸손하게 욕심을 버리고 할 일을 찾으라고 말하곤 했습니다. 인터넷 시대에는 타이틀보다 콘텐츠가 중요하다, 먼저 자신감을 가지고 자신만의 콘텐츠를 쌓고, 돈이나 권력이나 명예를 버리고 겸손하게 살려고 한다면 세상은 넓고 할 일을 많다, 실력이 없으면서 욕심을 부리면 비열하거나 비굴하게 살게 된다, 실력과 능력이 있는 일꾼에게 일자리를 주지 않으면 하나님만 손해다, 자신을 믿으라 권면했습니다. 저도 이름 없는 지방 신학대 교수이지만, 제 홈페이지(한국신학마당 theologia.kr, ‘국가 주요 지적재산’으로 국립중앙도서관에 등록되어 있다-편집자)에 많은 콘텐츠를 모아 두어서 인터넷에서는 적지 않은 영향력이 있는 학자라고 학생들에게 말해줍니다.    

― 홈페이지를 보니 정말 다양한 분야의 신학 연구를 해오셨습니다.
신학의 과제는 성서 해석, 신앙의 변증과 정립입니다. 저는 한국 상황에서 이런 작업을 나름 해 왔습니다. 그래서 한국교회에서 현안이 되는 신학적 이슈인 《단군신화와 기독교》, 《통일을 위한 기독교 신학의 모색》, 《안티기독교 뒤집기》, 《한국의 이단기독교》, 《동성애는 죄인가》 등을 저술했지요. 성경의 중요한 것을 정확하고 심도 있게 알려고 《예수 그리스도 1·2》, 《야웨 하나님》을 성서적 조직신학이라는 관점에서 연구했고요. 그리고 제가 ‘한국인이면서 또한 기독교인’이라는 자각에서 필생의 연구 과제로 《한국문화와 천지인 조화론》, 《천지인 신학의 모색》, 《한국인의 신관과 한국신학》이라는 방대한 분량의 저술을 마지막 교정만 남겨두고 있습니다. 

― 늘 한국교회가 처한 상황을 주목해오셨는데요. 이번 통합 총회는 김삼환·김하나 목사 부자에게 총회헌법을 넘어서는 방법으로 세습의 길을 열어주었습니다. 초법적이고 비상식적인 방식이라 일반 언론에서도 화제가 되었습니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어요. 교단 정치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면 예상이 됩니다. 장신대 신대원 재학생의 30% 이상이 목사나 장로의 자녀라고 합니다. 목회 자리가 무한 경쟁에 내몰리니까, 내심 자기들의 자녀들을 생각해서 세습이 합법화되기를 원하는 총대(총회 대의원)들도 많을 겁니다. 총대들 중에는 교세가 큰 교회의 목사나 장로들이 다수이니까요. 작년 총회에서도 800여 명은 세습을 반대했으나 500명 넘게는 찬성했잖아요. 총회에 참석하는 총대들의 평균 나이가 63세입니다. 남성 비율이 압도적이고요. 이런 곳에서 어떤 개혁적이고 새로운 내용이 나오기는 어렵겠지요. 책략을 들고 나오는 이들에게 얼마나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겠어요. 

― 갑작스러운 김삼환 목사의 등장은 어떻게 보셨나요?
그런 쪽으로 머리가 비상한 사람들이죠. 명성교회가 교단에 끼치는 파워를 가늠할 수 있는 부분이지요. 원래 예정된 총회 장소는 영락교회였잖아요. 포항으로 옮겨진 이유에는 세습 반대 시위하는 이들의 접근을 막으려는 목적도 있었다는 의혹도 들려요. 제가 포항 출신이라서 잘 압니다. 경상도는 오래전부터 교단 정치가 아주 드센 지역이죠. 치밀한 계획으로, 어떻게 권력을 장악하고 유지해야 하는지 여러 세대에 거쳐 학습된 이들이 많아요.  

― 결론적으로 김삼환 목사의 발언도 효과가 있었습니다.
총대들의 마음을 잡을 수 있는 말을 할 줄 아는 사람이지요. 김삼환 목사가 ‘교단 총회가 나가라 하면, 갈 데가 없다’라고 했다지요. 갈 데가 왜 없어요. 각 교단에서 서로 오라고 할 건데요. 총대들 마음을 잡지 못했을 경우도 예측한 발언이었다고 봐요. ‘총회까지 와서 갈 데가 없다고 호소했는데 반대했다’는 프레임을 짜서 그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거죠. 정치 고수들이에요. 당해낼 수 없습니다. 인간은 권력을 오래 누리다 보면 뇌 구조가 바뀐다고 하잖아요. 그런 이론이 있는데, 그 결과를 우리가 계속 목격하고 있고요. 

― 통합 총회가 세습 문제를 초법적으로 해결해주는 것도 그렇고, 합동 총회에서는 로마가톨릭을 이교(異敎)로 지정하는 논의를 하기도 했는데요. 교단의 태도가 매우 대범합니다. 
많은 요인 중에서 무지와 편견을 꼽을 수 있겠지요. 목소리 큰 사람이 회의를 끌어가면 반대할 수 없는 분위기도 있겠고요. 무지도 죄가 된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어요. 한스 큉은 이교와 이단과 열[렬]교(裂敎)를 구분했습니다. 가톨릭은 이교도 이단도 아니고 ‘분열된 교회’라는 것이지요. 가톨릭이 개신교와 다른 점이 많긴 하지만 그것도 신학적 다양성으로 보아야 할 것입니다. 가톨릭을 이교나 이단으로 규정하면 종교개혁 이전의 기독교 역사 1,500년을 부정하게 되는 것 아닌가요. 통합 총회가 초법적인 수습안을 통과시켰지만 그마저도 김삼환 목사 부자가 지키지 않았어요. 그러자 총회장이 ‘긴급 권고 서신’을 통해, 김하나 목사는 15개월 이상 교회를 떠나야 한다고 했지요. 총회의 초법적이고 이상한 논의들을 바로 잡으려면, 많은 이들이 성경을 제대로 해석하고 의미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언제 예수님이 교회 크게 지으라고 했나요? 성경 어디에 교회 성장시키라고 나와 있나요? 아무래도 교단 총대들 중 다수는 교회 성장주의의 덕을 본 사람이 많을 겁니다. 예수님의 지상명령은 ‘세례를 주고 가르쳐 지키게 하라’(마 28:20)는 것입니다. 교회성장론을 추종하는 교회는 총력전도 운동을 하는데, 전도는 예수를 알지 못하는 자에게 복음을 전해서 세례를 받게 하는 것이지요. 이미 세례받은 교인들을 끌어모으는 것은 전도가 아니라 이명(移名)이거나 이동이지요. 예수께서는 세례받은 사람 모아서 대형교회로 성장시키라고 하지 않았거든요. 목사가 나서서 성장 중심 목회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장로들이 이를 부추기는 경우도 많아요. 노회에 다녀온 장로가 “어느 교회는 목사가 새로 왔는데 교인이 늘었대, 건축도 새로 했대” 하면서 목사를 압박하는 거예요. 계속 비교를 시키면 목사는 견딜 수 없어요. 교회들끼리 서로 교세를 경쟁하는 것이 문제이지요. 이런 구조적인 모순을 깨야 하는데…. 

― 총회 결정 사항에 거세게 반대하는 움직임이 있습니다만, 교단 탈퇴까지 이어질 것 같지는 않습니다. 결국 이대로 또 내년 총회를 맞을 텐데요.  
일단 우리가 선한 싸움을 싸우려면 믿음이 필요해요. 일제 강점기에 일본이 러일전쟁에서 이겼잖아요. 그다음에 중일전쟁을 또 이겼고요. 일본은 아시아 최초로 항공모함을 만들어 진주만을 공격해 태평양전쟁 초기에 승기를 잡았어요. 그때 독립운동을 하던 많은 사람들이 변절하기 시작해요. 세계 최강국 일본을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한 거죠. 반면에 끝까지 독립운동을 한 사람들은 역사를 길게 본 거예요. 로마제국이 그렇게 강했지만, 칭기즈칸이 그렇게 무시무시했지만, 나폴레옹이 승승장구했지만 결국 그들도 다 망했다, ‘일본도 침략자이기 때문에 지금 강해 보여도 언젠가는 망한다’는 신념을 가진 이들에 의해 독립운동이 이어졌죠.
김삼환 목사 부자는 ‘세습은 나쁘며 자기들은 세습을 하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한 약속을 저버렸잖아요. 당시의 총회법을 어기고 세습을 강행했고요. 신의를 상실하고 총회법을 지키지 않았으니, 이미 그들의 세습은 명분과 법리에서 진 싸움입니다. 그들의 돈과 권력과 조직이 아무리 강력해도 사필귀정이 되리라 믿습니다. 새문안교회 당회를 비롯한 많은 목사들이 또다시 세습 반대 서명 운동에 돌입했으니 두고 봐야지요. 긴 역사를 두고 보면 의외의 일이 터져 상황이 반전되기도 합니다. 그 안에 하나님의 섭리가 있고요. 

― 과거, 현재, 미래를 포함하는 긴 역사 속에서 오늘 한국의 교단 총회는 어떻게 기록될까요?  
역사의 오욕으로 남겠죠. 명성교회도 역사를 비껴갈 수는 없습니다. 김삼환 목사가 영원히 살 수 있나요? 그렇지 않아요. 나중에 역사가 다 연구하고 밝힐 겁니다. 인혁당 사건이 몇십 년 지나서 뒤집어지는 것 보세요. 지금은 얘기를 못 하지만, 이 사태에 대해서 논문을 쓰고 책을 쓰는 사람들이 나올 거예요. 역사를 두려워하면 좋겠어요. 눈앞의 이익에 눈이 가려져 그게 자기를 위하는 일인 것 같겠지만, 우리가 보기엔 영락없이 낙타가 사막에 머리 박고 있는 모습이지요. 나는 하나님이 이끄는 사필귀정의 역사를 믿어요. 그러니까 명성교회 세습 사태도, 동성애 이단 규정도 어떤 형태로든 다시 정립될 거라고 봐요. 어디서 어떤 사건이 어떻게 갑자기 터져서 해결될지 아무도 몰라요. 살아보니 세상사가 계획대로 흘러갈 정도로 간단하지가 않아요. 박정희가 최측근인 김재규의 총에 쓰러질지 누가 알았어요. 역사는 그런 변곡점이 있어요. 우리는 그걸 하나님의 섭리라고 해석하기도 합니다. 분명 하나님의 간섭이 있을 겁니다.

― 구약시대부터 시작해 2천 년 기독교 역사의 흐름에 비추어 봐도 오늘 한국 기독교의 모습은 매우 암울한 것 같습니다.  
저는 한국 기독교가 아무리 암울해도 희망을 버리진 않아요. 역사를 길게 봅시다. 어느 종교나 역기능을 갖고 있는데, 그럼에도 아직까지 이어지는 종교가 있고 없어진 종교가 있지요. 구약시대에 이집트 종교, 바빌론 종교, 가나안 종교 다 어디 갔어요? 종교 자체로 지배자의 종교로 존재하던 종교들은 다 없어졌어요. 기독교도 순기능과 역기능이 있었어요. 역기능이 있음에도 2천 년이 이어졌다는 것은 ‘가난한 자를 위한 복음’ 그 자체의 생명 때문이지요. 그래서 여러 흑역사에도 불구하고 기독교는 2천 년을 생존한 거예요. 
학생들한테 늘 이런 얘기를 했어요.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 그거는 뒤집어 생각해라.’ 내가 살아온 경험으로 위에 올라간 사람들은 현실과 타협합니다.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서 흙탕물이 돼요. 위로 올라갈수록 흙탕물의 농도는 짙어집니다. 윗물이 맑다? 천만의 말씀이에요. 역사를 봐도 민중이 먼저 일어났습니다. 윗물은 자신을 개혁하지 못합니다. 흙탕물이 어떻게 하면 맑아질까요? 한 방울 한 방울 아래서부터 샘솟는 맑은 물이 흙탕물을 밀어내는 거예요. 복음이라는 생명수가 도처에 숨은 의인들의 헌신과 투쟁에 의해 솟아납니다. 자기 자리에서 예수 생명수를 한 방울씩 뿜어내니까 위는 흙탕물일지언정 기독교의 정수는 2천 년을 이어내려 왔습니다. 청년들이 표피적인 흙탕물을 보고 ‘기독교 망했다’ 그렇게 얘기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 아래 맑은 물이 샘솟고 있다는 것을 보았으면 좋겠어요. 우리가 숨은 의인이 되고 각자 자기 자리에서 맑은 물이 되면 되잖아요. 그게 기독교의 생명이고 희망이고요. 예수 운동은 늘 거기서부터 다시 시작해 왔지요. 

― ‘숨은 의인’들을 찾기 어려운 시대 아닌가요? 
저도 인간에 대한 기본 신뢰가 약해요. 인간은 사악하고 어리석다고 보지요. EBS 〈다큐 프라임〉에서 재미있는 실험 결과를 다룬 적이 있어요. 다섯 사람은 오답을 말하기로 미리 약속하고, 한 사람씩 불러 누가 봐도 정답이 확실한 단순한 문제로 실험을 하는데 70%의 피실험자들이 진실을 얘기하지 않고 다수를 좇아 오답을 적었어요. 끝까지 소신껏 진실을 얘기하는 사람은 30%에 불과했죠. 위협적인 상황도 아니고, 이해관계가 걸린 상황도 아니에요. 그냥 일상적인 상황에서 70%의 사람들의 오답을 오답인 줄 알면서도 정답이라 말했어요. 이해관계와 위협이 있는 상황이라면 적어도 90%의 사람들이 진실을 외면했겠죠. 만약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 살짝 애매한 문제였다고 한다면? 진실을 말할 사람이 10%도 안 된다고 봐요. 우리가 사는 사회가 그렇고, 사람들이 그래요. 그럼에도 끝까지 정답을 포기하지 않은 창조적 소수에 의해 역사가 바뀔 겁니다. 

― 학내 비리에 적극적으로 맞서고, ‘동성애=이단’ 프레임을 걷어내고자 궂은일에 나선 교수님의 이력들이 그런 생각에서 나온 거군요. 
예수 잘 믿으면 순교도 하는데요, 뭐. 저는 거기에 비하면 1년 먼저 은퇴해서 1년 봉급 날린 것 말고는 큰 손해가 없습니다. 큰 정의를 위해 뛰어들지는 못한다 하더라도 자기가 직접 관련된 영역에서라도 명백한 불의는 거부하고 손해 좀 보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봐요. 그렇게 살라고 학생들에게 가르쳐 왔으니, 저도 그렇게 살고자 애써야지요. 


 

진행 이범진 기자 poemgene@gosc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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