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7호 동교동 삼거리에서]

대기업 사무직으로 일하는 지인은 새로 설립된 노조에 가입하는 동료들을 보면서 고민이 생겼습니다. 노동자로서 일한 만큼 보상받기를 요구하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기본적인 처우도 받지 못하는 이들의 목소리를 외면하면서도 ‘공정’을 내세우는 모습이 불편했던 겁니다. 그리스도인으로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LH 직원 부동산 투기 사태’ ‘서울교통공사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을 둘러싼 최근 논의들은 ‘공정’에 대한 질문을 남깁니다. 그만큼 우리 사회에서 불공정을 느낄 수 있는 지점이 많이 존재한다는 뜻이겠지요. 그리스도인은 무엇을 ‘공정’하다고 할 수 있을까요? 그리스도인들은 다른 관점으로,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요?

이번 커버스토리는 공교육 영역에서의 입시 경쟁과 능력주의 담론이 만들어내는 사회문제들을 짚어내는 데서부터 시작합니다(공현). ‘공정’의 이름으로 차별을 조장하는 사회구조와 현실을 적시하고(박다혜), 지금의 ‘공정’ 논의가 배제하는 존재들을 조명하고 함께 약해진 채로도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꿈꾸는 글도 담겼습니다(안희제). 그리고 성서에서 말하는 공정, 정의와 평등에 대해 소개하며 우리에게 필요한 ‘예배’와 ‘공동체’의 의미도 짚어봅니다(김영봉). ‘현재의 구성원이 희망을 품을 수 있는 사회여야 통일의 희망도 품을 수 있다’고 하는 강구섭 교수의 인터뷰(사람과 상황)도 엮여서 읽힙니다.

여러 이야기를 다채롭게 모아놓고 보니 이 모든 것이 ‘공정의 자리’에 대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쪽에도 저쪽에도 자리를 잡지 못하고 부유하는 사람들을 위해 자리를 마련해주는 플레이스메이커의 삶이 지금 우리 시대에 더 절실하게 요청되고 있다는 생각 때문입니다.”(그림책으로 우리의 안부를) 그래서 표지 사진은 고민 끝에 체스판으로 골랐습니다. 전쟁터와 같은 세상에서 내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누군가의 자리를 빼앗아야만 하는 현실이 괴롭습니다. 우리 모두가 웃으면서 함께 발 딛고 설 수 있는 자리를 상상해봅니다.

정민호 기자 pushingho@gosc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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