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8호 동교동 삼거리에서]

우연히 만난 한 독자에게 교회의 접근성 문제를 다뤄달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저 또한 엘리베이터가 없는 어느 상가 교회를 다리가 불편한 어머니를 부축하고 오른 적이 있습니다. 누군가는 가뿐하게 오를 수 있는 낮은 계단이 누군가에겐 땀을 흘리면서 올라가야 하거나 아주 오를 수 없는 장애물이라는 생각이 들었지요.

‘자퇴는 했지만 목사는 되고 싶어’ 포럼에서 만난 유진우 씨의 경험도 이와 비슷합니다. 한신대학교 신학대학원 장애인 차별 피해 당사자인 진우 씨는, 아무도 막지는 않지만 장애인은 접근할 수 없는 공간과 제도로부터 차별을 경험했습니다. 이런 문제의식으로 진우 씨는 학교를 자퇴하고 현재 장애인 인권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포럼 현장에서는 무지개신학교 기획단의 분주함도 눈에 들어왔지요. 이들에게 차별 없는 안전한 공간을 조성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물었습니다.(유진우·서총명)

교회가 장애인 차별행위를 하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요? 이에 대해 장애인권법센터 김예원 변호사는 장애인차별금지법을 기반으로 자세히 설명합니다. 박김영희 장애인차별금지연대 대표의 글은 장애인 인권운동이 장애인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일깨워줍니다. 교회 내 발달장애인 사역 일선에 있는 임상희 목사는 ‘돌봄 공동체’로서의 교회를 되짚어 봅니다. 지난 4월 18일 세상을 떠난 마르바 던을 추모하며 쓴 김종호 간사의 글(내 인생의 한 구절)도 커버스토리와 함께 읽을 수 있습니다.

이 논의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장애학에 관심을 가져온 강동석 기자는 《장애도 개성이다》를 쓴 나사렛대학교 김성원 교수를 만났습니다.(사람과 상황) 과감하게 들리는 주장 너머로 포스트모던 시대의 기독교 신학, 과학기술의 발전에 영향을 받을 교회의 미래 등 깊이 있는 생각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기후변화 제국의 프로테스탄트’ 연재를 마친 김진수 박사의 서면 인터뷰(그들이 사는 세상)를 읽으면서는 녹색전환 의제를 지면에서 다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이번 호에는 특별히 ‘무브먼트 투게더’ 꼭지로 네 편의 글이 실렸습니다. 강남역 여성혐오범죄 5주기 연합예배, 미얀마와 광주 5·18의 만남, 코로나19에 맞서는 기독의료인들의 포럼 등 각자의 자리에서 고유한 모습으로 연대하는 이야기입니다. 마감 중인 오늘(6월 14일),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청원이 10만 명을 넘겨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됐습니다. 하루 빨리 입법이 되어, 차별 때문에 피해를 당하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없는 사회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나그네와 이방인을 먼저 돌보는 그리스도교의 전통이 회복되었으면 좋겠습니다.(무브먼트 투게더 2)

이처럼 다양한 사람들이 공존하는 지면 생태계는 기자들의 오랜 관심사이기도 합니다. 더불어 ‘전화벨 소리’ ‘복상지기를 소개합니다’ ‘해외 독자 통신’ 등을 통해 독자들의 다채로운 생각을 꾹꾹 눌러 담아 함께 고민하는 지면으로 채워가겠습니다.

김다혜 기자 daaekim@gosc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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