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0호 전화벨 소리]

날짜: 20210727
전화한 사람: 강동석 기자
“예수님은 가난한 자에게 복이 있다고 하셨는데, 한국교회는 ‘가난’을 언급하지 않습니다.”
〈복음과상황〉 후원독자이신 한 목사님께서 8월호에 실린 빈곤 연구자 조문영 교수 인터뷰를 보시고 나눠주신 말씀입니다. 인터뷰를 잘 읽었고 가난 문제를 조명해줘서 고맙다며, 인터뷰에 적힌 추천 도서가 많아 우선적으로 읽으면 좋은 책이나 자료를 정리해달라며 전화를 주셨습니다.
‘고립과 불평등’을 다룬 8월호에서도 언급했듯이, 가난의 문제는 들여다보기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 보이지 않게끔 감춰진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우리는 가난한 자들에게 접근하지 않기 때문에 그들과 아무런 관계도 갖지 않는다. 구조적으로나 개인적으로 우리는 ‘그들’을 격리함으로써 자신을 격리한다”(《회심》(IVP))는 짐 월리스의 말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조문영 교수 인터뷰에도 나오듯이, 모두가 ‘내가 제일 억울해’라고 말하는 오늘날 같은 상황에서는 더욱더 그렇지요.
“성공을 바라보는 것을 당연시하는 한국교회 강단에서는 교인들 반발 때문에 가난한 삶에 대한 이야기 자체가 힘들어졌습니다.” 안타까운 목소리를 뒤로한 채 전화를 끊은 후, 이메일로 인터뷰 조사 중 살펴본 자료 두 편을 첨부하며 《한국의 가난》(한울아카데미), 《가난의 시대》(동녘), 《누가 빈곤의 도시를 만드는가》(필요한책) 등을 추천해 드렸습니다.
〈복음과상황〉 예전 기사를 검색해보면 ‘빈곤과 폭력’ 문제를 다룬 경우를 제법 찾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 번 다뤄도 금세 잊히는 것이 가난 이야기 같습니다. 《하나님의 정치》(청림출판)에 언급되는 유명한 실험이 떠오릅니다. “낡은 성경책과 가위 하나를 들고서 가난한 사람들에 관한 성경 말씀을 모조리 오려”냈더니, 들고 있기도 어려울 정도로 너덜너덜한 종이들의 묶음, ‘구멍 난 성경책’만 남았더라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