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0호 전화벨 소리]

전화받은 사람: 이범진 편집장
날짜: 20220614

“구독 기간 3년 연장하려고요. 그리고 온라인 구독도 열어주세요.”

독자 성함을 확인하는데, 아는 동생이었다. 8년 전, 제주 평화 캠프에서 만났던 정재호 독자. 2년 만의 통화였지만 마감 기간의 사무실 호흡을 고려해, 반가운 마음을 누른 채 공적인 대화로 통화를 마쳤다. 잠시 뒤 그에게 카톡을 보내 전화를 받은 사람이 나였다고 밝히자 ‘형인가 했는데 목소리가 신입 직원인 줄 알고ㅋㅋㅋㅋㅋㅋ’라고 답장이 왔다. (음…, 일단 좋은 의미로 받아들였다.)

마침 이번 호에 실린 ‘2022 제주 평화 순례’ 광고를 보며, 8년 전 기억을 떠올렸던 터라 신기했다. 그때 우리 조원 몇몇은 일정을 모두 마치고 숙소로 복귀하며, 취업이나 연애에 관한 고민을 주고받았다. 한밤의 제주 시골길 분위기 때문이었는지, 이야기 주제 때문이었는지 모르겠지만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몽글몽글한 뭔가가 올라온다. 아무튼, 다음 날 점심시간에 정재호 독자에게 전화를 걸어 그동안의 안부를 물었다. 은행에서 근무 중인 그는 ‘혼밥’ 중이었다.

8년 전, 그는 취업을 고민하는 대학생이었는데 지금은 직장인 4년 차다. 대학원에서는 사회적 경제를 공부하고 있다. 최근에는 교회를 옮겨 정착 중인데, 기도를 많이 할 수 있는 분위기라 좋다고 한다. 수다를 몇 분 떨다가 다시 공적 대화로 전환했다. 낮에는 직장, 저녁에는 대학원. 복상은 언제 읽느냐고 물었다.

“주말에 조금씩 읽어요. 아쉬운 건 복상에 나온 내용을 같이 나눌 사람들이 없어요. 독자모임 시간 중에는 제가 갈 수 있는 곳이 없더라고요. 탈종교 시대인데 대형교회에만 사람이 몰리는 현실이 참 안타까워요. 이런 때 복상이 제발 없어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최근 10년 구독 연장을 한 독자들이 떠올랐다. 8월 정가 인상 전, 기존 가격으로 구독 연장을 할 수 있다는 안내 광고에 세 분의 독자가 10년 연장을 신청한 것이다. 독자관리DB에 ‘2033년’이라는 구독 기간을 입력하면서, 복상이 적어도 10년 동안은 사라지지 않겠구나 싶었다.

저작권자 © 복음과상황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