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2호 에디터가 고른 책]
살고 싶은데 죽을 것 같아 무서운 감각이 존재한다는 걸, 20대 초반에 알았다. 매일 먹어야 할 약 봉투가, 침대에서 도무지 일어나지 않는 몸이 세상에서 제일 무거울 수 있다는 사실도 그때 처음 알았다. 지금은 회복되었으나 그 시절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가까운 사람들에게 ‘네가 신앙이 부족해서 그래’ ‘열심히 기도하면 나아’라는 말을 들었던 때였다. 모두 나를 사랑하고 염려하는 크리스천이었다. 왜 이런 괴리가 발생하는 것일까?
조울증을 앓고 있는 두 아들의 투병 생활을 다룬 이 책 또한 같은 고민에서 출발한다. 저자인 고직한 선교사의 큰아들은 중학교 2학년 때, 작은아들은 대학교 1학년 때 조울증이 발병했고 여러 차례 정신병원에 입원했다. 그러다 2018년, 큰아들 부부가 ‘조우네 마음약국’ 유튜브 채널을 만들었고, 모든 가족이 함께 출연해 조울증 관련 영상을 찍어 올리기 시작했다. 크리스천 사이에서 반응이 뜨겁자(2021년 8월 말 기준 구독자 수 1만여 명, 누적 조회 수 약 53만) 2019년부터는 일대일 상담 신청을 받고 온라인으로 다양한 모임도 하고 있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저자는 다음과 같은 사실을 발견한다. 교회 바깥에도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과 낙인이 존재하지만, 특히 교회는 ‘형통신학’ ‘번영신학’으로 정신질환을 ‘하나님의 저주’ ‘귀신 들림’으로 정죄하며 ‘성경을 잘 보고 기도하면 다 낫는다고 확신’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 저자는 신앙의 회복적 힘을 부정하지 않지만, 정신질환을 다루는 종교 서적이 빠지기 쉬운 “승리주의자로 전락”하는 길은 택하지 않는다. “하나님의 특별한 은혜를 경험하는 가운데서도 정신 질환으로 극단적 선택을 하거나, 완전히 무너진 가정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나아가 정신적 약자들을 품는 교회를 위한 여러 제안을 제시한다. 정신질환에 대한 목회자의 이해와 소수의 헌신자, 정신질환에 관심을 둔 교회들 간의 네트워크 구축 및 매뉴얼 제작과 교육 등은 물론이고, 온라인을 활용한 사례들도 알려준다. 후반부는 성경에 근거해 정신적 약자들을 위한 ‘교회론’으로 나아가는데, 이에 그치지 않고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을 걷어내고 회복을 돕는 다른 국가들의 여러 정책과 한국에서 일어나는 개별 운동들도 소개한다. 갈 길이 멀지만 교회가, 한 사람의 교회가 한 사람을 살리는 일에 동참한다면. 정죄 대신 ‘네 탓이 아니야’ 말 한마디라도 건넬 수 있다면.
김다혜 기자 daaekim@goscon.co.kr
